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현 "골 넣었어요" 수원 삼성의 서동현이 하우젠컵 2라운드 FC서울과의 라이벌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두 팔을 벌리고 관중석으로 뛰어가고 있다.

▲ 서동현 "골 넣었어요" 수원 삼성의 서동현이 하우젠컵 2라운드 FC서울과의 라이벌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두 팔을 벌리고 관중석으로 뛰어가고 있다. ⓒ 수원 삼성


주심이 호각을 불지 않고 경기를 계속 이어가자 야유가 쏟아졌다. 다른 경기 때보다 더 큰 야유는 홍진호 주심의 정신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홍 주심은 "정신 차려 심판!" 내지는 "심판 눈떠라!"라는 양 팀 팬들의 원성을 수차례 들어야 했다. '라이벌' 전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라이벌전 심판 보기 어렵네!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수원 삼성이 2일 저녁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삼성 하우젠컵 2008 2라운드 FC서울과의 경기에서 팽팽한 경기 끝에 후반 32분 올림픽 대표팀 공격수로 활약중인 서동현과 신인 미드필더 조용태의 골을 앞세워 2-0의 승리를 거두고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초봄의 서늘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라이벌전답게 2만3528명의 관중이 경기장에 들어찼다. 절대적으론 많은 수치지만 역대 두 팀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일곱 번(이번 경기 포함)의 겨루기에서 세 번째로 적은 관중 수였다. 지난 해 4월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두 팀의 경기에서는 5만5397명이 경기장을 찾아 K리그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역대 양 팀의 겨루기의 판관으로 나섰던 심판들은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한결같이 경기장 분위기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심판은 "경기장 전체에 심판을 성토하는 구호가 울려 퍼지면 정신이 멍해진다. 판정을 잘하는데도 양 팀의 기 싸움 때문에 흔들릴 수 있다"는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어렵지만 경력 쌓기에는 큰 도움이 된다. 양 팀의 경기는 심판들에게도 판정하기 어려운 '큰 경기'로 인식, 늘 최상위 심판들이 배정되고는 했다. 현재 K리그 심판들 중 18년차의 경력으로 가장 오래된 이상용(47) 주심을 비롯하여 지난해 은퇴한 권종철(45) 프로연맹 심판위원 등이 양 팀의 경기를 단골로 배정받았다.   

경기 전 만나본 양 팀 팬들은 서로 판정이 늘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서울 팬 조상현(34, 서울시 면목동)씨는 "수원과 경기를 치르면 삼중고(三重苦)를 겪는다. 수원 서포터 '그랑블루'의 인해전술, 수원 선수들의 거친 경기력, 심판의 아쉬운 판정이 그렇다"고 주장했다.

수원 팬 역시 비슷한 생각을 내놓았다. 안지현(29, 서울시 일원동)씨는 "서울 선수들의 경기매너는 수원 팬들이라면 어떤지 다 안다. 이런데도 심판은 늘 서울 선수들을 봐주는 판정을 하면서 경기를 기울게 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상반된 팬들의 생각은 경기가 시작되자 양 팀 선수와 코칭스태프에게 그대로 전달된 것 같았다. 서울의 세뇰 귀네슈 감독은 특유의 손짓 동작을 보여주며 홍진호 주심의 판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수원의 차범근 감독 역시 심판 판정에 예민함을 보였다. 급기야 대기심이 기술지역의 라인을 살짝 벗어난 차범근 감독에게 주의를 주기도 했다.
     
벤치의 뜨거운 분위기는 후반 중반으로 흐르면서 그라운드로 불붙어 더욱 달아올랐다. 원정팀 수원 팬들은 후반 27분부터 "우리에게 골을 보여줘"라는 응원구호를 외쳤다. 이것이 통했는지 5분 뒤 공격수 서동현이 에두의 도움을 받아 수비 사이로 슈팅, 골대를 가르며 1-0을 만들었다. 서동현은 지난달 19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부터 세 경기 연속으로 골 맛을 봤다.

인저리 타임에 나온 두 장의 레드카드

다음에 만나면... 양 팀 선수들은 밀고 밀리며 치열하게 경기했다. 경기종료 직전에는 FC서울의 공격수 이상협과 수원 삼성의 수비수 송종국이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오는 13일 이들은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난다. 두 팀의 경기에 배정되는 심판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됐다. 사진은 서울의 김한윤(맨 오른쪽)과 기성용(맨 왼쪽)이 수원의 이정수와 볼을 다투는 장면.

