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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올 한 해 동안 연중기획으로 '쓰레기와 에너지'를 다룹니다. 지난 5월 '친환경 결혼'을 주제로 쓰레기 문제를 다뤘고 6월~8월엔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란 주제를 통해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없이는 결국 쓰레기 절대치가 변함 없다는 점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번엔 집에서 나온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우리집에서 나온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수거업체를 통해 한꺼번에 거두어진 재활용 쓰레기는 이처럼 선별작업을 거친다.
 우리집에서 나온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수거업체를 통해 한꺼번에 거두어진 재활용 쓰레기는 이처럼 선별작업을 거친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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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A씨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눠진다. ①재활용쓰레기 ②음식물쓰레기 ③폐목재(가구 등 대형쓰레기) 그리고 ④종량제봉투에 들어가는 생활쓰레기.

이들 쓰레기는 종류별로 각기 다른 업체가 수거해 간다. 어떤 쓰레기는 서울시 안에서 처리되기도 하고, 어떤 쓰레기는 시 경계선을 넘어 경기도로 가기도 한다. 저 멀리 충청북도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여름이 성수기... 불경기에는 쓰레기도 줄어든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진미환경(대표 김진광)은 재활용쓰레기를 다루는 업체다. 2000년에 만들어졌으니 올해로 9년차 기업. 업계에서는 제법 오래된 회사다. 폐기물 관련업계에서는 망하는 업체도 많고 새로 문여는 업체도 많다.

지난 7일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고 1시간 30분 가량 달려 역에 내린 뒤 다시 차를 타고 공장엘 갔다. 공장에선 컨베이어벨트가 부지런히 돌아가고 있었다.

쓰레기 수거·재활용업체인 진미환경 공장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쓰레기 수거·재활용업체인 진미환경 공장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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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과 처리를 모두 맡고 있는 이 업체의 직원은 53명. 동종업계에선 '중상' 정도 되는 규모다. 직원들은 일을 매일 오전 8시에 시작해 오후 6시에 마무리한다. 월요일이나 화요일엔 일거리가 많아 저녁 7시 넘어서까지 일하곤 했으나 요즘은 주로 정시 퇴근을 한다. 한창 때에 비해 들어오는 물량이 다소 줄었기 때문이다.

회사쪽에서는 불경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경기가 좋을 때는 쓰레기가 많이 들어오고, 경기가 나쁠 때는 쓰레기가 적게 들어온단다.

진미환경이 1년에 처리하는 물량은 대략 1만5000톤 정도. 하루 41톤 정도 처리한다고 볼 수 있다. 직원 한 명이 하루에 770㎏ 정도를 처리하니 적은 양은 아니다.

계절에 따라서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5월에서 11월까지 물량이 많고, 11월부터 4월까지는 적다. 업체 입장에서는 5~11월이 성수기다. 여름에는 더위 때문에 음료수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 PET병·캔·병류 등이 많이 나오는데, 이들 품목은 단가가 많이 나가 이윤도 많이 남는 편이다.

10년 전엔 돈 받고 치웠고 지금은 돈 주고 치운다

공장 한쪽 칸에 차곡차곡 쌓인 PET병.
 공장 한쪽 칸에 차곡차곡 쌓인 PET병.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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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미환경이 쓰레기 수거를 맡은 지역은 단독주택 지역이다.

상가나 공동주택·단독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분리수거가 잘 안 된다. 청소차가 일괄 수거한 다음 공장에서 나눠야 한다. 당연히 품이 많이 든다.

그에 비해 아파트는 분리수거가 상당히 잘되는 편이다. 운반만 하면 공장에서 종류별로 나누는 데 큰 힘이 들지 않는다. PET병·캔 등 돈 되는 재활용 쓰레기 양도 많은 편이다. 대신 경쟁이 치열하다. 주택은 지자체가 수거를 하지만, 아파트는 업체가 일일이 수거를 해야 한다.

아파트와 주택이 각자 장단점이 있지만 김진광 대표는 단독주택 지역이 조금 더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다(지역에 따라서 수거 형태는 조금씩 다르다).

