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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올 한 해 동안 연중기획으로 '쓰레기와 에너지'를 다룹니다. 지난 5월 '친환경 결혼'을 주제로 쓰레기 문제를 다뤘고 6월~8월엔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란 주제를 통해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없이는 결국 쓰레기 절대치가 변함 없다는 점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번엔 집에서 나온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쓰레기통에 버린 음식물은 어디로 가서 어떻게 쓰이는 것일까.
 쓰레기통에 버린 음식물은 어디로 가서 어떻게 쓰이는 것일까.
ⓒ 김홍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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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이름은 쓰레기예요. 수박껍질과 배추 꽁다리, 쉰 밥 덩어리 등 먹다 남은 각종 음식들이 제 출신 성분이죠. 10여 년 전부터 분리수거를 시작해 서울시 동네마다 특수한 용기에 따로 모이기 시작했답니다.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제 여행을 따라오시면 살짝 알 수 있어요. 돌고도는 생태계의 비밀을!

서울에서 수거된 음식물 쓰레기 일부는 강동구에 위치한 나엔 공장으로 들어옵니다. 총 다섯 시간이 걸리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과정이에요. 냄새나던 음식물 쓰레기는 수분 5% 정도를 함유한 멸균 가루로 바뀌게 됩니다.

트럭은 각 지역 집하장에서 공장으로 바로 들어가지만, 저는 강동구 상일동역에서 차를 타고 들어갔답니다. 주택가에서는 멀리 떨어진 편이고, 주말농장을 지날 때쯤 저 멀리 굴뚝 위로 연기가 올라가는 공장이 보입니다.

이곳으로 매일 들어오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은 강동, 강남, 송파, 광진, 동작, 성동, 중랑 일곱 개 구청에서 수거한 280~300톤, 1인당 150그램에서 200그램에 달하는 분량이죠. 수거된 음식물 쓰레기를 반입해 1차 분쇄에 들어갑니다. 봉지를 찢어 물을 짜고 이물질을 골라 냅니다. 2차 분쇄와 건조를 거쳐 100도~120도의 뜨거운 간접가열로 쪄냅니다. 살균을 위해서죠. 다시 냉각을 거쳐 최종 이물질 선별에 들어갑니다.

음식물 쓰레기의 바람, 분리수거를 똑똑히 하자

음식물쓰레기를 옮기는 트럭
 음식물쓰레기를 옮기는 트럭
ⓒ 김홍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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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들어와 쓰레기를 내려놓는 1층 입구 바닥은 미끌미끌하고, 냄새가 납니다. 그런데 저기 파란 봉투, 검은 봉투가 보이네요. 원래 음식물 쓰레기는 전용 봉투에 담아 버려야 하죠. 저렇게 버리면 안됩니다. 그 외 들어가면 안 되는 것들이 함께 들어와 여러 차례 걸러내는 과정을 거친답니다. 수 년 전에는 실수로 냉장고가 들어온 적도 있어요. 식당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에는 밥숟가락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음식물쓰레기에 들어있는 숟가락, 젓가락들. 음식물을 자원화하는데 방해물이다.
 음식물쓰레기에 들어있는 숟가락, 젓가락들. 음식물을 자원화하는데 방해물이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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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호 과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시죠.

"이 일 하면서 느끼는 고충이요? 다른 거 아니고, 시민 분들이 분리수거를 제대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죠. 어떤 지역에서는 벽돌이 나오기도 해요. 김장하다 눌러놓은 벽돌이 함께 들어오는 거죠. 또 음식물 쓰레기통에 돌이나 철조각 등을 버리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런 것들은 기계에 무리를 줘서 2~3시간씩 작업이 중단되기도 합니다. 하루 정도 중단된 적도 있습니다."

공장에는 작업하시는 분들이 대여섯 분 정도 눈에 띄었어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하나하나 골라냈는데 지금은 자동화가 되었답니다. 물론 이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아주머니들도 계셨다니 자동화가 마냥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말예요.

음식물 쓰레기의 자부심, 우리는 개, 닭, 오리, 돼지의 사료

반입된 음식물 쓰레기
 반입된 음식물 쓰레기
ⓒ 김홍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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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입구에서 지하 작업장으로, 다시 2차 작업장으로, 건조실로 털털거리는 소리, 윙윙하는 소리와 함께 우리는 공장을 돌고 돕니다. 지하 작업장은 냄새가 아주 많이 나지만 뜨거운 건조실에 이르면 냄새는 거의 나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처리가 끝난 가루를 가득 담아놓은 부대자루가 차곡차곡 쌓인 창고로 들어옵니다. 우리가 음식물 쓰레기였다고는 믿기지 않을 걸요? 부드러운 갈색 가루로 변신 완료!

