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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올 한 해 동안 연중기획으로 '쓰레기와 에너지'를 다룹니다. 지난 5월 '친환경 결혼'을 주제로 쓰레기 문제를 다뤘고 6월~8월엔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란 주제를 통해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없이는 결국 쓰레기 절대치가 변함 없다는 점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번엔 집에서 나온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공장에 도착한 폐목재들 이 곳에 도착한 폐목재는 일단 파쇄와 선별 과정을 거친다.
▲ 공장에 도착한 폐목재들 이 곳에 도착한 폐목재는 일단 파쇄와 선별 과정을 거친다.
ⓒ 민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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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너에게 주었으면 좋겠는데 나는 다만 늙은 나무 밑동일 뿐이야."

소설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등장하는 대사다. 이 동화 속 '나무'처럼 나무는 우리에게 제 손부터 발끝까지 모두 내어준다. 이처럼 아낌없이 싹싹 쓸 수 있는 자원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이런 나무를 아끼지 않고 써서 문제다. 재활용할 수 있는 목재들이 소각장으로, 매립지로 직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폐목재는 한국목재재활용업체연합회측 자료에 따르면 연간 511만5천톤. 그 중 재활용되는 양은 겨우 183만7천톤으로 재활용율은 36%에 불과하다. 327만8천톤은 그냥 한 번 쓰고 버려진다는 뜻이 된다.

우리나라가 국내 목재 사용량의 91%를 수입하고, 수입액이 약 3~4조원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버려지는 목재가 얼마나 자원 낭비인지 알 수 있다.

이사철이면 쏟아져 나오는 각종 가구들, 수시로 버려지는 책상과 의자들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면 폐가구의 가치를 달리 생각하지 않을까. 가정에서 버리는 폐목재들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그 현장을 직접 따라 가봤다.

자르고 또 자르고, 걸러내고 또 걸러내고

공장에 도착한 폐목재들 이 곳에 도착한 폐목재는 일단 파쇄와 선별의 과정을 거친다.
▲ 공장에 도착한 폐목재들 이 곳에 도착한 폐목재는 일단 파쇄와 선별의 과정을 거친다.
ⓒ 민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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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기업'(대표 김종수)은 서울시 16개 구청에서 수집한 폐목재를 다루는 회사다. 인천시 월미도와 가좌동에 위치한 공장 세 곳에서 폐목재를 파티클보드(PB, particle board)로 가공한다.

PB는 칩(chip)보드라고도 하며 목재, 대나무 등의 폐목을 부순뒤, 접착제를 섞어 압축, 가열한 것이다. 가정에서 쓰이는 대부분의 가구들이 MDF(Medium Density Fiberboard)나 PB를 원자재로 삼는다.

동화기업을 찾아간 때는 11일(금) 점심시간이 막 끝난 오후 2시. 폐목재 수집과 파쇄, 선별 과정을 살피기 위해 먼저 가좌동 공장을 찾았다. 이미 수십 대의 대형트럭들이 먼지를 풀풀 날리며 폐목재를 나르고 있었다. 이 폐목재들은 모두 서울시 폐목재 집하장에서 가져온 것이다.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이동하는 칩 잘게 부숴진 폐목재가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파쇄, 선별된다.
▲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이동하는 칩 잘게 부숴진 폐목재가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파쇄, 선별된다.
ⓒ 민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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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를 통해 폐목재를 나누고 있는 기계 폐목재 안에 섞인 고철을 나누고 나면 이렇게 공기를 통해 고철 이외의 물질을 분류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 공기를 통해 폐목재를 나누고 있는 기계 폐목재 안에 섞인 고철을 나누고 나면 이렇게 공기를 통해 고철 이외의 물질을 분류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 민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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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기업에 하루 동안 들어오는 폐목재는 1100톤 가량이다. 인천시 가좌동에 위치한 공장으로 400톤, 월미도에 위치한 2개의 공장으로 700톤 가량이 들어온다. 1년에 평균 70만톤의 폐목재가 들어온다고 한다. 이 중 80%가 건설폐목재이며 20%는 생활폐가구들이다. 국내 폐목재 재활용량의 38% 정도를 여기서 소화한다.

공장 마당에는 이미 엄청난 양의 폐목재들이 산을 이루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봤다. 버려진 폐목재의 원래 용도를 알아볼 수 있었다. 식탁, 의자, 문짝. 모습도 색깔도 가지각색이다.