▲ 다음에 만나면... 양 팀 선수들은 밀고 밀리며 치열하게 경기했다. 경기종료 직전에는 FC서울의 공격수 이상협과 수원 삼성의 수비수 송종국이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오는 13일 이들은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난다. 두 팀의 경기에 배정되는 심판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됐다. 사진은 서울의 김한윤(맨 오른쪽)과 기성용(맨 왼쪽)이 수원의 이정수와 볼을 다투는 장면. ⓒ 수원 삼성

득점은 선수들을 춤추게 했다. 후반 35분 이상협의 로빙슛을 신호로 서울의 동점골을 넣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특히 지난달 김동석과 트레이드를 통해 울산 현대에서 서울로 이적한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이종민의 공격 가담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04년까지 몸담았던 친정 수원을 상대로 '라이벌'이라는 성격까지 버무려진 경기에서 뭔가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이종민의 바람과 달리 후반 48분 수원은 신인 조용태가 입단 동기 박현범의 도움을 받아 추가골을 기록하며 2-0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그대로 끝날 듯했던 경기는 서울 이상협과 수원 송종국의 동반퇴장으로 마무리됐다. 이상협은 후반 42분 송종국에 발바닥이 보이는 태클로 이미 경고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상협은 공격을 시도하는 송종국에게 발바닥이 보이는 태클을 한번 더 시도했다. 태클을 피해 공중으로 뛴 송종국은 착지 과정에서 이상협의 허벅지를 밟았고 서로 부축해 일어나 문제없이 경기는 진행되는 듯했지만 서울의 김한윤이 갑자기 달려들어 송종국을 밀치면서 일이 커졌다.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들면서 경기는 잠시 중단됐다. 홍진호 주심은 송종국과 이상협에 빨간 카드를 들어올리며 퇴장으로 경기를 종료했다. 송종국은 아무 말 없이 대기실로 들어갔고 이상협은 억울하다며 심판들을 향해 항의를 했지만 홍진호 주심은 요지부동이었다.

경기를 관전한 한 축구전문가는 "이상협, 송종국은 서로 미안해서 일으켜주는 상황이었던 것 같은데 김한윤이 갑자기 뛰어들어 마무리가 개운치 못했던 것 같다. 심판이 김한윤의 불필요한 행위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경기 뒤 양 팀 감독은 심판 판정에 대해 불만을 터트렸다. 귀네슈 감독은 "발차기를 당한 선수가 퇴장당하는 것은 축구인생에서 처음 봤다"며 이상협의 퇴장이 부당함을 주장했고 차범근 감독 역시 차감독도 "이상협이 송종국에게 한 태클은 (피하지 않았다면)다리가 부러질 수 있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양 팀의 경기에서 경고는 7장이나 쏟아졌다. 파울은 37개로 45~50개가 나왔던 예전 경기와 비교해 약간 줄었지만 마지막 퇴장이 파울감소를 가려버렸다. 경기장을 빠져나가던 관중 한상환(39)씨는 "서울팬인 직장동료의 손에 이끌려 처음으로 관전하러 왔는데 경기가 빠르게 흘러 재밌었다"면서도 "마지막 두 선수의 퇴장은 주심의 경험부족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홍진호 주심은 2005년부터 K리그 전임심판으로 활동중이다. 2006년까지 부심으로 활동했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주심을 보고 있다. 양 팀의 경기는 '첫 경험'으로 마지막 장면을 제외하면 무난하게 경기를 운영했다는 평가다.

경기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수원의 신인 박현범은 다음번 라이벌전에 대한 예상에 대해 "이런 결과(2-0)가 나왔으니 더 치열해지지 않겠어요?"라는 대답을 내놨다.

오는 13일 양 팀은 같은 장소에서 정규리그로 또 만난다. 이날 배정되는 심판들, 특히 주심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90분 동안 살얼음판 같은 그라운드를 누비게 됐다.

덧붙이는 글 경기결과 FROM.서울월드컵경기장

FC서울 2-0 수원 삼성(득점-후32, 서동현 도움:에두 후48, 조용태 도움:박현범<이상 수원 삼성>)

FC서울
골키퍼-김호준
수비수-이종민, 김진규, 김치곤, 윤홍창(후12, 이을용)
미드필더-기성용(후34, 이상협), 고명진, 김한윤
공격수-이승렬, 정조국(후24, 구경현), 박주영

수원 삼성
골키퍼-이운재
수비수-송종국, 곽희주, 마토, 이정수
미드필더-이관우(후29, 조용태), 조원희, 박현범, 양상민(HT, 안효연)
공격수-신영록(후19, 서동현), 에두
FC서울 수원 삼성 K리그 라이벌전 하우젠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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