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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과 같은 쇠고기를 먹기 때문에 우리도 안전하다는 것은 유신시대 사대주의적 발상이다. 광우병 후진국인 미국의 쇠고기 기준은 결코 세계 안전 기준이 될 수 없다. 미국이 이라크와 베트남에서 사람들을 죽였으니까, 우리도 함께 사람을 죽여도 괜찮다는 식이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29일 정운천 농수산식품부 장관의 고시내용을 듣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우희종 교수는 "현 정부가 국민의 소리를 어떻게 이렇게까지 외면할 수 있는지 개인적으로 놀랐다"며 "오늘 발표내용은 그동안 국민이 제기했던 과학적 반론에 대한 해답이 전혀 없다"고 분개했다.

 

우 교수는 29일 저녁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국제관점에서 보자면, 미국의 광우병 쇠고기 기준이 결코 바람직한 게 아니다"며 "유럽과 일본은 훨씬 더 안전한 자신들의 기준을 만들어 광우병 위험에 대처하고 있는데 '미국이 괜찮으니까 우리도 괜찮다' 식은 낡은 인식"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우 교수는 "미국의 도축시설을 돌아보고 온 사람들의 말을 종합하면 결코 미국의 도축시설이 안전하지 않다"며 "광우병은 단순히 뜨거운 물로 세척한다고 해서 병원성이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고압세척했으니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조사단이 광우병에 대한 상식이 없다는 징표"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우 교수는 "현재 새 수입위생조건에 따르면 SRM(광우병특정위험물질)에 대한 원천봉쇄가 불가능하다"며 "정부는 국민들이 SRM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과학적 증거를 갖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다음은 우희종 교수와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칼날 고압세척했으니 안전하다? 상식이 없다"

 

- 정부가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장관고시를 강행했다. 총평을 부탁한다.

"현 정부가 국민의 소리를 어떻게 이렇게까지 외면할 수 있는지 개인적으로 놀랍다. 오늘 발표한 내용을 보면 그동안 국민들이 제기했던 과학적 문제제기와 반론에 대해 전혀 해답이 없다. 따라서 어떻게 대한민국 정부가 이렇게까지 국민의 안전과 생명권에 대한 인식이 없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정운천 농수산식품부 장관은 '미국의 내수용과 동일한 쇠고기가 한국 식탁에 오른다, 따라서 안전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설령 이 말을 믿는다 해도, 국제관점에서 보자면 미국의 광우병 쇠고기 기준이 결코 바람직한 게 아니다. 미국인과 같은 쇠고기를 먹기 때문에 우리 국민도 괜찮다는 것은 사대주의적 발상이다. 미국의 광우병 쇠고기 기준은 결코 세계안전의 기준이 될 수 없다. 광우병과 관련해 미국은 후진국에 속한다.

 

따라서 미국과 동일한 쇠고기를 먹기 때문에 한국도 안전하다는 발상은 유신시대 구시대적 발상이다. 유럽과 일본은 훨씬 더 안전한 자신들의 기준을 만들어서 광우병 위험에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이 괜찮으니까 우리도 괜찮다는 식이다. 이것은 미국이 이라크와 베트남에서 사람들을 죽였으니까 우리도 함께 사람을 죽여도 괜찮다는 식이다.

 

어떻게 한 국가의 장관이 이런 발상을 할 수 있는지, 그런 논리와 발상은 교육적으로도 매우 좋지 않다. 더 이상 미국인이 세계의 표준이라는 생각은 해서는 안 된다. 사대주의적 낡은 방식으로 자라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려 드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 국내 검역관을 주미대사관이나 주요 영사관에 파견해 미국내 육류 도축작업장에서 직접 월령을 구분해 도축하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미국의 도축시설을 돌아보고 온 사람들의 말을 종합하면 결코 미국의 도축시설이 안전하지 않다. 일부 도축장에서는 도축한 칼날을 고압세척해서 다시 사용한다고 했는데,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결코 해서는 안 될 말이다. 광우병에 대한 상식이 없다는 증거다.

 

이번에 미국의 도축시설을 보고온 분들은 광우병 원인물질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이 없는 사람들이다. 광우병은 단순히 뜨거운 물로 세척한다고 해서 병원성이 없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물질을 엄격히 분리하라고 주장하는 거다. 고압세척했으니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이번에 미국 갔던 분들이 광우병에 대한 상식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징표다."