수집된 폐목재를 싣고 지나가는 트럭 한대를 따라가 봤다. "끼익"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트럭이 멈추어 선 곳은 파쇄기가 위치한 공장 앞. 그곳에는 공장지붕으로 올라가는 기다란 컨베이어벨트가 있었다. 트럭이 입을 열고 벨트위에 폐목재를 와르르 쏟아냈다. 그러자 수많은 폐목재들이 덜덜덜 소리를 내며 파쇄기 입구로 올라갔다. 폐목재들은 이곳에서 수차례의 파쇄를 거쳐 얇고 작은 목재칩 형태로 만들어진다.

파쇄와 선별 과정 파쇄와 선별 과정을 통해 폐목재 속에 섞인 부산물들은 모두 걸러지고 폐목재는 잘게 칩으로 쪼개진다.
▲ 파쇄와 선별 과정 파쇄와 선별 과정을 통해 폐목재 속에 섞인 부산물들은 모두 걸러지고 폐목재는 잘게 칩으로 쪼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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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파쇄와 선별을 마친 폐목재 폐목재의 부산물이 1차적으로 걸러졌지만 아직 사진처럼 작은 유리조각들이 섞여 있다.
▲ 초기 파쇄와 선별을 마친 폐목재 폐목재의 부산물이 1차적으로 걸러졌지만 아직 사진처럼 작은 유리조각들이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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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톡" 거대한 파쇄기 옆에 놓인 손수레 위로 무언가가 떨어지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손수레 안에 고철 덩어리가 가득하다. 다른 손수레 안에는 고철을 뺀 플라스틱 등의 부산물이 가득하다. 이곳에선 파쇄와 동시에 폐목재 안에 섞여 들어간 부산물들을 거르고 있었다. 이렇게 걸러진 고철은 다시 고철 재활용 업체로 이동해 새 것으로 탄생한다.

십 여 차례가 넘는 파쇄와 선별이 끝나자 폐목재는 작은 재생칩이 되었다. 이 재생칩들은 이제 세척, 건조, 접착, 성형, 압축 등의 공정을 거친다. 그리고 마침내 산업용 PB로 다시 태어난다. 칩이 PB가 되는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월미도 공장으로 이동했다.

선별을 통해 걸러진 고철 조각들 폐목재 처리 과정 도중에 걸러진 고철들은 따로 분류해 재활용한다.
▲ 선별을 통해 걸러진 고철 조각들 폐목재 처리 과정 도중에 걸러진 고철들은 따로 분류해 재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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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나던 쓰레기, 2시간 만에 번듯한 새 목재 되었네

월미도 공장은 가좌동 공장보다 훨씬 컸다. 안전모와 조끼를 착용하고 공장으로 들어갔다. 공장 안을 가득 메운 뜨거운 열기에 통닭구이가 될 것 같았다.

먼저 이곳에선 파쇄와 선별을 거친 칩을 깨끗하게 세척한다. "쏴아아" 세척이 끝나자 건조가 시작됐다. 칩을 세척하는 도중에 생기는 물기를 없애는 것이다. 동시에 폐목재가 수집되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생긴 습기도 제거한다.

세척을 마친 뒤 건조 과정을 거친 칩은 크기별로 나눠진다. 분류된 칩은 접착 과정을 통해 서로 달라붙게 된다. 접착을 마친 칩은 매트 성형을 거치는데 이때 비로소 네모난 판의 형태가 나타난다.

그런데 아직 끝난 게 아니다. 프리프레스와 메인프레스라는 두 과정을 더 거쳐야 한다. 250도에 이르는 고온과 고압에서 보드를 꾹꾹 눌러주고 세 번을 연마한다. "훅훅" 압축과 연마를 마친 뒤 식히자 새 PB가 완성됐다.

고온, 고열 압축과정을 거치고 있는 재활용 파티클 보드 230도의 고온 고열에서 압축과정을 거치고 나면 번듯한 재활용 파티클 보드가 만들어진다.
▲ 고온, 고열 압축과정을 거치고 있는 재활용 파티클 보드 230도의 고온 고열에서 압축과정을 거치고 나면 번듯한 재활용 파티클 보드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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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쇄에서 완성까지 걸리는 시간은 2시간 정도. 완성된 PB가 쌓여있는 창고에 가봤다. 공장 마당에 쌓여있던 지저분한 폐목재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단 2시간 만에 쓰레기는 번듯한 새 목재로 변신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재활용 PB는 한국산업인증규격에 따른 친환경보드다. 친환경보드는 다른 PB에 비해 포름알데히드 등의 유해물질 방사량이 적다.

완성된 파티클 보드 2시간 여의 공정을 거친 뒤 폐목재는 이렇게 깨끗한 재활용 보드로 탄생한다.
▲ 완성된 파티클 보드 2시간 여의 공정을 거친 뒤 폐목재는 이렇게 깨끗한 재활용 보드로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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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또 써도 되는 폐목재, 왜 36%만 재활용이 될까?

