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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자전거시스템인 '벨리브'를 실시하면서 일약 자전거 도시로 떠오른 프랑스 파리의 차로. 버스전용차로에서 자전거가 달릴 수 있다.
 공용자전거시스템인 '벨리브'를 실시하면서 일약 자전거 도시로 떠오른 프랑스 파리의 차로. 버스전용차로에서 자전거가 달릴 수 있다.
ⓒ 자전거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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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자전거 혁명 벨리브와 벨리브

벨리브(Velib, 자전거Velo와 자유Liberte의 합성어)는 프랑스 공공 자전거 대여시스템으로서 2007년 7월 15일 처음 시작됐다. 시내 750곳 자전거정류장에 1만648대 자전거를 비치한 뒤 시민 누구나 이용하게 했다.

3단기어, 22kg 무게의 이 자전거는 30분까지는 무료이며, 이후 매 30분마다 1유로(1600원)를 내면 된다. 장기 대여도 가능한데, 1주일은 5유로(8000원), 1년은 29유로(4만7천원)다. 자전거엔 도난 방지 장치가 달려 있고, 사용 기간을 넘기면 비상벨이 울린다.

파리 시내 전역 광고 게재를 조건으로 JC데코가 자전거를 제공했으며, JC데코는 프랑스 뮐뤼즈, 엑상 프로방스, 마르세유, 브장송을 비롯 오스트리아 빈, 스페인의 코르도바에서도 벨리브 시스템을 진행하고 있다.

파리보다 앞서 프랑스 도시 리용에서 2005년 2천대의 자전거로 벨로브를 시작한 바 있다.

지난 1년간 자전거인들 사이에 가장 인기를 끌었던 단어는 '벨리브(Velib)'와 '벨로브(Velov)'였다. 프랑스 파리와 리용에서 각각 도입한 이 공공 대여 자전거 제도는 순식간에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자전거 바람을 일으켰다.

2000년대 초반까지 프랑스의 자전거 교통수단분담율은 우리와 비슷한 2~3% 수준이었다. 대도시에서 자전거는 자동차 통행의 방해물로 취급받았고, 안전 문제 때문에 도저히 탈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벨리브 제도는 이런 고정관념을 순식간에 날려버렸다. 1년 사이에 자전거 교통수단분담율을 두 배로 만들었다.

휴베르 뻬잉여(64) 프랑스 환경에너지지속가능발전국토계획부(우리나라의 국토해양부+환경부) 정책조정관을 16일 한국교통연구원에서 만난 이유는 프랑스에서 가능하다면 우리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이었다.

휴베르 정책조정관은 14일 '푸른 자전거도시 대전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뒤, 16일엔 국토연구원을 방문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프랑스 파리의 성공만 강조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그가 들려준 우여곡절은 흥미로웠다. 벨리브 제도 도입 초기 승용차 이용자들과 언론의 반발, 교통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나오는 '헬멧 착용' 논쟁, 효과적인 정책 마련 노하우 등 우리 사회가 참고할 만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대화 내용 전문을 아래 소개한다.

"파리 사람들은 자전거를 도시에서 탈 수 없다고 생각했다"

프랑스 환경에너지지속가능발전국토계획부 정책조정관인 휴베르 뻬잉여. 프랑스의 대표적인 교통전문가다.
 프랑스 환경에너지지속가능발전국토계획부 정책조정관인 휴베르 뻬잉여. 프랑스의 대표적인 교통전문가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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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프랑스 벨리브(Velib) 시스템은 큰 인기다.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알고 싶다.
"그 전까지 프랑스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도시에선 안 타고 휴가지나 공원에서 타는 수준이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자전거를 못 타게 했다.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자전거는 '위험한 것'이었다. 게다가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고, 비가 오면 대책 없는 게 자전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벨리브를 통해 자전거를 타보게 됐다. 생각처럼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빠르게 자전거 인구가 늘었다. 기후 조건도 자전거를 타는 데 큰 장애는 아니었다. 생각의 변화가 가장 큰 성과다.

