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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자전거 관련 시민단체, 동호회와 함께 [연속기획] '자전거는 자전車다-자동차와의 아름다운 공존을 위하여'를 10주에 걸쳐 진행합니다. 세번째 주에는 유럽, 중국, 일본, 호주 등 세계 자전거 문화를 비교해 봅니다. 두번째 나라는 '자전거 대국'이라는 일본입니다. 알고 보니 '자전거 단속 천국'이기도 하군요. <편집자주>
▲ 일본에서 느꼈던 최초의 문화적 충격이라면 이것일까? 앞부분을 개조해 아이를 태울 수 있도록 했다.
ⓒ 박철현
일본 하면 떠오르는 여러 가지 '대국' 이미지가 있다. 경제 대국, 애니메니션 대국, 온천 대국, 도시락 대국 등 수많은 거시적, 미시적 의미를 포괄하는 일본은, 또 자전거 대국이기도 하다. 1억 4천만 인구 중 절반인 약 7천만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니까.

재단법인 일본자전거산업진흥협회 통계에 따르면 매년 2백만대 이상의 자전거가 팔리고 있고, 일본 경시청 교통안전과(2004년) 관계자는 "경시청에 등록된 자전거 대수는 7492만대에 이른다"고 말한다.

도난 자전거 많아 경찰 등록은 필수

그런데 왜 교통안전과가 그런 통계를 가지고 있지? 당연하다. 일본은 자전거이용에 관한 규약을 '도로교통법'과 1980년 11월 제정된 '자전거의 안전이용 촉진및 주차이용의 종합적 추진에 관한 법률'로서 제재/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전거를 살 때 반드시 그 자리에서 경시청에 신고를 해야 한다. 생산된 자전거에는 각각의 고유넘버가 명시된 채 가게에 전시되는데, 그 고유넘버의 소유자가 아무개로 정해졌다는 것을 경찰에 반드시 알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처음 일본에서 자전거를 샀을 때, 가게 점원이 어떤 용지를 주면서 이름과 주소, 연락처 등을 적으라고 하길래 적응되지 않아 혼났었다. 관성적으로 용지를 내미는 그녀에게 내가 정색을 하고 "왜 적어야 하죠?"라고 묻자 오히려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던 그녀. 외국인이라고 말하자 친절하게 설명한다.

"경찰에 등록을 해야 하거든요. 일본에서 자전거는 자동차와 같아요. 도난당하는 것에 대비도 해야 하니까요. 아! 외국인이시면 외국인등록번호도 적어야 합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굳이 외국인등록번호까지 적을 필요는 없었지만 아무튼 그녀가 친절하게 설명에 넣었던 것처럼 도난당하는 자전거도 부지기수다.

죄의식 없이 열쇠가 없는 자전거, 혹은 싸구려 열쇠로 잠긴 자전거를 빌려(?) 타고 목적지까지 간 후 그냥 버리는 것을 일컫는 '노리스테(のり捨て)'라는 단어가 일반명사로 사용되고 있으니까.

기자의 자전거도 두 번 도난당한 적이 있다. 운 좋게 되찾긴 했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물론 경찰 역시 수사는 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노리스테'는 일본의 자전거 문화가 낳은 사생아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음주운전, 라이트, 불법주차 등 엄격하게 단속

아무튼 당연히 음주운전, 라이트를 켜지 않은 채 심야에 운행하는 것, 불법주차 등은 처벌을 받게 된다. 라이트를 켜지 않은 채 운전하는 것은 보통 한 번 '주의'라는 관용(?)이 베풀어지지만 적발하는 해당 경찰관에 따라 바로 벌금을 무는 경우도 있다.

불법주차는 첫번째 적발에서 '주의' 딱지가 붙게 되고 두번째부터는 바로 견인한다. 견인된 자전거는 다시 별도의 주차장에 보관되고, 이를 찾을 때는 보관소 이용비라는 명목으로 벌금 3000엔을 물게 된다. 지역에 따라서 다르지만, 2번째 견인될 경우 벌금 이외에 교육을 받아야하는 지자체도 있다.

▲ 자전거, 오토바이 방치 금지를 알리는 표지판, 방치할 경우 철거한 후 다른 장소에 보관하며 이를 찾을 경우에 자전거의 경우 3000엔, 오토바이는 5000엔의 보관료를 징수하며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과 열쇠를 가져오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방치된 자전거의 경우 버린 자전거, 도난당한 자전거가 반수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 박철현
신간센을 비롯해 전 국토 구석구석이 전철로 연결된, 한마디로 엄청나게 대중교통이 발달한 나라로 인식되는 일본에 자전거가 왜 대중교통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을까?

자전거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모터(오토바이, 자동차관련) 저널리스트 이시와타리 야스시(44)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그 이유를 "밀착대중교통의 부재와 상대적으로 다른 물가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교통비" 때문이라고 말한다.

높은 교통비 탓에 자전거 선호

"전철역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지만,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전철역 근처에 사는 선택받은 사람들보다 전철역에서 도보 10분 이상 넘어가는 곳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데 전철역과 자신의 집까지 연결해주는 2차 밀착대중교통수단인 버스의 배차시간이 길 뿐 아니라, 밤 10시 정도가 되면 그 버스조차 끊겨 버린다.