농촌 지역은 예전에 비해서 많이 좋아졌다. 함부로 비닐을 태우던 모습은 많이 사라졌다. 지자체에서 강력하게 단속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외지인이 간혹 버리는 쓰레기가 문제란다. 국도변을 달리다가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승용차들이 많다.

2000년과 비교해 가장 많이 달라진 모습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대상 품목이 많이 늘었다는 점. 또 하나는 그 때는 쓰레기를 돈을 받고 치웠고, 지금은 돈을 주고 치운다는 점이다. 쓰레기의 사회적 지위는 애물단지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바뀐 것이다.

김진광 대표가 기억하기로 2000년 당시 쓰레기를 치울 때 ㎏당 20원을 받았다. 지금은 아파트 부녀회에 120원~150원을 내야 한다. 한 달에 10kg의 쓰레기를 내놓는 가구 1000곳이 있는 아파트단지라면 약 120만~150만원 정도의 부녀회 수입이 생긴다고 볼 수 있다.

쓰레기의 지위가 올라가다 보니 관련 업체가 많이 늘었다. 김 대표가 파악하기로는 수도권의 선별·수거업체가 최소한 100군데가 넘는다. 2000년 그 때와 비교하면 400~500% 정도 늘었다고 그는 보고 있다.

백-갈-청으로 나뉘는 병 쓰레기... 와인병은 무슨 색이지?

포크레인이 쓰레기 뭉치를 옮기고 있다.
 포크레인이 쓰레기 뭉치를 옮기고 있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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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와 함께 공장을 둘러봤다. 한 쪽에 쓰레기더미가 있었다. 수거차가 내려놓고 간 더미다. 포크레인이 와서 더미를 한 움큼 들어 올린 뒤, 벨트 아래 쏟아놓는다. 그러자 쓰레기더미가 벨트를 타고 올라간다.

공장 라인은 두 개. 하나는 25m, 또 하나는 53m다. 모두 일반 주택에서 나온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한 라인이다. 아파트 쓰레기 라인 길이는 10m다.

라인 아래로는 여러 개 칸이 나뉘어져 있다. 라인에서 작업하는 직원들은 각 칸마다 종류별로 재활용품을 떨어뜨린다. 첫 번째 칸은 종이류 재활용품이다. 종이상자가 대부분이고 간간히 종이 계란판이 보인다.

플라스틱 종류는 아주 세세하게 나눠진다. 맥주병·콜라병·물병 등 가벼운 PET병 종류가 한 칸, 마요네즈통과 세척제통 등 무거운 PET병 종류가 또 한 칸이다. 화분·대야 등이 한 칸, 지구본·장난감·시계 등 잡다한 종류가 나머지 한 칸이다.

보기엔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은데, 일꾼들은 아주 능숙한 솜씨로 재활용품을 골라낸다.

병도 색깔별로 나뉜다.
 병도 색깔별로 나뉜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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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은 색깔별로 나뉜다. 흰색-갈색-청색이 다 따로따로다. 색깔별로 분류해야 재처리업체가 가져간다. 와인병은 어디로 가나 살펴봤더니 청색칸에 들어간다.

계란을 담는 플라스틱통은 한 쪽에 별도로 모아놓았다. 이 제품들은 중국으로 가서 나일론 제품의 원료가 된다. 국내에서는 사용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분류된 플라스틱은 압축기계를 거쳐 시루떡처럼 납작해진다. 한 번에 많은 양을 싣기 위해서 부피를 줄이는 것이다.

이 과정을 마치면 중간처리업체가 쓰레기를 가져간다. 중간처리업체는 압축물을 분쇄해서 보조연료인 생활폐기물 고형연료·폐플라스틱 고형연료를 만든다. 보조연료는 필요한 공장에서 사간다.

압축한 쓰레기.
 압축한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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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옷걸이가 재활용 품목 아닌 까닭

김진광 대표는 시민들이 분리수거를 무척 잘 한다고 보고 있다. 공장에 있는 동안 여러 번 강조했던 말이다. 그러던 김 대표가 공장을 둘러보던 중 몇 번 발길을 멈춘 적이 있다.