자전거를 사는 사람도 많이 늘었다. 공공 자전거를 타보면서 '내 자전거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밤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이 는 것도 큰 변화다. 밤이 되면 대중교통이 끊긴다. 하지만 자전거가 있으니까 부담 없이 야간활동을 하게 된다."

-자전거가 늘면 좁은 차도에 자동차와 자전거가 뒤섞이면서 사고가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프랑스는 어땠나.
"교통사고가 줄었다. 자동차 운전자들이 자전거를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운전자들이 자전거를 볼 일이 거의 없어 어쩌다 자전거가 나타나면 당황했다. 그런데 이제는 수시로 자전거가 다니니까 항상 조심한다. 또 운전자 중 상당수가 자전거를 타봤다. 자기가 타보니까 자전거를 타는 사람 중에는 법규를 안 지키거나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도 있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런 점까지 고려해서 운전을 하는 것 같다.

파리의 경우 교통사고와 사망자 수는 큰 차이가 없다. 자전거가 크게 는 것에 비하면 내용상 줄었다고 볼 수 있다. 또다른 공공 자전거 대여 제도를 실시하는 리용은 20% 정도 교통사고 사망자가 줄었다. 전국을 놓고 볼 때는 교통사고가 줄었다." 

-한국에서도 자전거 교통사고로 매년 몇십명씩 목숨을 잃는다. 그 때마다 '자전거 전용도로 건설'과 '헬멧 착용 의무화'와 같은 목소리들이 나온다. 프랑스는 어떤가.
"우리도 비슷하다. 지난해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주관하는 자전거 정책 조정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엔 장관이 참여하는데 "헬멧 착용을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겠다"고 결론지었다. 단 시외에서 탈 경우 밤이나 날씨가 나쁠 때는 야광 조끼를 의무적으로 입도록 했다.

'헬멧 착용 의무화'는 주로 보건복지부나 경찰청 쪽에서 많이 나오는 의견이다. 국회의원이 헬멧 착용법 제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말이 안 된다. 헬멧 착용을 법으로 강제한 나라는 모두 자전거 이용률이 낮다. 이런 나라들에서는 자전거를 오토바이와 똑같이 취급한다. 자전거를 많이 타는 네덜란드와 덴마크에 가보면 헬멧을 쓴 사람을 볼 수가 없다.

최근에 또 그런 얘기가 나와서 프랑스 리용에서 자전거 사고 발생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 사고자 중에서 뇌진탕으로 죽은 사람 숫자, 그 중에서 헬멧을 썼다면 사고를 줄일 수 있었던 사람을 조사 중이다. 파리의 경우 지난 1년 동안 3명이 벨리브를 타다가 죽었다. 세 건 모두 좌회전하는 트레일러가 미처 자전거를 못 봐서 친 것이다. 이런 사고는 헬멧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프랑스 시장들은 모두 자전거에 미쳤다"

휴베르 뻬잉여 정책조정관은 자전거 정책에 관심 많은 프랑스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을 도와주는 게 즐겁다고 말한다.
 휴베르 뻬잉여 정책조정관은 자전거 정책에 관심 많은 프랑스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을 도와주는 게 즐겁다고 말한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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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고유가 시대를 맞아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화관광부 장관이 자전거 출퇴근을 시도하는가 하면, 대형 승용차를 끌고 출퇴근하는 국회의원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도층의 솔선수범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프랑스에서는 지도층이 모범을 보이고 있나?
"프랑스의 시장들은 다 자전거에 미쳤다(웃음). 자전거 정책을 말하지 않는 시장이 없다. 프랑스 파리가 '벨리브'로 성공한 뒤 모두 벨리브보다 나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뛰고 있다.

