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옷이 잘 맞은 모양이다. 지난 4일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은 '미완의 대기' 전병두가 이적 후 첫 선발 등판에서 5이닝 1피안타 무실점의 쾌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SK는 7일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전병두의 호투에 힘입어 LG 트윈스를 7-0으로 꺾고, 24승(8패) 째를 챙기며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반면에 LG는 6연패의 늪에 빠지며 최하위 KIA 타이거즈에 1경기 차이로 쫓기게 됐다. 

 

'깜짝 선발' 전병두, 5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투수 

 

 전병두는 SK 이적 후 첫 등판에서 승리 투수가 됐다.

전병두는 SK 이적 후 첫 등판에서 승리 투수가 됐다. ⓒ SK 와이번스

6일 경기가 끝나고 김성근 감독은 7일 선발 투수로 전병두를 예고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깜짝 등판이었다. 꼴찌 KIA에서조차 선발 로테이션에서 탈락해 2군으로 추락한 전병두가 선두 SK에서 선발로 등장한 것이다.

 

전병두는 1회말부터 6개 연속으로 볼을 던지는 불안한 투구로 이대형과 안치용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했다. 그 때만 해도 김성근 감독의 성급한 결정이 화를 자초하는 듯 했다.

 

그러나 SK의 안방에는 골든 글러브 4회 수상에 빛나는 리그 최고의 포수 박경완이 있었다.

 

전병두가 경기 초반 지나치게 긴장하며 자신의 공을 뿌리지 못하자 박경완 포수는 마운드에 올라가 전병두를 진정시켰고, 안정을 되찾은 전병두는 기습적인 견제구로 '도루왕' 이대형을 잡아내며 1회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겼다.

 

이후 전병두는 6회 무사 1,2루에서 마운드를 윤길현에게 넘길 때까지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LG 타자들은 시속 145km를 상회하는 전병두의 강속구에 좀처럼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4회 1사 후에 터진 조인성의 좌전 안타가 전병두에게서 빼앗아 낸 유일한 안타였을 정도.

 

윤길현, 정우람, 조영민으로 이어진 SK의 '철벽 불펜'은 남은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냈고, 전병두는 KIA 소속이었던 지난 4월 2일 두산 베어스전(6이닝 무실점) 이후 시즌 두 번째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제구력 불안 극복하고 '특급 좌완'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전병두는 야구팬들을 설레게 할 구위를 가지고 있다.

전병두는 야구팬들을 설레게 할 구위를 가지고 있다. ⓒ SK 와이번스

비록 승리를 챙기긴 했지만, 이날 전병두의 투구는 살엄음판을 걷는 듯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5이닝 동안 볼넷을 무려 7개나 허용했고, 삼자범퇴로 막아 낸 이닝은 단 한 차례(5회말)에 불과했다.

 

또한 15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으면서 98개의 공을 던질 정도로 비경제적인 투구를 했고, 스트라이크와 볼의 비율(49:49)도 낙제점이었다. LG 타자들이 볼에 방망이가 나간 경우까지 고려한다면 실제로 전병두는 스트라이크보다 볼을 더 많이 던진 셈이다.

 

제구력 불안은 KIA 시절부터 전병두의 고질적인 약점이었다. 전병두는 KIA에서의 마지막 세 경기에서 6이닝 동안 8개의 사사구를 내주며 2군으로 내려 갔고, 심지어 2군 경기에서도 8이닝 동안 9개의 사사구를 허용한 바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런 제구력 불안이 '비완의 대기' 전병두가 가진 매력이다. 스트라이크와 같은 숫자의 볼을 던지며 이닝당 1개 이상의 볼넷을 내준 형편없는 제구력의 투수가, 단 1피안타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틀어 막았다는 것은 그만큼 전병두의 구위가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꿔 말하면, 전병두는 제구력 난조의 약점만 극복해 낸다면 금방이라도 류현진(한화 이글스)이나 김광현(SK)도 부럽지 않은 '특급 좌완'으로 도약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프로 입단 후 6년 째 가지고 있던 약점을 극복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과거 '태평양 삼총사' 박정현, 정명원, 최창호를 키워 냈고, 오늘날 김광현을 '괴물'로 성장시킨 김성근 감독의 조련을 받는다면 결과는 아무도 속단할 수 없다.

 

당장 1군에서 활약할 수 있는 외야수 채종범과 포수 이성우를 얻은 KIA팬들이 이번 트레이드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도, 바로 전병두가 가진 '은밀한 매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08.05.08 09:15 ⓒ 2008 OhmyNews
전병두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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