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의 벽 앞에 무릎을 꿇어라  수원 삼성 서포터 <그랑블루>는 경기 전 카드섹션을 보여줬다. 수비수 마토에 대한 카드섹션은 막강한 수비력을 자랑하는 울산을 상대로 수원의 수비도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무언의 시위와 같았다.

▲ 통곡의 벽 앞에 무릎을 꿇어라 수원 삼성 서포터 <그랑블루>는 경기 전 카드섹션을 보여줬다. 수비수 마토에 대한 카드섹션은 막강한 수비력을 자랑하는 울산을 상대로 수원의 수비도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무언의 시위와 같았다. ⓒ 이성필

경기 시작 전 수원 삼성 서포터 <그랑블루>에서 외국인 수비수 마토에 대한 카드섹션을 시도했다. 수원 수비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모자람이 없는 마토의 별명은 '통곡의 벽'이다. 그를 넘어서야 골 맛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준 카드섹션이었다. 다른 색의 색종이를 교차하며 보여준 카드섹션의 내용은 영문 이름인 'MATO'와 '통곡의 벽'이었다.

 

이런 마토도 동료 수비수들의 도움 없이는 통곡의 벽이 될 수 없다. 마토는 다소 느린 스피드로 인해 상대 공격수에 종종 뒷공간을 내주며 실점을 하는 경우가 여러 차례 있다. 마토의 단점은 동료 수비수이자 같은 포지션 경쟁자인 곽희주-이정수가 협력해서 보완해주고 있다.

 

서로 약점을 보완하며 무실점 하는 수원의 플랫 포 

 

세 선수와 함께 측면 수비수인 송종국, 양상민 등이 교대로 출전해 플랫 포를 구축하며 수원의 수비는 다른 어느 해보다 안정감 있게 흘러가고 있다. 송종국은 최근 몇 년 동안의 부진에서 빠져나와 지난해부터 서서히 좋은 경기력을 보이더니 올 시즌에는 전성기 기량을 되찾을 정도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양상민은 측면 수비수까지 겸하는 이정수에 밀려 기회를 어렵사리 잡아 출전하고 있지만 늦은 수비전환을 빼면 좋은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다.

 

수원의 플랫 포는 국가대표급으로 불리는 성남 일화의 박진섭-조병국-김영철-장학영 수비라인과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수비력을 보이고 있다. 정규리그 5라운드와 컵대회 3라운드를 포함한 여덟 경기에서 단 2실점만 하며 어느 누구도 수원의 수비를 뚫기 힘듦을 증명하고 있다.

 

강한 수비를 바탕으로 젊은 선수들이 골을 넣어주기 때문일까? 지난 16일 부산 아이파크와의 컵대회 종료 뒤 만난 공격수 김대의는 "연승행진에 늘 제동을 걸었던 울산 현대만 넘어서면 당분간 수원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력과 기록이 헛되지 않음을 알려주듯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수원이 20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삼성 하우젠 K리그 2008 6라운드 울산과의 경기에서 신영록, 에두의 골을 앞세워 막강한 수비를 자랑하는 울산 현대를 상대로 2-0의 승리를 거두고 1993년 성남이 세웠던 6경기 연속 무실점 연승 기록을 깼다.

 

무실점 연승만 깬 것이 아니었다. 수원은 경기당 2득점 이상 무실점 연승 부문에서도 최다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경기당 2득점 이상도 99년 7월 29일부터 8월 29일까지 자신들이 세웠던 3연승 기록을 훌쩍 뛰어 넘은 지 오래다. 남은 것은 지난 1993년 성남이 세웠던 8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이다. 7경기까지 한 수원은 앞으로 두 경기만 더 하면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수원은 장신의 우성용과 공간을 잘 찾아 골을 기록하는 이상호를 집중적으로 수비했다. 이상호는 지난해 9월 수원을 상대로 2-0의 승리를 거둘 당시 두 골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이상호는 마토-곽희주로 이뤄진 중앙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어 소기의 성과를 내며 정규리그 1위에 도전하던 수원에 제대로 물(?)을 먹였다.

 

수비 축구의 대명사로 불리는 울산이 가만 있을 리 없었다. 울산은 지난해 정규리그에서 박동혁-박병규-유경렬의 막강 플랫 쓰리를 바탕으로 최소실점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는 다소 어려움을 보이고 있지만 서서히 수비자원들이 복귀하면서 탄탄한 수비로 되돌아가고 있다.