자전거 정책을 추진하는 데는 정당 차이도 지역 차이도 없다. 자전거에 관심이 많은 시장들을 도와주는 게 참 좋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10년 전에 프랑스 시장들이 한 일은 자동차가 많이 안 다니는 도로에 선을 긋고 '여기가 자전거 도로'라고 표시하는 일이었다."

-프랑스는 자전거 정책을 추진하면서 자동차 속도 감축, 차 없는 거리 확대 등 자동차 이용을 제한하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했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이용을 제한하지 않고 자전거 정책을 실시한다. 자전거 정책이 지지부진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창밖의 6차선 도로를 보며) 저렇게 길이 넓고 자동차도 많이 안 다니는 곳은 한 차선을 자전거에 양보하면 좋지 않을까? 신도시의 경우 계획단계에서부터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게 좋다. 반대할 사람 없을 것이다. 물론 구도심에선 불편할 수밖에 없다. 길을 넓히기 힘드니, 자전거가 들어간다면 자동차는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 이용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자전거 이용자를 위해서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시민 전체를 위해서다. 우선 승용차 이용을 제한하면 보행자가 편리해진다. 승용차가 조심하게 되기 때문에 교통사고가 줄어든다. 당연히 장애인들도 좀더 편리하게 다닐 수 있다. 보행자를 포함해 모든 교통이용자가 최대한 만족하는 과정에서 승용차가 조금 불편해지는 것이다. 자전거를 굳이 내세우지 않아도 된다. 보행자가 편리한 도시를 만들어라. 그러면 자전거 타기는 자연스레 좋아진다."

-파리에서 자동차 통행 제한조치를 실시했을 때 반발은 없었나?
"아유, 심했다. 운전자들 반발이 얼마나 심했는데…. 그들이 수시로 민원을 넣었다. 그 다음엔 기자들이 나서서 운전자들 반발을 기사로 썼다. 거의 매일 비판 기사가 쏟아졌다. 비판 기사 옆에 조그맣게 박스 기사가 들어가곤 했는데, 그 내용은 파리 시민 거주자 70%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와 자동차 통행 제한조치를 찬성한다는 내용이었다.

파리 시장은 정치적으로 소수다.(* 파리는 전통적인 우파 도시인데, 현 파리시장은 사회당 소속 베르트랑 들라노에다. 1871년 파리 코뮌 이후 2001년 들라노에 시장이 당선할 때까지 좌파 시장은 전무했다. 2008년 재선한 들라노에 시장은 2009년 '오토리브'라는 이름의 무인자동차 대여 시스템 도입을 약속했다.)

원칙이 없는 시장이라면 이런 반발에 화들짝 놀라서 슬그머니 없던 일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차분히 내용을 파악하면서 설득할 준비를 했다. 서울도 그렇겠지만, 파리에는 시 바깥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파리 시민이 아니다. 그 곳에 사는 사람과 그곳을 스쳐 지나는 사람 중 더 중요한 것은 시민이다. 시민 대다수가 자신의 정책을 지지한다는 것을 꾸준히 알리자, 상황이 바뀌었다."

"자동차 억제 정책은 시민 모두를 위한 방안"

-다른 도시 사례를 말한다면?
"프랑스 남부에 마르세유라고 지중해 연안에서 가장 큰 도시가 있다. 오래된 전통 도시인데, 길이 매우 좁았다. 도시가 커지면서 개인 승용차가 계속 늘고 있었다. 시장이 봤을 때, 이대로 놔두면 도시가 끝장나는 상황이었다. 대중교통을 빨리 늘려야 했다.

지하철을 놓는다면 승용차 이용엔 어려움이 없겠지만, 재정상태로 봐서 지하철은 무리였다. 대안은 노면전차 설치. 당연히 승용차는 크게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마르세유 시장은 지금 재정상태로는 노면전차밖에 없다면서 시민에게 뜻을 물었다. 승용차 운전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시장은 대민접촉을 늘렸다.

