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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3일로 취임 100일을 맞습니다. '경제 살리기'에 대한 높은 기대를 안고 출발한 이명박 정권은 국민의 뜻을 무시한 자세와 미숙한 국정운영으로 벌써부터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있습니다. '영어몰입교육' 논란과 '강부자 내각' 시비에 이어 주특기로 내세웠던 경제정책도 방향감을 잃고 흔들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졸속 협상에 의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로 민심은 폭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출범 100일 밖에 안 되는 정권이 위기에 처한 이유가 무엇인지, 전문가와 시민기자들의 기사를 통해 진단합니다.  <편집자주>

이명박 정권 100일.

 

한 마디로 남은 임기 동안 또 무슨 일들이 터질까 대략난감하고 두렵다. 대략난감하고 두려운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라 첫째로, 사고가 터지면 결국 사고 수습을 해야 할 당사자들은 국민들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과연 이명박 정권이 밀어붙이기로 강행하는 일들이 잘못되었을 때 수습을 할 수나 있는 일인가 싶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친 사고로 후손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이 너무도 클 것만 같은 불안감은 당대를 살아가는 성인으로서, 이명박 정권을 선택하는 자리에서 소외되었던 청소년들이나 자녀들에게 큰 죄를 진 것만 같아 부끄러움으로 다가온다.

 

이명박 지지율이 20%대까지 하락했다고 하는데, 나는 여전히 이명박 정권을 지지하는 그 20%가 도대체 누구일까 심히 궁금하다.

 

이명박 정권 100일, 행복지수 올라간 분들은 누구일까?

 

1987년 6월 항쟁 이후 처음으로 '독재 타도!' 구호가 나오고 연일 밤샘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국민들은 이명박 정권이 태동한 이후 그리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행복할 수 없는 조짐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으니 아우성치는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여전히 행복한 사람들, 행복지수가 올라가고 있는 분들이 있으니 측근들과 이런저런 정책으로 서민들의 하락하는 삶의 질과는 상관없는 분들이다.

 

휘발유값 경유값 올라가도 별 부담을 느끼지 못하는 부자들, 고환율 정책으로 이익을 보는 대기업, 미친소가 들어와도 값비싼 한우를 맘껏 먹을 수 있는 분들, 웬만한 불법도 좀도둑이 아니면 관대하니 크게 해 먹은 분들, 돈 좀 있어 아이들 해외유학이나 국제학교 보내는 것은 별 문제 안 되는 분들, 몇백만 원짜리 고액과외 척척 시킬 수 있는 분들이야 그야말로 지상천국이 도래한 것이요, 오랜만에 마음껏 헤엄칠 수 있는 물을 만난 것이다. 그 분들의 행복지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을 것이다.

 

'20 대 80' 사회를 대변하듯 요렇게 행복지수 팍팍 올라간 20%는 여전히, 불행한 일이지만 임기 말기까지라도 변함없는 사랑을 이명박 정권에 보낼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은 그 20%대의 삶의 질을 더 높여주고, 그들의 행복지수를 채워주는 것이야말로 이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해야할 애국이라고 굳게 믿고 나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래저래 딴지를 거는 이들은 철없고, 자신들의 정치철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몰지각한 국민들이요, 계몽해야 할 대상이요, 이해시켜야 할 대상으로만 보일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사원이 된 것 같은 느낌?

 

이명박 정권 100일, 그 이전까지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신분의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는가 싶더니만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사원,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는 언제든지 상부의 지시를 받아야만 하는 평사원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사원들 감원하는 것은 기본이요, 노조라도 만들어 반발을 하면 해고 시키는 기업. '모든 사원을 가족 같이!'라는 슬로건은 있으나 '기업은 망해도 사장은 절대로 망하지 않는' 이상한 구조의 기업풍토가 엄연한데 딱 요런 기업의 평사원이 된 듯한 기분이다. 그리고 회사에서 임원이 되지 못한 것은 순전히 개인의 능력탓이니 남을 원망할 것도 없다고 세뇌당하고 있는 것만 같다. 조금이라도 의구심을 품으면 "내 다 겪어봐서 알어! 난 한 번 한다면 끝까지 하는 사람이야, 무조건 따라오라고. 다 잘될 터이니"한다.

 

곱씹어보고 또 곱씹어봐도 이게 아닌데 하면 "그게 아녀? 그럼 말고. 그럼 이건 어뗘?"하고 똑같은 내용을 말만 바꿔치기해서 그럴 듯하게 포장을 한다. 그리고 "내용은 그것이지만 사원이 이 정도에서는 눈감아주는 것이 예의 아니여? 정말 싸가지 없는 사원이 되고 싶어 그러는 거여?"라고 협박을 한다. 무조건 따라오는 것만이 대한민국이라는 기업을 살리는 것이라고 청사진을 제시하고, 수긍하지 못하면 몇 백번이라도 설득을 하고야 말겠다는 불도저 사장 밑에서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사원은 대략난감하다.

 

이명박 정권 100일, 해피한가요?

 

동물들이 GMO(유전자조작식품)를 본능적으로 먹지 않는다고 하더니만 아이들도 본능적으로 이명박 정권이 하는 일들이 자신들에게 어떤 일로 다가올지를 안 것일까? 이번 촛불집회는 청소년들 중심으로 시작이 되었고, 감히 한 나라의 대통령에게 초딩들까지 막말을 해대니 옛날 같으면 국가원수모독죄로 몰렸을 일이다.

 

아이들이 이러니 어쨌든 지난 대선에서 표를 주었든 안 주었든 결과적으로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앉혀놓은 어른이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지 못하겠다. 하겠다는 일들이 임기 내에 문제가 생기고, 임기 말년이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지도를 바꿀만한 거창한 일이거나 백년대계를 내다봐야할 일들이다.

 

결국 지금은 유권자도 아닌 아이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일들을 강행하겠다고 하니 그네들의 말대로 철부지(?) 아이들이 나선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배후조종설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정말 그들은 모르는 것일까? 요즘 일련의 사태를 주도하는 배후를 정말 모르는 것일까? 설마.

 

'어쩌겠어, 아쉽지만 당선이 되었으니 가야지. 대통령 혼자 정치하는 것도 아닌데…….'

 

요게 솔직한 내 심정이었다.

 

그런데 가만 그 면면을 살펴보니 다들 대통령 입만 쳐다보고 있고, 측근들은 이구동성 대통령의 속내에 있는 말을 해서 점수 팍팍 따고 싶은데 그 속내를 몰라 헛다리 짚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니 이를 어쩔꼬. 쓴소리하는 측근은 없고, '한 번 하겠다면 끝까지 한다'는 그의 CEO 시절 경영철학을 그대로 고수하게 하니 이런 답답한 노릇이 어디 있는가?

 

그나저나, 정말 그가 성공한 CEO였는가?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지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이명박 정권 100일, 나는 하루가 천년 같이 느껴진다. 지금같이 국정을 이끌어간다면 남은 임기를 가늠하기조차 싫을 정도로 두렵기만 하다.


태그:#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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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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