수원에 입단한 이천수가 차범근 감독과 악수를 하고 있다.

수원에 입단한 이천수가 차범근 감독과 악수하고 있다. ⓒ 수원삼성 블루윙즈

이동국·이천수, 두 번의 좌절과 귀환

 

이동국과 이천수가 K리그로 돌아온다.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현역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들을 다시 K리그 경기장에서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뒷맛이 그리 개운하지만은 않다. 잉글랜드 미들즈브러와 네덜란드 폐예노르트에서 각각 주전경쟁에서 밀려난 두 선수는 유럽무대 도전에서 벌써 두 번째 실패를 맛보며 다시 한번 K리그 복귀를 선택해야 했다. 

 

해마다 전세계에서 수많은 축구선수들이 축구의 엘도라도로 꼽히는 유럽 무대의 문을 노크하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치열한 경쟁속에서 생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한 기량 문제를 떠나 현지 적응, 주전 경쟁, 계약 문제 등 여러가지 돌발 변수들도 널려있다. 금의환향이 아니라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열심히 하다가 결국 여러가지 부득이한 상황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 그리 욕 먹거나 부끄러워해야 할 일도 아니다.

 

아쉬운 것은 K리그 복귀라는 선택이 아니라 그 과정에 있다. 두 선수의 컴백은 K리그 복귀설이 처음 가시화되면서부터 무성한 뒷말을 남겼다. 각각 포항과 울산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두 선수는 K리그로 복귀하며 친정팀 대신 각각 성남과 수원을 선택해 아쉬움을 남겼다.

 

스타플레이어인 두 선수의 몸값을 감당할 수 있는 구단이 K리그 내에 몇 안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부득이하기도 했지만, 이들이 K리그 데뷔 시절부터 함께해 왔고 해외진출시에도 물심양면으로 성원을 아끼지 않은 친정 구단과 팬들로서는 다소 서운한 것도 사실.

 

이들이 받게 될 높은 몸값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1년 임대 형식으로 수원에 입단한 이천수의 경우, 임대료 한화 8억 원을 제외하고 순수 연봉만 약 5억 원 선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남과 1년 5개월 계약에 합의한 이동국은 구단과 합의 하에 정확한 연봉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천수와 비슷한 4~5억 원 선으로 예상되고 있다. 두 선수의 몸값은 K리그에서는 톱클래스 수준이다.

 

문제는 K리그의 시장규모나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이들에게 이렇게 높은 몸값을 주면서까지 영입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점이다. 친정팀 울산과 포항이 이천수·이동국의 재영입을 포기한 것도 이들의 높은 몸값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K리그, 아쉬울 때만 찾는 곳?

 

 미들즈브러 시절의 이동국

미들즈브러 시절의 이동국 ⓒ 미들즈브러

이들은 물론 명실상부한 한국축구의 간판 스타들이지만, 냉정히 말하여 현재는 해외무대에서 실패하여 돌아오는 선수들이다. 미들즈브러 방출 이후 당초 유럽 타리그와 J리그 진출설까지 유력하게 거론되던 이동국은 협상이 지지부진하며 진로가 불투명하게 되자 결국 최후의 선택으로 K리그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천수는 네덜란드 진출 일년도 되지않아 고작 1년 임대 형식으로 해외구단에 거액의 비용을 지불하며 수원으로 유턴, 결과적으로 K리그로서는 가장 좋지못한 계약 선례를 남겼다.

 

또한 이들은 아직 유럽무대 재도전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고, 언제든지 팀을 떠날 수도 있다. 외국물 맛을 본 선수들이 K리그를 아쉬울 때만 마지못해 돌아오는 보험이나 중간 경유지 정도로 취급해서는 곤란한다.

 

스타들의 이름값도 배려해야겠지만, 엄밀히 말해 스타 선수들도 K리그가 해외무대에서 실패하고 돌아온 선수들의 보험용 무대가 아니라는 점을 냉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잠깐 해외무대에 진출했다가 매번 별다른 활약도 보이지 못하고 돌아오는 선수들에게 이름값만으로 계속 국내 최고 대우를 보장한다면, 자라나는 국내 유망주들이 앞으로 K리그의 가치를 과연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차라리 그들에게 거액의 연봉을 지불할 돈으로 국내 젊은 유망주들에게 투자하는 것이 K리그로서는 더 바림직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수원은 지난 겨울 비시즌동안, 예전처럼 대형 스타를 영입하기 위하여 무리하게 돈을 쓰지않겠다고 선언했고, 실제로 올시즌 서동현, 신영록 등 영건들의 성장에 힘입어 이렇다 할 전력 보강없이도 전반기 무패행진을 달리는 등 승승장구했다. 엄밀히 말해 현재의 수원은 이천수와 같은 측면 날개자원보다는 줄부상에 시달리는 수비수 보강이 더 아쉬웠던 게 현실이다.

 

성남 역시 외국인 선수인 두두와 모따를 제외하고도 김동현, 조동건, 최성국 등 이미 젊고 유망한 국내 공격수들이 즐비하다. 이름값은 고사하고 이동국이 포항 시절의 베스트 컨디션이라 할지라도 모따, 두두와의 주전 경쟁을 쉽게 장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무엇보다 스타 선수들의 가세가 이미 올시즌 확실한 팀컬러를 구축한 두 팀에 과연 어떤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부분이다.

 

높은 몸값과 관심 받고 돌아오는 만큼 잘 하라

 

결국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것도 이천수와 이동국, 본인들의 몫이다. 높은 몸값과 관심을 받고 돌아오는 만큼, 책임감과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냉정하게 말해 현재 이들에게 거는 기대감이나 역할은 사실상 '용병'이나 다름없다. 당장 후반기 치열한 순위 경쟁을 펼쳐야 하는 두 팀의 히든카드로 영입된 만큼 짧은 시간에 이름값에 걸맞은 즉시전력감으로서의 위력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이미 검증이 끝난 만큼 팀 적응 기간이나 경기 감각을 핑계 댈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올림픽 휴식기가 끝나고 K리그가 재개되는 8월 중순까지 완전한 몸상태를 갖추지 못한다면, 자칫 해외에서보다 더 혹독한 국내 팬들의 평가를 받을지도 모른다. 한달 후 과연 이들이 어떤 활약으로 K리그 팬들과 재회하게 될지 관심이 간다.

2008.08.01 13:16 ⓒ 2008 OhmyNews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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