 

수원과의 경기에서는 부상에서 돌아온 박병규가 플랫 쓰리의 중심에 서서 지휘를 했고 박동혁, 서덕규가 양쪽에 서서 공간을 내주지 않는데 주력했다. 이들 앞에는 김영삼-오장은-유호준-현영민으로 연결되는 공수 겸비의 미드필더들이 버티고 있어 수원의 연승행진은 이들의 강력한 수비력으로 인해 쉽지 않아 보였다.

 

예상대로 수원은 지금까지 해 온 경기와 달리 전방으로 집중적인 가로지르기를 시도하며 골 사냥에 나섰지만 울산은 말려들지 않았다. 답답한 수원이 울산의 밀집수비를 깨보려 노력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경기 전 수비수 마토를 위한 카드섹션이 마치 '오늘 경기는 수비싸움'이라는 것을 예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차범근 감독은 경험 많은 미드필더 이관우, 안효연을 동시에 투입, 울산 수비를 깨는데 주력했다. 좋은 패스와 기술이 이들은 이들의 투입은 서서히 울산 수비조직을 무너트리기 시작하더니 후반 25분 송종국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가로지르기 한 것을 신영록이 머리로 받아 넣으며 1-0을 만들었다.

 

박현범 "서로 약속하던 대로 플레이", 박병규 "수원 수비는 한 번 무너지면 크게..."

 

그제야 울산이 과감하게 밀고 올라왔지만 수원의 수비벽에 막혀 별다른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공격을 시도하다 우성용이 오른발 부상을 당해 그라운드에서 이탈하며 후반 막판 10명으로 싸우던 울산은 48분 에두의 왼발에 골문을 열어주며 0-2로 수원의 기록 행진에 큰 도움을 주고 말았다.

 

경기 뒤 만난 수원의 미드필더 박현범은 "기존에 만났던 팀과 달리 수비하기가 애매했다. 까다로운 팀이었는데 뒤에 위치한 수비와 서로 약속했던 대로 플레이를 해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쉽지 않은 경기였음을 털어놨다.

 

박현범의 토로대로 울산은 수원과 대등한 경기를 했지만 패했다. 김정남 감독은 "경기 내용에는 불만이 없었다"며 한 마디로 정리했다. 김 감독의 자신감은 선수들에게도 반영된 듯했다. 울산의 박병규는 "울산은 넣어야 할 때 못 넣고 수원은 넣어야 할 때 넣었다"며 아쉬움을 보였다.

 

경기 내용에서 대등했다는 박병규는 수원의 수비에 대해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던졌다. 그는 "지금이야 좋지만 한 번 더워지면 흐트러질 것이다. 무너지면 크게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19일) 성남의 김학범 감독이 수원의 연승행진에 대해 "잘 나갈 때도 있는 법"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과 맥을 같이한다.

 

주변의 시샘 어린 지적에도 수비의 안정과 젊은 공격수들의 득점을 바탕으로 한 수원의 연승, 무실점 행진은 쉽게 멈추지 않을 태세다. 시즌 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주 유나이티드(12위)-경남FC(8위)-전북 현대(13위)가 기다리고 있어 대진운도 좋은 편이다. 

덧붙이는 글 | 경기결과   수원 월드컵경기장

수원 삼성 2-0 울산 현대(득점-후25, 신영록 도움:송종국 후48, 에두<이상 수원 삼성>)

수원 삼성

골키퍼-이운재
수비수-송종국, 곽희주, 마토, 이정수
미드필더-남궁웅(HT, 안효연), 조원희, 박현범(HT, 이관우), 김대의(후23, 서동현)
공격수-신영록, 에두

울산 현대

골키퍼-김영광
수비수-박동혁, 박병규, 서덕규
미드필더-김영삼, 유호준(후33, 페레이라), 오장은, 현영민
공격수-염기훈(전21, 이진호 후17, 김동석), 이상호, 우성용 

2008.04.20 19:42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경기결과   수원 월드컵경기장

수원 삼성 2-0 울산 현대(득점-후25, 신영록 도움:송종국 후48, 에두<이상 수원 삼성>)

수원 삼성

골키퍼-이운재
수비수-송종국, 곽희주, 마토, 이정수
미드필더-남궁웅(HT, 안효연), 조원희, 박현범(HT, 이관우), 김대의(후23, 서동현)
공격수-신영록, 에두

울산 현대

골키퍼-김영광
수비수-박동혁, 박병규, 서덕규
미드필더-김영삼, 유호준(후33, 페레이라), 오장은, 현영민
공격수-염기훈(전21, 이진호 후17, 김동석), 이상호, 우성용 
마토 곽희주 송종국 울산 현대 수원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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