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8리그의 열기  동래고등학교의 좋은 실력은 부산 아이파크에 대한 칭찬으로 이어지고 있다. 관중 그러모으기에 그만이다. 물론 지자체와의 협조 어려움, 관련 법령으로 인한 시가지 내 홍보 현수막 게시의 어려움 등이 있지만 뿌리부터 찾아가는 것은 팬들을 경기장으로 이끌고 있다. 사진은 부산의 U-18팀인 동래고등학교를 응원하는 약 1천 여의 관중, 사진 뒤쪽 스탠드에서도 징을 울리며 응원하는 동래고 학생들이 있을 정도로 열기는 뜨거웠다.

▲ U-18리그의 열기 동래고등학교의 좋은 실력은 부산 아이파크에 대한 칭찬으로 이어지고 있다. 관중 그러모으기에 그만이다. 물론 지자체와의 협조 어려움, 관련 법령으로 인한 시가지 내 홍보 현수막 게시의 어려움 등이 있지만 뿌리부터 찾아가는 것은 팬들을 경기장으로 이끌고 있다. 사진은 부산의 U-18팀인 동래고등학교를 응원하는 약 1천 여의 관중, 사진 뒤쪽 스탠드에서도 징을 울리며 응원하는 동래고 학생들이 있을 정도로 열기는 뜨거웠다. ⓒ 이성필



"오늘 축구 한 게임 보러 갈까?"

"아들도 이만큼 하는데 어른이라고 못하겠노!"

경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두 중년 남자의 억센 부산 사투리 속에는 약간의 흥분이 묻어 있다. 경기 종료 직전 터진 극적인 동점골로 3-3, 무승부를 기록한 것에 대한 감동을 표현한 것이다.

[부산 아이파크] 유소년 관리, 관람환경 개선, 황선홍+안정환 효과

지난 5일 오후 2시 부산시 동래구에 위치한 동래고등학교 운동장. 프로축구연맹이 주최하는 'SBS 고교클럽 챌린지 U-18리그' 동래고(부산 아이파크)-포항제철고(포항 스틸러스)의 경기가 열렸다. 스탠드에는 약 1천여 명의 관중이 몰려 U-18리그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관심은 동래고 선수들만 받는 게 아니었다. 이들을 관리하는 부산 아이파크에 대한 칭찬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부산은 지난 2003년 U-12팀을 만든 뒤 2년마다 U-15, 18팀을 만들어 지역 내 우수선수들을 길러냈다. 윤양진(43)씨는 "(구단이) 아들을 잘 관리하고 있네예. 아들이 이대로만 큰다면 부산 축구 실력도 지금보다 더 좋아진다 아입니꺼"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뿌리부터 튼튼하게 관리하기 때문인지 혹은 스타 출신의 황선홍 감독의 영입과 친정으로 귀환한 '반지의 제왕' 안정환의 복귀 효과인지 다섯 시간 뒤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부산 아이파크-수원 삼성의 경기에는 1만 7천여 명이 몰려 화끈한 경기를 지켜봤다. 지난해 8월 11일 토요일에 치러진 수원과의 경기보다 6천여 명이 더 몰린 것.  

경기시작 두 시간 반 전부터 동쪽 출입구에는 조금이라도 일찍 들어가려는 관중이 긴 줄을 만들었다. 부산의 유소년담당 매니저 최보람씨는 "이렇게 긴 줄은 정말 오랜만에 본다. 이전에는 거의 없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서포터 P.O.P(Pride of Pusan) 출신의 최씨가 보기에도 긴 줄은 어색해 보인 것.

일찍 들어온 관중의 대다수는 올해부터 경기장의 명물로 태어난 터치라인석(가변좌석)으로 발걸음했다. 축구전용구장 같은 효과를 내는 터치라인석의 관전 여건은 지난해와 비교해 손색 없었다. 맨 앞자리는 선수와의 눈높이가 거의 일치해 지면에서 보는 효과가 있다. 

터치라인석 효과는 응원소리에서부터 차이를 만들었다. 북쪽 골대 뒤 응원석에 위치한 부산 서포터들은 반대편 관중석에 위치한 원정팀 수원 서포터 그랑블루의 3분의 1 정도 인원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성량을 얻는 효과를 발휘했다. 이 외에도 세트피스 찬스시 터치라인석의 바닥을 발로 두드리거나 수원의 선수가 그라운드에 넘어져 있으면 바로 옆 사직 야구장에서나 볼 수 있는 "마! 마!"의 구호로 부산에 힘을 불어넣었다.

아시아드에도 두 시간 반부터... "이렇게 기다리는 관중은 저도 처음 보네요"라며 부산의 유소년 담당 매니저 최보람씨는 놀라움을 표시했다. 경기 시작 두 시간 반 전부터 대기하는 관중이 생겨난 것, 부산은 야구뿐 아니라 축구의 열기에 빠져들 기세다. 부산에서 관중 몰이가 성공하면 한국프로축구연맹의 3백만 관중 확보도 희망만은 아닐 것이다.

