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놈만 살아남는다"고 했지만 사실은 한 놈 더 산다.

"딱 한 놈만 살아남는다"고 했지만 사실은 한 놈 더 산다. ⓒ 영화 홈페이지 갈무리


오랜만에 화려한 액션이 찾아왔다. 웅장한 스캐일과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 그리고 세 배우의 살아있는 캐릭터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한국판 웨스턴무비의 부활 신호탄을 날렸다. 일단 내용만 보면 재미있다.

만주벌판을 내달리는 카메라의 롱샷은 그동안 폭력 아니면 멜로에 한정됐던 한국영화가 오랜만에 시원한 벌판으로 나가 해방된 듯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 충분하고, 달리는 열차 장면은 세 놈들의 만남이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놈놈놈>은 일류급 남자배우 세 명의 캐릭터 연기가 절정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탄탄한 캐릭터들이 영화를 이끈다. 그러나 비중이 너무 많아

송강호의 윤태구는 좀도둑이지만 상식이 통하고 융통성을 발휘한다. 이병헌의 박창이는 청부살인집단의 두목으로 눈빛과 칼솜씨가 상대를 압도하게 만들지만 단 한 사람에게만은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악당이다. 그리고 정우성의 박도원은 현상금을 노리는 인간사냥꾼이지만 나름대로는 법의 집행자 노릇을 한다.

먹이사슬로 따지면 박도원(정우성)이 맨 위에서 좀도둑 윤태구(송강호)와 청부살인자 박창이(이병헌)를 쫓는 입장이고, 박창이는 윤태구에게 당했던 아픈 과거를 언젠가 갚아주기 위해 기회만 노리고 있고, 정작 두 놈들에게 쫓기는 신세인 윤태구는 아무 생각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할 뿐이다.

송강호를 위한 영화, 송강호가 살린 영화

이 영화의 매력은 단연 송강호의 어리버리한 캐릭터다. 그는 <넘버3>나 <밀양> 등에서 보여주던 인간적이면서 조금은 모자란 듯한 모습의 절정을 보여준다. 나머지 두 놈들은 조금 무겁다. 그리고 인간적이지 않아서 부담스럽고, 거기에다 정우성은 그동안의 연기에 액션을 조금 더했고, 이병헌 또한 지금까지의 무게있는 연기에 조금 더 독해진 것 뿐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송강호의 오버액션이 이 영화의 큰 흐름이고, 그것들을 받쳐주는 게 나머지 배우들과 조연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그만큼 송강호는 지금까지 참았던 코믹액션의 진수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문제는 스토리의 부재다. 지도 한 장을 우연히 손에 넣는 설정이나, 그 지도를 보물지도라고 생각해야하는 모든 사람들의 궁금증은 아무래도 이 영화를 이끄는 동인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미약한 면이 있다.

"뭔가 좀 빠진 것 같지 않아?"

이 영화의 주요한 배경이 되는 것은 독립운동이다. 1930년대 나라를 잃고 만주벌판에 터전을 닦고 살아가던 조선인들과 잃었던 조국을 되찾기 위한 독립투사들의 활동이 전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일본 은행장으로부터 빼앗은 그 지도가 일본, 조선 모두에게는 매우 중요한 물건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지도의 겉포장을 훓어보고 난 뒤의 허무해지는 느낌을 받게한다. 그 과정은 말할 수 없이 재미있지만 순간순간 재미에 노출된 관객들의 기대감을 만족시켜주는데는 소홀했다.

"결국 그거였나?"
2시간 20분의 긴 시간 내내 관객들은 기대한다.
"뭔가 큰게 한 방 터지겠군".

그래서 그 지도의 존재가 궁금해지고,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긴장감이 더 긴장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끝까지 '세 놈'에게만 충실한다. 그것이 반전이라면 반전일까.

좀 더 비판하자면 이 영화는 제2의 <디워> 같은 반응을 보일 것 같다. 흥행에 크게 성공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고, 개봉 첫 날부터 예매폭주로 이어지면서 한국인이면 누구나 좋아할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이 등장하는 올해 최고의 한국영화이기에 오직 "재미있어요" "너무 화려하고 속이 시원해요"라는 반응만 보여야 할 것 같은 부담감 마저 갖게 한다.

"스토리가 엉성하다", "뭐 화면은 화려한데 내용은 별로군"이라고 누군가 한 마디 하면 왠지 "한국 최고의 세 배우가 저만한 액션을 보여주는데 뭔 딴소리냐"라는 핀잔을 각오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수천 발의 총성과 만주벌판을 내달리는 수백 필의 말들, 그리고 최고의 배우들이 보여주는 최고의 연기력에 푹 빠져서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재미있는데, 끝난 후 나올 때는 왠지 허전한 느낌을 받는 그런 영화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놈놈놈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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