그러면 택시밖에 없는데 택시는 기본요금이 평균 600엔대이다. 걷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도보로 왔다 갔다 할 수 있겠지만, 보통은 자전거를 구입해 타고 다니는 게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싸게 먹힌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형 슈퍼 같은 곳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50% 이상의 쉐어를 자랑하는 '시티타이프(City Type)'는 보통 8천엔대에서 1만2천엔대에 이르며 장바구니가 앞부분에 하나 달려있다. 구입자들은 보통 1년에 한 번씩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주차장과 계약을 하는데, 이때 드는 요금이 3-4천엔(1년)이다.

▲ 약 3000대가 들어선 대형주차장. 인구 30만의 무사시노시에는 이것과 똑같은 크기의 주차장이 무려 7군데에 달하며 시에서 관리하는 중소(?) 자전거 주차장은 17곳이라고 한다. 모자를 쓴 주차관리요원은 모두 정년퇴직한 실버세대들로 시급은 750엔.
ⓒ 박철현
자전거 앞부분에 달린 장바구니는 퇴근길에 그 위력을 발휘한다. 대형할인점에 셔츠 차림으로 들어간 샐러리맨들이 그날의 일용식을 구입, 장바구니에 서류가방과 같이 넣고 귀가길을 재촉한다.

또 치마를 입은 아가씨, 등하교길 교복차림의 여중생, 여고생들도 타인의 시야를 가려주는 장바구니 덕분에 전혀 개의치 않고 자전거를 몰 수 있다. 일본에 도착했던 날 너무나 다이내믹하게 거리를 질주하던 스커트 차림의 그녀들을 보고 내가 오히려 당황했던 기억도 있다.

집에 갓난아이가 있을 경우에는 나중에 개조를 하기도 한다. 앞부분 장바구니를 뒷부분으로 옮기고 빈 앞부분에는 아기를 앉힐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자전거에 아이를 태울 수 있는 것은 앞부분과 뒷부분 2명까지 가능하나, 운행시 뒷좌석의 아이가 보이지 않을 경우 사고의 위험이 존재한다고 해 1명으로 제한한 지자체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2명, 3명이 동시에 탈 수 있는 경우는 미취학 어린이에 한하며, 성인은 1명만 탈 수 있다. 간혹 뒷자리를 떼어내고 뒷바퀴의 축부분에 강철 바(Bar)를 양옆으로 튀어나오게 해 그 위에 올라서서 주행하는 젊은 연인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예쁘고 신기해 보이지만, 법률위반이다. 경찰의 눈에 발각되면 바로 호루라기에 자전거 검문(도난자전거인지 아닌지)을 당하게 되니 조심하시길.

단속 홍수에도 자전거 없인 못살아!

2004년 일본에서는 자전거에 대한 단속(取締り)법이 강화되어 무언가 일탈행위를 했을 경우 주의를 주는 것을 없애고, 바로 벌금고지를 행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또 도난자전거의 수가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이상하게 보이면 바로 불심검문을 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법안의 시행에 따른 강한 단속에도 경찰들은 "음주운전, 2인타기, 노리스테 등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하소연을 한다.

▲ 1년간 계약한 이용자가 아닌 일반 이용자에 대한 주차장 사용값은 보통 1회 사용에 100엔(시간단위는 하루)이며, 녹색 용지를 핸들에 부착한다.
ⓒ 박철현
기자는 일본에 온 지 5년이 지났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자전거 없이 어찌 살았을까 할 정도로 자전거가 내 일상에 깊숙이 침투해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한국에서 자전거를 거의 못 타봤기 때문에 처음에는 엉거주춤, 지그재그를 그어 아내에게 타박도 많이 당했었지만, 이제는 양팔 다 떼고 혼자서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타이타닉 포즈로 자연스럽게 운전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아! 물론 이것도 법률위반이다.

지금은 전철역에 가까운 언덕동네로 이사 왔기 때문에 예전처럼 자주 자전거를 이용하지는 않지만 평평한 지형에다 역까지 도보 20분이 걸렸던 무사시노시에 거주했을 때는 그야말로 아침마다 경륜대회가 열렸었다.

아침 8시경. 각각의 맨션, 아파트에서 달려나오는 자전거들. 상점가 거리를 맹렬하게 질주했던 그때, 항상 보이는 샐러리맨이 며칠간 보이지 않으면 괜히 걱정되기도 하고 그러다가 어느날 또 보이면 안도하기도 하고.

퇴근길에 잠깐 들른 한국인이 운영하는 바(Bar)에는 아침의 라이벌들이 한잔씩 걸친 다음 다시 자전거를 타고 각각의 집으로 사라진다. 물론 음주운전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개의치 않고 모두들 자전거에 올라탔었다. 결국 행정적, 법률적 조치, 경찰이 아무리 단속을 강화한다고 해도 중요한 건 이용자(시민)들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는 셈이다.

아 참, 물론 기자는 이쪽(고쿠분지)으로 이사온 이후에는 음주운전도, 양팔 놓고 타기도 안하며, 밤에는 반드시 라이트를 켜고 운전(?)하니 충분히 이런 기사를 쓸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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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도쿄거주. 소설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 에세이 <이렇게 살아도 돼>, <어른은 어떻게 돼?>, <일본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를 썼고,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를 번역했다. 최신작은 <쓴다는 것>. 현재 도쿄 테츠야공무점 대표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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