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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안전성에 대한 국민 불신이 여전한 가운데, 이르면 다음 달부터 소의 나이와 상관없이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을 제외한 모든 부위의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된다.

 

애초 '30개월 미만의 살코기'만 수입되던 것에 비하면 크게 완화된 것이다. 특히 광우병 위험이 높은 30개월 이상 쇠고기와 내장 등 부산물 등도 국내 식탁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이같은 내용은 정부가 29일 오후 내놓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최종고시안에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를 둘러싼 검역주권과 안전성 논란에 대해 고시안 부칙 조항 등 일부를 수정하고, 국내 검역 강화 방안 등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검역 강화 내용만으로는 국민의 광우병 우려를 해소하기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게다가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정부가 고시를 강행함으로써, 미국과의 재협상은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정부의 이번 발표에도 검역주권 포기와 광우병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시민들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새로운 내용 없이 사실상 고시안 강행, 검역주권 등 논란 여전

 

정부가 이날 내놓은 새로운 쇠고기 수입조건 고시안은 이미 알려진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 미국산 쇠고기 안전관리 대책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다.

 

정부는 이번 고시안 부칙에 최근 한미 간 추가 협의를 통해 합의한 광우병 발생 시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는 것과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기준을 미국과 한국이 동일하게 맞추는 것을 추가했다.

 

하지만 정부의 수입 중단 명문화에도, 고시안에는 '가트 협정에 따른 필요 조치를 취할 권리'로 원론적인 입장만 담겨 있다.

 

이마저도 미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때'라는 조건이 있는 등 '즉각적인 수입 중단'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고시안에 따라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와 함께 내장이나 우족 등 각종 부산물 등도 수입된다. 또 30개월 미만 쇠고기에는 뇌·눈·척수·머리뼈 등 SRM이 있어도 국내 식탁에 오를 수 있게 됐다. 미국 학교급식에서도 금지돼 있는 선진회수육(AMR)도 수입도 원천적으로 허용됐다.

 

정부는 수입위생조건 발효 후 특별점검반을 미국 내 수출작업장에 보내 현장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위생조건 발효 후 90일 동안 새로운 수출작업장에 대해선 우리나라 검역관이 위생관리 실태 등을 확인 후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90일이 지난 후에는 이같은 검역장 승인권은 미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시민사회단체 쪽에선 '30개월 이상 연령이 폐지된 만큼 도축장 등 미국 내 작업장에 대한 승인권을 우리 정부가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입재개 후 6개월 동안 3%만 정밀검사, 97%는 그대로

 

농식품부가 이날 내놓은 미국산 쇠고기 안전관리 역시 국민의 광우병 우려를 불식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수입재개 후 6개월 동안 해당 제품을 뜯어보는 검사(현물검사) 비율을 1%에서 3%로 올려서 광우병특정위험물질이 혼합돼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 식습관과 관련이 높은 미국산 소의 혀와 내장 등 부산물의 경우 해동검사나 현미경 검사를 실시하고, 티본스테이크의 경우 모든 상자에 연령 표시를 하도록 했다.

 

하지만 3%의 샘플을 6개월 동안 검사하는 것 자체가 자칫 부실한 검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정부는 6개월 동안 샘플 검사에서 위생조건 위반 사항 등이 미비할 경우, 조사비율을 다시 1%로 내린다는 방침이다.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3%만 샘플링으로 검사하는 것은 다시 말해 97%는 그대로 들여오게 된다는 것"이라며 "SRM 자체를 들여오지 않는 것이 맞지만, 현재와 같은 검사방법으로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또 적은 샘플뿐 아니라, SRM인 회장원위부(소장 끝부분)가 곱창 부위에 섞여 있는지는 눈으로 확인하기가 불가능하다. 또 현미경 검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전국 검사장비와 검사인력 등을 감안하면 부실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여전하다.

 

 

5분 발표 동안 사과 2번하고 회견장 빠져나간 정운천 장관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은 이날 오후 4시 과천청사에서 가진 회견에서 "지난달 18일 미국과 합의한 쇠고기 수입위생조건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큰 걱정을 끼쳐드려 참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정 장관은 이어 "외교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국 측과 재협상에 가까운 추가 협의를 했다"면서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할 경우 수입중단 등의 조치를 명문화했고, 특정위험물질의 기준은 미국 내 수용과 동일하게 하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 장관은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과 유통을 철저히 관리해 국민 건강과 식탁의 안전만큼은 확실히 지키겠다"면서 모든 음식점의 국내 쇠고기 원산지 표시와 국내 축산 농가 대책 등을 발표했다.

 

그는 마지막에 "쇠고기 문제를 통해 국민 여러분께서 보여주신 식품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깊이 인식하게 됐다"면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5분 동안의 인사말을 끝내고, 기자들의 질의는 받지 않은 채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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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미국산?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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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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