 

- 정부는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SRM)의 반입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또 학교급식 등 단체급식에서 원산지 표시를 강화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는데, 이런 조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그 말이 성립된다면 그렇게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새 수입위생조건에 따르면 SRM(광우병특정위험물질)에 대한 원천봉쇄가 불가능하다. 광우병이 발생한 소에서 어디가 가장 위험한 부위인지에 대해서는 이미 유럽 등에 과학적 검토가 잘 돼 있다.

 

유럽의 예로 볼 때 30개월 미만의 쇠고기에서 편도와 회장 일부를 제거한 창자와 두개골·머리·척수 등이 모두 수입된다. 그러나 이것은 유럽의 기준으로 볼 때 모두 SRM에 해당된다. 따라서 국내 들어오는 미국산 쇠고기의 SRM 원천봉쇄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나는 정부에 과학적 증거를 달라고 요구하고 싶다. 광우병 연구에서 가장 후진국인 미국의 기준을 갖고 SRM 부위를 규정하고 원천봉쇄한다는 것은 이미 유럽이나 일본에 그렇지 않다는 자료가 무수히 많은데도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격이다."

 

- 광우병 위험 부위를 안전하게 제거한 고급육이 수입될 것이라는 게 농수산식품부의 입장인데, 현실적으로 어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나.

"새 수입위생조건에 따르면, 소의 내장도 들어오게 된다. 좋은 고기가 들어온다는 게 SRM 위험을 없애는 조건이 아니다. 정부는 고급육이 수입된다는 점을 마치 생색내듯 말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돈을 주고 사오는 고기인데 좋은 고기가 들어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은 소의 창자(곱창)를 많이 먹는다.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우리 국민의 식생활문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처다. 더욱이 국민들은 SRM 부위가 어느 정도로 위험한지 잘 모른다. EU(유럽연합)은 SRM과 접촉만 해도 그 모든 물질은 SRM으로 규정하라는 단서조항이 있다.

 

검역을 보면 소의 혀나 편도는 가공단계에서 분리한다고 하지만, 이미 그 주위물질은 다 오염된 상태로 보면 된다. 마치 이렇게 수입위생조건을 고시하고도 국민 건강권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너무나 허술한 얘기를 해놓고, 국민들이 모른다고 그냥 진행하는 것과 같다."

 

"정부가 국민 안전 협박하는데, 불복종운동 당연하다"

 

- 새 수입위생조건 발효 후 첫 90일간은 미국정부가 승인한 곳에서 우리 검역관이 별도로 월령구분과 SRM 등이 정확히 가려지는지 보고 승인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는데, 이것으로 국민이 깨끗하고 안전한 쇠고기를 먹을 수 있는 방책이 되는 건가.

"허울 좋은 얘기다. 이미 30개월령으로 해서 그 이상은 쇠고기만 들어오고 그 이하는 편도와 회장 끝만 제외하고 들어온다. 그것은 이미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조처다. 정 장관과 농수산식품부 관계자들이 말하는 것은 미국의 기준을 잘 이행하는지 보겠다는 건대, 잘 봐야 의미가 없다는 게다.

 

유럽과 일본을 포함해 우리의 수입위생조건이 정말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정부는 과학적 증거를 대야 한다. 처음에 정부는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을 주장했다. 그러나 오늘은 정부 스스로 말을 바꿔 미국이 안전하니까 우리도 안전하다는 식으로 말했다.

 

결국 정부는 말 바꾸기로 모든 걸 미국이 원하는대로 맞춰주고 있다. 그래놓고 미국이 도축장에서 제대로 잘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하는 것은 국민호도용 발언이다. 당연한 걸 당연히 하는 것뿐이면서 웬 생색이냐. 이번 협상조건이 갖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전혀 해법이 나와 있지 않는 잘못된 위생조건이다."

 

- 시민불복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스스로 닭장차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이런 시민불복종운동은 2000년 총선연대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나.

"국민불복종운동은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할 정부가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자국민의 안전을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조건으로 협박한다는 것은 사실 상식 밖의 행동이다. 이 운동은 구시대적 발상으로 미국의 입장만 대변하는 정부의 자세와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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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미국산 쇠고기, #우희종 서울대 교수, #장관고시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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