2시간만 깎고 다듬으면 이렇게 다시 쓸 수 있는 폐목재. 그러나 앞서 살펴봤듯이 우리나라의 폐목재 재활용률은 겨우 36%다. 서울시에서 나오는 폐목재는 이곳 동화기업에서 재활용되고 있지만 지방에서 생기는 폐목재는 소각하거나 매립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폐목재를 처리할 공장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폐목재를 재활용해 대량으로 PB를 생산하는 곳은 단 두 곳뿐이다. 이곳 동화기업(주)과 부산의 성창기업(주)이다. 폐목재가 갈 곳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폐목재를 관리, 감독하는 지자체의 의지가 부족해 막상 공장으로 전달되는 폐목재의 양이 많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내에서 사용하는 PB의 60%만이 국내산 재활용 보드다. 40%는 해외에서 수입한다. 재활용만 잘하면 굳이 40%의 PB를 사기 위해 외화를 날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지난 해 우리나라의 파티클보드 수입액은 1억2066만달러, 2006년엔 1억3703만달러를 기록했다.

100% 재활용이 가능한 건설폐목재의 재활용률도 형편없다. 서울시에서 발행한 '건설폐기물 재활용촉진 매뉴얼'에 따르면 건설업자는 건설폐기물 처리용역 계약을 통해 건설폐목재를 자체 처리하고 그 실적을 보고하게끔 되어있다. 그러나 일부 건설업자들은 이 처리절차를 지키고 있지 않다. 단지 복잡하다는 이유에서다.

매뉴얼에는 "건설폐목재는 연료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명기되어 있다. 하지만 일부 건설업자들은 폐목재를 찜질방 등에 땔감으로 팔아넘기곤 한다. 이 때 유해물질이 제거되지 않은 폐목재가 타면서 대기오염이 일어난다. 게다가 다시 쓰고 남을 폐목재를 태워 없애버리니 자원손실이다. 

가정에서 몰래 버리는 폐가구도 낮은 재활용률에 한 몫 한다. 폐가구는 폐기물 스티커를 사서 붙인 뒤 지정된 장소에 버리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8000원에서 10000원 가량 하는 스티커 구입비를 아끼기 위해 폐가구를 몰래 버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렇게 무분별하게 버려진 폐가구류는 가차 없이 쓰레기 매립지나 소각장으로 직행이다. 스티커만 붙이면 새 목자재로 재활용되는 데 말이다.

창고에 쌓여 있는 재활용 파티클 보드 목재 쓰레기는 2시간여만에 이렇게 자원이 되었다.
▲ 창고에 쌓여 있는 재활용 파티클 보드 목재 쓰레기는 2시간여만에 이렇게 자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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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기업의 오주원 대리는 "건설현장에서 폐목재를 불법으로 버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시민들과 지자체의 관리, 감독 의지가 가장 절실하다"고 폐목재 재활용 업체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쇠파라치에 이어 '목(木)파라치'도 필요

2시간동안 공장을 함께 돌며 폐목재 재활용을 설명하던 오 대리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럼 폐목재 재활용률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요?" 그는 시민들의 '감시'와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폐목재 이동을 감시하는 '목(木 )파라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목파라치 제도’를 도입하기에 앞서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폐목재 재활용률을 높이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다. 오 대리는 "폐목재 재활용은 지방자치단체장 소관이기 때문에 이들의 의지가 없으면 재활용률이 높아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시민들도 분명히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가정에서 가구를 버릴 땐 폐기물 스티커를 붙여 지정된 장소에 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대충 아무데나 버리면 남들이 주어다 쓰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당신이 폐가구를 버리는 즉시 그것은 쓰레기장에서 썩을 준비를 해야 한다. 솔직히 스티커 값이 좀 비싸긴 하다. 하지만 외화절약과 대기오염방지를 위해 그 정도는 투자할 만하지 않은가.

하지만 스티커 값을 생각하니 가구를 버릴 때마다 부모님이 하시던 불평이 떠올랐다. 경비실에서 만 원 정도 하는 스티커를 사오시며 "쓰레기를 버리는 대가치곤 너무 비싼 게 아니냐"고 말씀하시곤 했다. 어쩌면 이 스티커 값을 조정하는 게 생활폐가구 재활용율을 늘리는 가장 빠른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푹푹 찌는 햇볕 아래서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얼마 정도면 폐기물 스티커 값이 딱 좋을까'하는 고민을 해봤다.

"3000원 정도면 폐가구 회수율이 늘어날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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