그런데 변신한 가루를 어디에 쓰냐고요? 고기, 빵, 야채 음식 쓰레기가 많은 외국에서는 바이오매스라는 신재생에너지 연료로 만들어 쓰기도 합니다. '고갈'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는 석유의 대체에너지원인 거죠. 우리 나라 부산이나 몇몇 지역에도 발효분해를 통해 탄화설비로 고온가열한 연료를 만드는 공장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짜게 먹어 염분이 많고 국물도 많은 우리 식생활 쓰레기는, 몇 년 지켜본 결과 퇴비나 사료로 쓰는 게 가장 적당하다고 판단했다고 하네요.

분쇄 중인 음식물 쓰레기
 분쇄 중인 음식물 쓰레기
ⓒ 김홍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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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나엔 공장은 임대 면적이 넓지 않습니다. 이 면적에서 가능한 사업으로 건식 사료를 택했습니다. 경기도와 충청도 축산농민들이 입소문을 듣고 공장으로 찾아온다고 해요. 그 수가 200가구 정도 된다고 하는군요. 개, 닭, 오리, 돼지 등 잡식성 동물들에게 다른 부산물과 함께 섞여서 먹이는 거죠. 소처럼 초식 동물에게는 먹일 수 없습니다. 자가사육사실확인서 등을 떼어오는 방식으로 엄격히 통제를 합니다.

효능을 물어봤습니다. 영양성분 비율을 딱 맞춘 배합사료보다 영양성분이 더 좋다고 말할 순 없다고 솔직히 말씀하시네요. 그런데 농가 분들의 말씀을 정리하면 그리 나쁘진 않은 듯합니다. 닭의 경우 산란률은 떨어지지만 알 품질은 더 좋아지고, 흑돼지 육질도 더 좋아진답니다.

무엇보다 사료의 원재료에 재활용한 음식물을 섞어서 사용하기 때문에 경제 효율이 가장 크답니다. 요즘 같이 각종 원자재 값이 뛰는 때라면 적극 고려해볼 만하겠군요.

무엇보다 궁금한 사료 가격, 얼마냐고요? 공짜, 0원입니다. 요새는 사료값이 올라가다 보니 농가 분들이 더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음식물재활용 사료를 쓰면 과연 얼마나 농가에 보탬이 될까요. 임창호 과장님이 농가 어르신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답니다. 정확히 계산한 적은 없지만, 30% 정도 절약된다고 말씀하셨답니다.

음식물 쓰레기의 당부, 최대한 덜 남깁시다

고온 살균 건조 중인 음식물 쓰레기
 고온 살균 건조 중인 음식물 쓰레기
ⓒ 김홍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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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자원화가 되니, 음식물을 많이 남기면 되겠네라고 생각하시는 분 혹시 있으신가요?

큰일 납니다. 나엔은 음식물 사료를 농가에 무료로 주는 대신 구청에서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를 받습니다. 국민 세금에서 나간다는 말이지요. 즉 음식물쓰레기를 많이 만들면 그만큼 세금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환경부가 지난 2001년 한국식품개발원에 용역 의뢰한 결과 음식물쓰레기의 가치는 14조7476억원, 처리비용은 4000억원 정도 나왔습니다. 자원화된다고 해서 함부로 남겨선 안되는 이유를 잘 아시겠죠?

또 하나는 재활용 비율입니다. 정부에서는 음식물쓰레기의 재활용비율을 94%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매립은 2%, 소각은 3.8% 정도니, 두 가지를 뺀 모두를 재활용 비율로 보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실제 공장에서 모든 음식물쓰레기가 다 재활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엔의 경우 반입 대 재활용비율은 평균 11~12% 정도에 불과합니다. 함수율이 높기 때문이죠. 대략 80% 정도가 수분인데, 자원화와는 상관없는 수분을 운반하기 위해서 쓰는 기름값, 분리 비용 등을 생각하면 꽤 낭비가 심한 편이죠.

마지막으로, '환경을 위해 일한다'는 보람으로 오늘도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애쓰시는 임창호 과장님의 의견을 들어볼까요? 과장님, 음식물 쓰레기, 일반 가정이나 시민들로서는 어떻게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할까요?

"양을 줄이는 게 근본 해결 방안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 한 해 동안 음식물 쓰레기로 버린 돈이 15조원에 달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면 비용이 절감되고 다른 소비가 늘어날 수 있죠. 음식물 쓰레기 공장인 우리 나엔의 식당에서는 음식을 남기면 혼이 납니다. '남기지 말자'는 문구도 붙어 있어요."

여러분, 환경을 생각한다면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애를 써 주세요. 우리가 사라지면 나엔 공장 분들이 뭘 먹고 사나 걱정이 되신다고요? 대표님도 같은 생각이라니 염려를 놓으세요. 오늘 점심은 남기지 맙시다.

부드러운 가루 즉 건식 사료가 된 음식물 쓰레기
 부드러운 가루 즉 건식 사료가 된 음식물 쓰레기
ⓒ 김홍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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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태그:#음식물 쓰레기, #나엔, #건식사료,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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