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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에 관한 정책을 소개한 영국 환경식품농림부 홈페이지.
 광우병에 관한 정책을 소개한 영국 환경식품농림부 홈페이지.
ⓒ http://www.defra.gov.uk/animalh/bse/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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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11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광우병(BSE) 발병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영국. 광우병을 발견한 지 벌써 20여년이 지났지만, 영국은 광우병과 지금도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해에만 해도 '인간광우병'인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vCJD)으로 5명이 사망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3명의 인간광우병 환자가 초조하게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영국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인간광우병의 원인 규명 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이 병의 정확한 잠복 기간과 형태 등 그 특징을 100% 밝혀내지는 못하고 있다. 또한 인간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는 영국 사람들의 수가 1만4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등 불안함은 여전하다.

20년 동안 확인된 사례만 18만 건... 초기엔 "문제없다"고만 강변한 영국 정부

영국에서는 공식적으로 18만여 건의 광우병 발생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영국 정부가 2006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86년부터 2005년 말까지 무려 18만909건의 광우병이 발생했다. 광우병이 기승을 부린 1990년대 초반에는 연간 3만5천건 이상의 광우병이 발생했다.

영국은 왜 이토록 오랫동안 광우병 확산을 막지 못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전례가 없던 광우병 발병에 허둥지둥하던 영국 정부가 초기에 안이하게 대처했던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영국 정부는 광우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던 때 "영국 쇠고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국민들을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 1990년 당시 존 메이저 보수당 정부의 농무부 장관 존 검머(John Gummer)는 자신의 네 살배기 딸과 함께 햄버거를 먹는 장면을 연출하기까지 했다.

광우병의 원인이 확실히 규명되지 않은 시점에서, 보수당 정부는 무작정 '영국 소는 안전하다'는 견해만 되풀이해서 시민들에게 전하려 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 후에도 광우병은 줄어들지 않았고, 그 결과 이 사건은 정부의 말을 무조건 신뢰할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서 영국인들에게 또렷이 기억되고 있다.

1990년 존 검머 당시 농무부 장관이 딸과 햄버거를 먹으며 쇠고기의 안전성을 일방적으로 홍보한 것을 비판하는 BBC 기사.
 1990년 존 검머 당시 농무부 장관이 딸과 햄버거를 먹으며 쇠고기의 안전성을 일방적으로 홍보한 것을 비판하는 BBC 기사.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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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정점에 이르렀던 광우병 발생은 200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초기에 안이하게 대처했던 영국 정부에서 이후 광우병에 걸리거나 발병이 의심되는 소를 대량 도살하고, 식용 소를 적극적으로 검사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말부터 소의 뇌와 척수·비장·편도선 등 내장의 소비를 금지시킨 영국 정부는 그 후 육골분이 포함된 사료 사용도 금지했다. 또한 소 뿐만 아니라 양과 염소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검사를 벌이고 있다.

이같은 영국 정부의 노력이 국민들이 어느 정도 안심하고 쇠고기를 먹을 수 있는 상황으로 이어진 건 불과 수년 전이다. 요크에 사는 크리스 울리(70)씨는 "2000년대에 들어서야 쇠고기를 어느 정도 믿고 먹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광우병 발생이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영국에서 광우병 자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니다. 영국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영국 정부에서 54만7366마리의 소 등을 테스트했을 때도 164마리에서 BSE 양성 반응이 나타났다.

동물성 사료 금지 등 조치 후 광우병 줄긴 했지만...

이처럼 광우병 발생 자체는 크게 줄었지만, 인간광우병은 지금까지도 영국 사회에서 잠재된 두려움으로 남아있다.


영국 정부가 인간광우병의 존재를 인정한 것은 1996년. 잠재된 광우병이 본격적으로 인간에게 전이돼 발병한 시점이다.

영국의 경우 1995년 3명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인간광우병으로 인한 총 사망자가 163명(2008년 4월 7일 기준)에 달한다.

정점은 28명이 사망한 2000년이며, 지난해에도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아울러 지금도 3명이 인간광우병 판정을 받은 채 살고 있다.

에든버러 대학에 설치된 '국립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감시소'(The National Creutzfeldt-Jakob Disease Surveillance Unit, NCJDSU)는 보고서('Fifteenth Annual Report 2006')에서 "인간광우병 발병이 정점을 지난 것 같다"면서도 "잠복 기간이 더 긴 다른 하부 유전자들이 있다면 인간광우병 발생이 다시 증가할 수 있다"고 조심스런 분석을 내놓았다.

"영국인 1만4천명 인간광우병 가능성"... 보이지 않는 거대한 공포

영국에서 앞으로 더 많은 인간광우병 희생자가 나타날 것인가. 영국 사람들에게 이 문제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공포다. 일간 <가디언>은 2006년에 에든버러의 의학 잡지를 인용, 1만4천명의 영국 사람의 몸에 변형 단백질인 프리온이 잠복해 있으며 이들은 인간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광우병에 걸린 소를 섭취하는 것 뿐만 아니라 수혈이나 의료 장비 등을 통해 쉽게 2차 감염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그러한 주장의 배경이다.

영국 사람들이 더 불안해하는 대목은 인간광우병의 원인과 잠복 기간, 변형 유형 등이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점이다. 인간광우병의 원인으로 프리온이 자주 언급되고 있지만, 프리온 분석만으로는 그 원인을 완벽하게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해 2월에 발표된 잡지 <뉴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 Magazine)에 따르면 미국 예일대학교의 로라 마뉴에리드스는 프리온보다는 작은 바이러스 같은 입자가 인간광우병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직은 학계 일각의 주장이지만, 만약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일 경우 그러한 전염의 파급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일 것이다.

영국의 경험은 한국인들에게도 (인간)광우병의 위험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음을 범할 것인가, 아니면 불행의 씨앗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현명한 길을 택할 것인가. 선택은 한국인들의 몫이다.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에 관한 <뉴사이언티스트> 잡지의 특집 기사.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에 관한 <뉴사이언티스트> 잡지의 특집 기사.
ⓒ <뉴사이언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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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광우병, #영국, #인간광우병, #크로이츠펠트야콥병,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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