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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3일로 취임 100일을 맞습니다. '경제 살리기'에 대한 높은 기대를 안고 출발한 이명박 정권은 국민의 뜻을 무시한 자세와 미숙한 국정운영으로 벌써부터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있습니다. '영어몰입교육' 논란과 '강부자 내각' 시비에 이어 주특기로 내세웠던 경제정책도 방향감을 잃고 흔들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졸속 협상에 의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로 민심은 폭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출범 100일 밖에 안 되는 정권이 위기에 처한 이유가 무엇인지, 전문가와 시민기자들의 기사를 통해 진단합니다.  <편집자주>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 온 나라를 들썩이며 소통을 외면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수위 조절이 힘들 지경에 이르렀다. 나라는 촛불로 환하고,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을 맞이하는 대통령에겐 '탄핵, 퇴진, 하야'라는 단어들이 그림자처럼 붙어 다닌다.

 

다른 무엇보다 '어륀지 파동'으로 시작된 영어몰입교육부터 4·15 학교자율화조치까지 교육 현장을 휩쓴 이명박 정부의 '쓰나미'급 교육 정책들로 교사·학생·학부모는 사실상 넋이 나간 상태다. 정부의 시각으로 표현하자면 '자율과 경쟁의 하모니'쯤 될까?

 

결국 10대 학생들이 촛불문화제에 나가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고, "대통령이 싫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아무 곳에서나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교사들의 육성을 들어 보았다. 교사들의 시선을 통해 10대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하려 노력하는 것도 100일을 맞는 이명박 정부에 필요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난 29일 중·고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현직 교사 6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6명의 교사들은 학생들이 반 이명박 정서로 가득 차 있다는 데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과 10대들의 촛불문화제 참여 현상 등에 대해 말한 것들을 정리하여 싣는다.

 

급식과 대통령, 둘 다 거부하는 아이들

 

 

문성후(중학교 국어 교사):  "우선 학교 급식 신청자가 줄었다. 하루는 돼지고기 육개장이 나왔는데 아이들이 '이거 쇠고기 아니냐'며 안 먹는 일도 생겼다. 아이들의 반감이 생각보다 심하다. 아이들이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버린 것 같다."

 

김동건(중학교 기술·가정 교사): "수업 중에 갑자기 중3 학생 하나가 ('이명박 대통령'도 아니고) '나는 명박이가 싫어요' 했다. 그러니까 다른 아이들도 '와~'하고 호응을 했다. 중2 수업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 황당하고 놀랐다. 우리도 급식 시간에 육류가 나오면 '선생님 저 (급식) 안 먹었어요!'하는 아이들이 여럿 있다. 아이들한테서 먹는 즐거움을 빼앗아갔다. 서글프다."

 

김성경(중학교 역사 교사): "영어몰입교육이 나올 때만 해도 이 정도의 반응은 아니었다. 미국산 쇠고기 건이 터지면서 아이들도 달아올랐다. 단순히 분위기에 휩쓸린 게 아니라 사실 관계를 자세히 안다. 자신들이 수집한 정보에 근거해 비판하고 있다."

 

정일균(고등학교 국어 교사): "지난 대선 무렵 고2 학생들에게 어떤 후보를 찍고 싶냐고 물었다. 대체로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다. 추진력이 있고,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랬던 아이들이 몇 달 사이에 무섭게 욕한다. 중학교는 영어몰입교육 나오면서, 고등학교는 4·15 학교 자율화 조치 발표 이후부터 아이들의 관심이 더 커진 것 같다. 자율이란 이름 아래 더욱 강압적이 돼 버린 학교 분위기에서 학생들은 이명박 정부 교육 정책의 피해자가 자신들이라는 불만을 갖게 된 것 같다."

 

박종철(중학교 영어 교사): "텔레비전을 보다가 초등학교 6학년인 막내가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오는 '상근이'라는 견공을 일러 '○박이~, ○박이~'했다. 그래서 '너 대통령한테 그렇게 말하면 잡혀 가!' 했더니 '우리반 애들 다 그래요' 하더라."

