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계가 위기라고들 말하지만 오히려 그럴 수록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영화를 찍는 사람들이 있다. 대중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작품은 오히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현 시점에서 무엇보다 소중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작품을 마음 속 깊이 기대하며 기다려야 한다. 보는 건 눈이지만 심장으로 꼭 느껴야할 하반기에 개봉될 10편의 작품을 소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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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개봉영화 ①] <궤도>(감독 김광호, 출연 최금호·장소연)

세상과의 소통이라곤 애당초 없어 보이는 남자에게 말 못하는 여자가 찾아온다. 하지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결핍되어 있는 남자에겐 여자는 오히려 부담스러운 존재일 뿐이다.

감독은 희망조차 찾아볼 수 없는 주인공의 누추한 삶을 통해 비극적인 생의 끝은 무엇인가를 절실히 보여준다. <궤도>는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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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개봉영화 ②] <여기보다 어딘가에>(감독 이승영, 출연 유하준·차수연)

'청춘'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보고 싶은 것도 많지만 쉽게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 수가 없다. 지리멸렬한 이 청춘의 모습을 20대를 훌쩍 넘은 서울 '홍대'라는 지극히 익명적인 공간 안에서 그려내고 있는 작품. '음악'으로 자신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점또한 흥미롭다. 8월에 개봉 예정.


[하반기 개봉영화 ③] <이리>(감독 장률, 출연 윤진서·엄태웅)

인상적인 데뷔작 <당시>에 이어 <망종> <경계> 등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재중동포 장률 감독의 작품. 지금은 사라진 지명인 '이리'를 배경으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여인의 모습을 그린다. 처음으로 '한국'이라는 장률 본인에게는 아직까지 낯선 공간을 찍은 그 모습이 어떨지 사뭇 궁금해진다. <이리>과 쌍을 이루는 <중경>은 6월 26일 개봉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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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개봉영화 ④] <사과>(감독 강이관, 출연 문소리·김태우)

2005년 5월 개봉예정이었던 <사과>는 꾸준한 개봉연기 속에 3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야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첫사랑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사랑을 기다리는 여인의 모습이 강이관 감독의 섬세한 화면에 그려진다. 오랜동안 보지 못했던 정통 멜로를 기다렸던 이들에겐 단비와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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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개봉영화 ⑤] <비몽>(감독 김기덕, 출연 오다리기 조·이나영)

영화로 꿈꾸는 감독 김기덕의 15번째 작품은 '슬픈 꿈'이다. 오다리기 조와 이나영이라는 조합은 다른 무엇보다도 좋아보인다. 더불어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대해서 꾸준하게 탐미하며 고민했던 감독의 흔적이 이번 작품에서는 또 어떻게 녹아들어 있을까 궁금하다. 개봉은 아쉽게도 베니스 영화제 이후가 될 전망이다.

[하반기 개봉영화 ⑥] <홍당무>(감독 이경미, 출연 공효진·이종혁)

<잘돼가? 무엇이든>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감독 이경미도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그녀가 오랜 기다림 끝에 든든한 지원자 박찬욱의 도움으로 장편 데뷔를 하게 되었다. 고질적인 사회문제를 두여자의 연대로 긴장감 있게 구성했던 단편에서의 재능을 어떻게 확장시켰을지 벌써 기대된다.

[하반기 개봉영화 ⑦] <멋진 하루>(감독 이윤기, 출연 전도연·하정우)

이번에는 '전도연'이다. 매 작품마다 여성연기자의 숨은 연기력을 발견해 내었던 이윤기가 세계가 인정하는 '전도연'을 만났다. 더불어 '하정우'까지. 말할 필요없이 <멋진 하루>는 배우의 힘이 가지는 모든 것에 대한 결과물이다. 여기에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여성의 모습을 일관되게 담아온 이윤기의 연출력까지 합쳐진다면 굉장한 작품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

[하반기 개봉영화 ⑧] <탈주>(감독 이송희일, 출연 진이한·이영훈·손철민)

<후회하지 않아>로 독립장편의 가능성을 확인해 주었던 이송희일의 2번째 작품. 탈영할 수밖에 없었던 군인들의 밤과 낮. 어쩌면 금지된 소재일 수도 있는 '탈영'에 관한 진지한 관찰과 시선이 2번째 작품에서는 더 깊어지기를 바란다.

[하반기 개봉영화 ⑨] <반두비>(감독 신동일, 출연 미정)

매력적인 작품을 2편씩이나 만들고도 개봉과는 연이 별로 없었던 신동일 감독은 이번에는 아예 제작사를 직접 차리고 나섰다. 본인 스스로 <방문자2>라고도 말하는 이번 작품 역시 사람과 사람과의 깊이 있는 관계 혹은 그 이상이다.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는 몇 안되는 감독답게 이주노동자의 모습이 그의 카메라에 담겨질 모습을 이번에는 좀 더 빨리 극장에서 볼 수 있길 바란다.

[하반기 개봉영화 ⑩] <오이시맨>(감독 김정중, 출연 이케와키 치즈루·정유미)

<허스>를 내놓았던 순간부터 기대되는 감독으로 소문났었던 김정중의 작품. 원래는 용이감독이 연출을 맡기로 했으나 사정상 김정중 감독이 찍게 되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이케와키 치즈루와 <사랑니> <가족의 탄생>의 정유미의 출연만으로도 김정중의 어깨를 든든하게 했을 것이다.

하반기 기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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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전주국제영화제 관객평론가 2008 시네마디지털서울 관객심사단 2009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관객심사단 2010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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