▲ 아시아드에도 두 시간 반부터... "이렇게 기다리는 관중은 저도 처음 보네요"라며 부산의 유소년 담당 매니저 최보람씨는 놀라움을 표시했다. 경기 시작 두 시간 반 전부터 대기하는 관중이 생겨난 것, 부산은 야구뿐 아니라 축구의 열기에 빠져들 기세다. 부산에서 관중 몰이가 성공하면 한국프로축구연맹의 3백만 관중 확보도 희망만은 아닐 것이다. ⓒ 이성필


[대구FC] 변병주 감독의 공격축구 효과

부산의 변화는 다음날(6일) 한 시간 10분 거리의 대구에도 고스란히 전해진 듯했다. 지난해 대구 FC가 정규리그 열세 경기에서 19만 950명을 동원, 평균 1만 4688명으로 관중동원 5위를 기록한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경기시작 두 시간여를 앞두고 대구스타디움을 비롯해 인근 주차장은 이미 만원이었다.

경기장 옆 컨벤션센터나 주변의 광장에서 여가를 즐기기 위한 이들도 많았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상당수가 입장해 대구FC의 화끈한 공격축구에 환호했다. 대다수가 가족 단위의 관중으로 젊은층만 즐기는 스포츠라는 편견을 깨기에 충분했다.

6만 5천을 수용하는 경기장의 특성상 관중이 많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3분의 1에 해당하는 2만 1천여 명이 관중석을 메웠다. 대구의 변병주 감독은 "홈 경기는 잔칫상을 차려놓은 것"이라며 선수들을 독려했고 이날 호화군단 울산 현대를 상대로 3-1의 승리를 거뒀다.

택시기사 윤인중(33)씨는 "시내 곳곳에 경기를 알리는 현수막이라도 설치해 놓으면 좀 더 많이 올 것 같은데 아쉽다"고 말했다. 외곽에 위치한 경기장에 관중을 모으려면 구단의 홍보가 지금보다 더 잘돼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해 구단의 한 관계자는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힘든 게 사실이다. 외곽에 있는 경기장과의 연계를 위해 버스노선 연장도 문의했지만 쉽지 않다. 홍보 현수막 역시 마찬가지"라고 어려운 현실을 토로했다.

지난해 12월 21일 개정 된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르면 도시지역, 관리지역 등으로 규정된 곳에 현수막, 불법 선간판, 전단 등을 게시하면 5백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한다. 경기일정 현수막은 법 규정대로라면 '미관을 해치고 도로교통 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게시물'에 속한다.

이러한 이유로 경기 일정 홍보 현수막은 최근 프로팀이 있는 도시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있어도 구단에서 배짱으로 걸어놓았거나 관할 '구청'에서 단속하려 하지만 '시'에서 눈감아주라며 넘어가는 경우가 대다수다. 매번 벌금을 내고 시가지에 걸기에는 무리수가 따르는 것이다. 팬들의 오해 뒤에는 이런 사정이 숨겨져 있던 것이다. 

경기장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대구FC는 지난해 변병주 감독의 부임 초기에도 공격축구를 표방한 바 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대구 팬들은 변 감독의 공격축구에 매료되어 있다. 스타선수의 부재 가운데 관중을 불러모으기 위한 수단인 셈. 울산 현대와의 경기에서 3-1로 이긴 뒤 본부석의 관중으로부터 기립박수를 받고 있는 대구 선수들.

▲ 경기장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대구FC는 지난해 변병주 감독의 부임 초기에도 공격축구를 표방한 바 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대구 팬들은 변 감독의 공격축구에 매료되어 있다. 스타선수의 부재 가운데 관중을 불러모으기 위한 수단인 셈. 울산 현대와의 경기에서 3-1로 이긴 뒤 본부석의 관중으로부터 기립박수를 받고 있는 대구 선수들. ⓒ 이성필


프로축구의 다양성 확보 가능성 높일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두 팀의 관중 몰이는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부산은 이미 두 번의 홈 경기를 통해 지난해 컵대회를 포함한 총 관중 수 7만 3584명을 뛰어넘을 태세다. 네 경기에서 6만 1019명이 찾은 것. 정규리그 1라운드 전북과의 경기에서는 지난해보다 10배 가까운 3만 2725명이 관중석을 메웠다.

2라운드 광주 상무와의 경기에서도 8천 715명이 찾아 지난해 4천 237명의 두 배를 기록한 것은 관중몰이가 힘든 경기에서 흥행이 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대구 역시 아직까지 수원, 서울, 인천, 대전 등 관중 몰이가 가능한 팀들과의 경기가 남아 지난해보다 더 많은 관중 수를 기록할 수도 있다. 지난해 네 팀과의 경기에서는 평균 2만 7310명이 찾았다.

흥행요인을 지니게 된 두 팀의 관중 몰이는 올 시즌 프로축구 3백만 관중을 바라볼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몇몇 경기에만 관심이 쏠린 현실에서 벗어나 프로축구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정규리그 4라운드까지 스물여덟 경기에서 모두 47만 9469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이 가운데 두 팀은 11만 7479명을 그러모았다.  

오는 12, 13일 양 일간 치러지는 정규리그에서 부산은 제주 유나이티드, 대구는 전북 현대와 원정경기를 치른다. 이번 라운드에는 관중 몰이 경기인 서울(2위)-수원(1위)의 라이벌전을 비롯해 장외룡, 감학범 감독 간의 지략 겨루기인 인천 유나이티드(3위)-성남 일화(4위)의 간의 경기가 잡혀있다.

부산, 대구가 지금까지 보여 준 관중동원력을 지난해 관중동원 1~3위인 수원, 서울, 인천 등이 보여줘야 할 때다. 물론 다른 팀들도 프로연맹의 꿈인 3백만 관중동원을 위해 분발해야 한다.

부산 아이파크 대구FC U-18리그 3백만 관중 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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