시장은 '자동차에 도시를 뺏겨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이 정책이 시민 다수에 도움이 되는 정책임을 꾸준히 설득했다. 자동차 제한 정책은 자전거 등 다른 교통이용자를 위한 정책이 아니다. 시민 모두에게 만족을 주기 위해서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자전거에 대한 통계나 기본조사가 무척 부실하다. 이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정책을 짜려면 현장 조사를 해야 한다. 만약 어떤 지역에 장애인이 많이 산다면 보행자 특별구역을 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면 그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학부모와 교사가 안전 문제 때문에 반대한다면 안전한 통행로 대책을 만들고, 그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공장이 많은 산업단지 지역이라면, 경영진과 노동자들에게 '승용차 이용을 많이 하면 물류가 느려지기 때문에 여러분들에게 손해'라고 설득할 수 있다. 현장에 따라 정책은 달라진다.

독일 뮌헨엔 '교통컨설팅'이라는 게 있다. 조사원이 시민을 만나서 교통 실태를 조사한다. 출퇴근 시간, 출퇴근 교통수단, 환승방법 등 이야기를 듣고 가장 좋은 출퇴근 방법을 제시한다. 이렇게 조사한 자료는 시에 훌륭한 자료가 된다. 만약 1명 조사하는데 1만원을 들인다면 1만명에 1억원이다. 이 정도 돈이라면 지자체로선 최소 비용으로 엄청난 자료를 얻는 것이다.

뮌헨에선 이런 방법도 썼다. 당장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상세 질문지를 만들어서 정치인과 시민에게 동시에 물었다. 시민 60%가 좋다는 내용에 정치인은 20%만 찬성했다. 그럴 때 시민들에게 수집한 응답 결과를 제시하면 정치인은 반대하기 힘들다."

"서울은 걷기가 너무 불편한 도시"

휴베르 뻬잉여 정책조정관(왼쪽)과 통역을 맡은 국토연구원 최진석 박사(오른쪽). 최진석 박사는 국내 대표 자전거 전문가 가운데 한 명이다.
 휴베르 뻬잉여 정책조정관(왼쪽)과 통역을 맡은 국토연구원 최진석 박사(오른쪽). 최진석 박사는 국내 대표 자전거 전문가 가운데 한 명이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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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서울 방문 두 번째다. 서울 자전거 정책을 책임진다면 무엇부터 손을 댈 것인가.
"2년 전 심포지엄을 마치고 근처 서울 은평구 불광동 일대를 다녔다. 그 때 느낀 것은 걷기가 너무 불편한 도시란 생각이었다. 보행로가 좁고 연결이 매끄럽지 않았다. 보행로 정비를 먼저 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다 그렇겠지만 서울은 언덕이 심하다. 자전거 타기에 어렵다고 생각하겠지만, 전기보조자전거(페달을 밟을 때 전기가 작동해 보조해주는 자전거, 페달과 상관없이 전기가 공급되는 전기자전거와 구분한다) 등을 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속도 제한 조치도 필요하다. 물론 서울은 파리보다 몇 배나 큰 도시다. 유럽처럼 도시 전체를 50km 이하로 묶는 것은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기본은 50km로 묶고, 필요한 곳은 70km로 하면 될 것이다. 서울은 기본이 70km 아닌가. 안전한 통학로 등을 위해 '30km 존'도 많이 늘려야 한다.

프랑스 '꼴마르(Colmar)'에선 시장이 시민 모두에게 자전거를 살 때 쓸 수 있는 100유로(약 16만원) 티켓을 나눠줬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게 주는 인센티브 제도다. 사람들이 혜택을 느끼도록 하는 인센티브도 많이 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승용차 이용을 줄이고 자전거를 많이 타는 게 시민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을 꾸준히 알리는 것이다."


태그:#휴베르뻬잉여, #프랑스파리, #벨리브,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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