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위팀의 홈구장에서 7위 원정팀과 갖는 경기. 프로야구가 아무리 요즘 인기를 끌고 있다지만 이정도 성적을 올리는 팀들끼리의 대결에 관심이 쏠리기는 어렵다. 그런데 그 상대가 LG와 KIA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지난 1983년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MBC청룡과 해태타이거스를 각각 인수한 두 팀은 90년대 단골 포스트시즌 대결팀이었다. 두 팀이 맞붙는 잠실 3연전은 '예비 한국시리즈'로 불리곤 했다.

 

그러나 2002년 이후 LG가 포스트시즌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KIA역시 8,90년대의 명성에 비해 턱없는 모자란 성적을 올리고 있는 상황. 하지만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두 팀의 대결은 잠실구장으로 야구팬들을 불러모을 것으로 보인다.

 

23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이번 잠실 3연전에서 다음 다섯가지에 관심을 가진다면, 경기를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1. 너를 넘어야 내가 산다

 

전체시즌의 1/3가량을 소화한 페넌트레이스에서 두팀이 현재의 순위에 만족할 리 없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위해선 이번 3연전에서 반드시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 내심 3연승을 거둬야 할지도 모른다. 무정한 스케줄 때문이다.

 

이번 잠실 3연전이 끝나면 LG는 방망이에 물이 오른 두산과 잠실라이벌전을 치른 뒤 올시즌 상대전적이 1승 5패인 한화를 만나야 한다. KIA는 올시즌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선두 SK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하고 주말에는 2위팀 두산과 맞붙기 위해 다시 잠실을 방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잠실 3연전에서 밀리는 팀은 일찌감치 이번 시즌을 접어야 할지 모른다.

 

두 팀의 투수로테이션을 고려했을 때 예상되는 선발투수는 23일(금) 봉중근 vs. 이대진, 24일(토) 이승호 vs. 이범석, 25일(일) 정찬헌 vs. 윤석민이다. 현재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간 맞대결이 불가피하다. 그야말로 용호상박 그 자체다.

 

2. KIA의 복수가 가능할까?

 

두 팀의 최근경기는 바로 지난 주말 광주에서 펼쳐졌다. 결과는 2승1패로 LG의 승. LG는 17일 토요일 경기에 외국인선수 좌타자 페타지니가 합류하면서 팀도 승리하였고, 18일에는 11점을 획득하는 타격 호조 속에 2연승을 거뒀다. KIA에게는 뼈아픈 패배였다. 현재 꼴찌에 머물고 있는 LG가 상대전적에서 유일하게 앞서는(4승2패) 팀도 다름아닌 KIA이다.

 

여기에 LG 이대형의 이른바 '사인 훔쳐보기' 논란으로 18일 경기에서는 두 팀간 빈볼시비가 발생, 두 팀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몰려나오는 신경전을 연출했다. KIA의 투수 임준혁은 이 과정에서 이대형을 밀쳐 넘어트리며 퇴장까지 당한 바 있다. 문제는 이러한 논란이 현재진형형이라는 것.

 

두 팀은 현재까지도 상대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기에 그것도 1주일만에 다시 만났으니 긴장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임준혁은 현재 KIA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셋업맨이다. 따라서 LG의 1번타자 이대형과의 재회는 횟수의 문제일 뿐이다. 

 

3. 불방망이와 불구원진의 대결?

 

KIA는 이번 3연전에 차포를 떼고 임해야 한다. 이용규와 장성호가 없기 때문이다. 비록 그간 부진했던 이종범이 살아나고 있고, 김원섭이 3할5푼5리로 당당히 타격 2위에 오른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지표지만 두 선수가 없는 현재의 타선으로는 상대팀에게 위협을 주기 어렵다. 특히 마땅한 4번타자가 없다는 점이 눈에 거슬린다. 팀홈런 14개, 장타율 3할5푼7리로 8개구단중 꼴찌에 불과한 공격력이 KIA의 현주소이다.