처음 발을 멈춘 곳은 어린이 장난감 더미 앞. 장난감은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데도 아직 EPR 대상이 아니다. 재활용 품목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종종 플라스틱 재활용통에 들어간 상태로 넘어오곤 한다. 제도를 보완해야 할 사항이기도 하다.

세탁소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옷걸이나 우산도 재활용 품목이 아니다. 속에 쇠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휴대용 라디오처럼 겉은 플라스틱이라도 전자부품이 들어있는 제품 또한 재활용 품목이 아니다.

이런 제품들이 들어오면 한 군데 모아놓았다가, 틈날 때마다 부숴서 처리를 한다. 김 대표는 눈 앞에서 우산을 부순 뒤, 우산대와 살 부분은 고철로, 손잡이는 플라스틱으로. 천은 소각대상 쪽으로 보냈다. 이와 같은 품목들은 재활용되지 않는 무게까지 값을 주고 산 것이기 때문에 수거업체 입장에선 손해를 본 셈이다.

김진광 대표에게 "쓸 만 한데 이 곳으로 오는 물건들이 없냐"고 물었다. 김 대표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워낙 많아서 이젠 무감각하다"고 말했다.

이어 "장난감 중에 쓸 만한 게 많이 온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쉽게 장난감을 버린다는 뜻이리라. 몇 번 사용하지 않은 장난감이라면 필요한 사람에게 주면 되겠지만, 지금 우리나라에 남이 쓰던 물건을 쓸 사람은 많지 않다.

김 대표는 아나바다 운동을 언급하며 "장난감만이라도 돌려쓰기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어렸을 때부터 아껴쓰기를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쓰레기를 적게 만드는 가장 좋은 교육법이리라.

쓸만한 장난감, 아나바다 하면 얼마나 좋을까

장난감은 재활용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EPR 대상품목이 아니다.
 장난감은 재활용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EPR 대상품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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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EPR 대상품목인 맛김봉지들.
 대표적인 EPR 대상품목인 맛김봉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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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팩을 들고 있는 김진광 대표. 우유팩은 선별업체가 기피하는 품목 중 하나다.
 우유팩을 들고 있는 김진광 대표. 우유팩은 선별업체가 기피하는 품목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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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을 옮기는데 눈 앞에 맛김 봉지가 잔뜩 흩어져 있다. EPR 대상 품목 중 하나다.

회사 측에서 가장 골치가 아픈 쓰레기는 EPR 대상 품목과 종이팩이다. 손길이 많이 가지만 막상 모아놓으면 무게는 얼마 나가지 않는다. 공은 많이 들지만 이익이 생기지 않으니 사업하는 입장에선 가장 나쁜 품목인 셈이다. 종이팩이 따로 재활용되지 않고 파지에 섞여 처리되는 일이 빈번한 이유다.

필름류 포장지는 선별해서 공장에 갖다주면 된다. 하지만 철저히 하는 편은 아니다. 처리 비용 때문이다.

공장에 가져가면 ㎏당 20원을 받는다. 김진광 대표는 선별비·압축비·운반비 등을 생각하면 오히려 적자라고 보고 있다.

김 대표에게 "단가를 높이면 되지 않냐"고 말했다. 김 대표가 별 말을 하지 않는다. 그게 현실적 대안이 되지 않음을 아는 눈치다. 정확히 골라내는 품값을 받으려면 아마 PET병의 몇배를 받아야 할 것이다.

아무래도 가장 실현성 있는 대안은 버리는 단계에서 EPR 품목과 종이팩만 따로 모으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별업체에서는 따로 고르는 데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김 대표에게 생각을 말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각 가정이나 아파트에 분리수거통 숫자가 늘어나야 한다. 그만큼 공간을 더 차지하게 되니 불편할 수밖에 없다. 처리업체는 편리하지만 수거업체는 불편할 수도 있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지점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서울행 전철에 몸을 실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태그:#쓰레기,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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