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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 시험기간, 교수님과 학생회 사람들이 아침일찍부터 캠퍼스에 등장(?)했다
 중간고사 시험기간, 교수님과 학생회 사람들이 아침일찍부터 캠퍼스에 등장(?)했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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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 캠퍼스는 중간고사 기간. 그렇기에 학생 입장에서는 많은 시험과목 공부에 진땀나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평소에 하지 않던 새벽 등교도 하거나 걸으면서도 책을 읽는 등 열띤 시험기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띈다.

나 역시 중간고사 기간을 맞아 분주한 나날이었다. 어제(22일)는 시험공부 때문에 새벽 기차를 타고 아침 일찍 학교에 도착하기도 했다(내가 다니는 학교는 조치원에 있는 홍익대학교다). 그런데 평소 이른 아침시간에는 휑하던 우리과 건물(상경대)에 그 날따라 한 교수님과 학생회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그들은 건물 앞에 딱 버티고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엥! 무슨 일이지?'

시험기간. 아침 일찍 학교에 가는데 이상한(?) 광경이 목격되었다. 초콜릿을 주는 교수님이 등장한 것이다.
 시험기간. 아침 일찍 학교에 가는데 이상한(?) 광경이 목격되었다. 초콜릿을 주는 교수님이 등장한 것이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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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지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교수님께 다짜고짜 이유를 물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내심 모른 척하며 앞으로 걷고 있는데 갑자기 교수님이 날 불러 세운다. 그리고 말씀하신다.

"이봐, 시험 잘봐! 시험 공부 열심히 해."

교수님은 대뜸 시험 잘 보라는 따뜻한 말과 함께 커피와 초콜릿 그리고 '면학 캠페인'이라는 글이 써진 종이를 건네주셨다. 갑작스런 선물(?)을 받은 나는 깜짝 놀랐다. 교수님이 아침부터 나와 기다리던 사람들은 나와 같은 학교 학생들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교수님께 초콜릿을 선물받으며 시험 격려를 받는다는 것은 지금껏 그래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시험기간이라 긴장되는 날의 연속이지만 초콜릿을 받은 학생들의 표정은 한없이 밝기만 하다
 시험기간이라 긴장되는 날의 연속이지만 초콜릿을 받은 학생들의 표정은 한없이 밝기만 하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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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종이에는 교수님이 적어놓은 '면학캠페인' 이라는 글이 적혀있다. 그 글 속에서 학생을 아끼는 교수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홍익대 학우 여러분! 안녕하세요

상경대 학장 최연 교수입니다. 봄이 한창입니다. 자연의 생명력은 온 산지에 연두색 분홍빛 물감을 풀어놓았습니다. 학교 안팎엔 배꽃과 복숭아꽃이 한 가득입니다. 꽃 냄새도 너무 좋구요…(중략)…그 날을 바라보며 오늘의 수고를 즐거워하고 감사합시다. 공부할 수 있는 이 특권을 행복으로 여깁시다. 저는 여러분이 상경대에 머물러 공부하는 기간이 정말 보람되고 의미깊은 인생의 한 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상경학우 여러분! 여러분 모두가 사랑스럽고 자랑스럽습니다.'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기분좋은 -시험기간 면학 캠페인-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기분좋은 -시험기간 면학 캠페인-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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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의 면학 캠페인은 학생들의 뜨거운 호응(?)으로 대 성공이었다.
 교수님의 면학 캠페인은 학생들의 뜨거운 호응(?)으로 대 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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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께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는 말을 듣는 것, 왠지 모르게 기분 좋은 일이다. 비단 그런 기분 좋음은 나만의 느낌이 아닌 것 같다. 다른 학생들도 커피와 초콜릿 선물에 표정이 한층 밝아지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감동받고 있었으니까,

"앗, 웬일이야."
"교수님 감사합니다. 으하하하."


멀게만 느껴졌던 교수님과 학생회 사람들, 그들이 내놓은 따뜻한 커피와 초콜릿은 왠지 모를 따뜻함을 느끼게 했다.
 멀게만 느껴졌던 교수님과 학생회 사람들, 그들이 내놓은 따뜻한 커피와 초콜릿은 왠지 모를 따뜻함을 느끼게 했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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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기분 좋은 시험기간의 '선물'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기분 좋은 시험기간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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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다. 커피와 초콜릿을 건네는 교수님과 학생회 사람들 그리고 받는 학생들 모두 얼굴 표정에는 행복을 한아름씩 안고 있는 듯한 표정이다. 시험기간이기 때문에 긴장된 표정으로 등교하던 학생들의 얼굴에서는 따뜻한 웃음꽃이 폈다. 학생들이 좋아할까? 내심 걱정했을 교수님 역시 흐뭇한 표정이었다.

덕분에 지루하고 힘들게 느껴졌던 시험 기간은 한층 더 밝아진 것만 같다. 왜냐하면 우리의 열정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누군가가 우리를 가르치는 대학 교수님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말이다. 중간고사 기간에 캠퍼스에 나타난 '초콜릿 주는 교수님'은 정말 감동을 쐈다.


태그:#시험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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