 

LG는 어떠한가? 팀방어율 5.0는 8개구단 중 최하위. 특히 선발보다도 구원진의 부진이 뼈아프다. 국가대표팀에서도 활약했던 우규민의 부진을 정재복으로 대체하기에는 중량감이 다소 떨어진다. 반면 KIA에는 한기주라는 특급 마무리가 건재하다. 넓은 잠실구장에서 펼쳐지는 3연전. 두팀의 방망이에 별다른 차별성이 없는 상황에서 경기는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고, 결국은 마무리싸움에서 승부가 갈릴 수 있다. LG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4. 페타지니의 잠실 데뷔전

 

이번 3연전은 페타지니의 잠실 데뷔전이다. 멕시코에서 우리나라로 날아온 뒤 광주, 대구 원정길에 바로 올랐던 페타지니에게 홈구장에서 갖는 데뷔전은 심리적인 안정을 가져와 훌륭한 성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KIA의 예상선발 이대진과 이범석은 지난주말 이미 구질을 경험한 바 있다. KIA의 입장에서도 경계대상 1호인 페타지니는 여간 껄끄럽지 않을 것이다.

 

5. 서울출신 김원섭, 윤석민과 광주출신 이대형, 정찬헌의 이색대결

 

정찬헌 (LG) 광주일고 출신의 정찬헌은 LG의 에이스로 부상했다

▲ 윤석민 (KIA) 윤석민은 LG의 훈련장이 있는 구리에서 야구를 시작했다 ⓒ KBO

프랜차이즈의 개념이 과거에 비해 희박해지긴 했지만 두 팀은 오랜 역사 속에 지역을 대표하는 프로야구 팀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 3연전에는 고향팀을 상대로 타향팀의 유니폼을 입고 뛰는 선수들이 투타의 주역으로 있어 흥미를 끈다.

 

KIA의 타격2위 김원섭은 배명고를 졸업한 서울토박이로 2001년 두산에서 데뷔했다. 2003년 KIA로 둥지를 옮긴 지 5년만에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특히 금년 잠실구장에서의 성적이 21타수 9안타, 4할2푼1리, 장타율 5할2푼4리, 출루율 5할2푼으로 OPS가 1.044에 달한다.

 

KIA의 에이스 윤석민은 LG의 훈련장이 있는 경기도 구리의 구리초등학교를 졸업하였다. 프로데뷔 이후 KIA의 에이스로 성장한 윤석민은 금년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경기성적은 7이닝 무실점에 방어율 0 이다. 그 상대는 다름아닌 LG였다.

 
정찬헌 (LG) 광주일고 출신의 정찬헌은 LG의 에이스로 부상했다

▲ 윤석민 (KIA) 윤석민은 LG의 훈련장이 있는 구리에서 야구를 시작했다 ⓒ KBO

LG의 1번타자 이대형은 무등중, 광주일고를 졸업한 광주 토박이다. 2003년 데뷔이후 빠른발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지난해에는 타율 3할8리 53도루로 호타준족을 과시했으며 이번시즌에도 타율 3할2리, 24도루로 그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넓은 잠실구장은 이대형에게는 홈그라운드 그 자체이다. 이번시즌 성공한 24개 도루중 13개는 잠실에서 성공한 것이다. 이대형의 단점은 1번타자 치고 출루율이 다소 낮은 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잠실구장에서는 유독 선구안이 더욱 좋아지는지 22개 4사구 중 12개를 잠실구장에서 골라낸 바 있다.

 

일요일 선발이 예상되는 정찬헌은 유력한 신인상 후보이면서 이대형의 광주일고 후배이기도 하다. 이번시즌 KIA와의 경기에는 두번 나왔지만 각각 한타자만 상대하고 말아 투구횟수는 2/3이닝. 현재 평균자책 2.11은 잠실구장에서는 1.93으로 더욱 낮아진다. 우리히어로스에게 6이닝 1실점, 삼성라이온즈에 7이닝 무실점의 호조를 이번 KIA전에도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2008.05.23 09:43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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