 

이명박 정부 백일, 아이들은 세 번 죽었다

 

노수안(고등학교 사회 교사): "대입 준비하는 고교생들은 기본적으로 TV 뉴스나 신문 사설 같은 거 챙겨본다. 작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부시 면담이 성사되지 않았을 때 아이들이 '웃긴다'는 반응을 보였다. 4·15 학교 자율화 조치 발표 이후 우리반(고1) 녀석이 아침에 등교하더니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엄마가 이제 꼴통은 꼴통끼리 공부해야 된대요. 그러니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시더라구요. 정말이에요?'

 

또 내가 버스로 출퇴근을 하는데, 버스 안에서 고교생들이 '어제 이런 일 있었다며?'하고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들의 말을 들어 보면 광우병은 먹을거리여서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 같다. 그래서 분노하고 관심이 높다. 대통령의 말 바꾸기와 배신감에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

 

김동건: "촛불문화제가 10대들의 의사소통 구조를 만들어 준 것 같다. 평소 수업시간에는 아이들이 질문이나 발표를 잘 안한다. 그런데 광우병 이야기는 벌떼처럼 난리가 난다. 광우병=죽음이라는 것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표출하는 것 같다. 그런 공감대가 아이들에겐 있다."

 

김성경: "취임 후 몇 달 만에 드러난 명백한 사실 앞에서 아이들의 판단력이 발휘됐다. 당위성을 가지고 (촛불문화제에) 나올 수밖에 없다. 진보 세력이 아이들 이용한다는 말도 있는데 보수가 더 심하다. 교과서까지 왜곡된 논리로 바꿔가며 통제하려 하면서 진보에게 그런 덤터기 씌워서는 안 된다.

 

보수에서 말하는 소위 '잃어버린 10년'의 혜택(?)을 보고 자란 게 지금의 10대다. 몸으로 민주주의를 체득한 세대다. 그들에게 학교는 완전히 닫힌 공간이라 항거하기 힘들지만 광장은 열린 공간이라 마음 놓고 거리로 나온 것이다."

 

노수안: "우리 학교에 원어민 교사가 있는데 광우병 논란이 생기자 아이들이 그에게 물었다. 원어민 교사가 미국 소는 자신도 안 먹는다고 하니 안전하다는 정부 발표는 변명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흥분하는 이유다."

 

김동건: "이명박 정부 두 달 만에 아이들은 크게 세 번 죽었다. ① 영어몰입교육 ② 4·15학교 자율화 조치 ③ 광우병 쇠고기 파동이 그것이다. 그로 인해 학교는 통제와 억압이 강화됐고 먹을거리는 더욱 부실해졌다. 아이들이 분노하는 건 당연하다."

 

중고생 저항, '비상식'적인 이명박 정부 때문

 

박종철: "아이들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 기준이 어른보다 미성숙하다는 건 어른들의 잘못된 생각이다. 어른들은 이해득실을 계산한 후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만 아이들은 순수한 감성으로 판단한다. 그것이 훨씬 힘이 세다."

 

김성경: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것으로 세상을 판단한다. 고교 때 박정희의 죽음을 맞은 우리 세대와 지금 세대는 이데올로기가 전혀 다르다. 우리 기준에 아이들을 끼워 넣어 해석하려 해서는 안 된다."

 

김동건: "요즘 아이들은 '옳다/그르다'의 문제보다 '좋다/싫다'에 더욱 민감하다. 영어몰입교육이나 광우병 쇠고기 문제는 옳고 그름의 어떤 것이 아니라 죽어도 '싫은' 것이다. 그래서 그토록 싫은 것을 먹으라고 막무가내로 강요하는 대통령도 싫은 것이다."

 

정일균: "아이들이 왜 반 이명박 정서를 갖게 되었나 하는 걸 아이들의 특성에서 찾을 게 아니다. 중고생이 보기에도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이 비상식적이기 때문이다."

 

김성경: "어른들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적 없고 지지해 준 어른도 드물다. 그러나 옳고 그름을 가르치면 아이들은 훌륭히 판단한다. 좋고 싫음의 문제가 옳고 그름의 광장으로 나올 수 있어야 한다."


태그:#취임 100일, #촛불문화제, #광우병,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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