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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올 한해동안 연중기획으로 <저자와 한밤을 보내다>를 진행합니다. 그 첫 순서로 최근 <여치가 거미줄에서 탈출했다>를 출간한 섬진강의 초등학교 2학년 시인들을 초청했습니다. 이 섬진강 아이들은 행사에 참여한 서울 아이들과 21일부터 1박 2일을 함께했습니다. 섬진강 시골 아이들과 도시 아이들이 만나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요? 그들의 아름다운 1박 2일에 <오마이뉴스> 송주민 인턴기자가 동행했습니다. [편집자말]
섬진강 아이 현아(왼쪽)와 서울 아이 현진이(오른쪽)
▲ "아~ 어색해" 섬진강 아이 현아(왼쪽)와 서울 아이 현진이(오른쪽)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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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시골 아이들과 서울 사는 도시 아이들의 첫 만남은 어색했다. 어제(20일) '서울 나들이' 때의 소란함은 어디로 갔는지 섬진강 아이들의 바쁘던 입이 한가해졌다. 어린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초롱초롱한 눈도 어색함 때문인지 지금은 수그러들었다.

"저기 민성이 있는 곳으로 조를 옮겨 주세요."

21일 오후 4시, 강화도 오마이스쿨 강당 안에서 시무룩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섬진강 아이 양대길(10)군이 말했다. 같은 조에 친한 애들이 없었는지, 아니면 서울 친구들이 생소해서 투정을 부리는 것인지, 입술을 툭 내민 채 조용히 앉아있었다. 대길이는 어제 그토록 날뛰며 서울을 누비던 녀석이 아닌가.

서울 아이들도 만나기 전 기대와는 달리 좀처럼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강화도 가는 버스 안에서 TV 속 섬진강 친구들을 보러 간다는 생각에 시종일관 들떠있던 김민영(10)양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첫 만남이 항상 설레지만은 않나 보다. 강당에 모인 아이들 사이에서는 마치 새 학년 올라가고 처음 교실에 모인 아이들 같은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그러자 아이들의 선생님인 김용택 시인이 한마디 건넨다.

"애들은 금방 친해져요. 단순히 어울려 노는 것, 함께 자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매우 뜻 깊은 일이죠. 내 생각에는 오늘 저녁에 잠 안잘 것 같은데?"

순간 뒤를 돌아보니 조금씩 강당 안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어색함을 깨는 '아이스 브레이킹' 시간. 아이들은 종이와 나무를 가지고 연 만들기를 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서로 말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나 저기 가위 좀 줘"란 말, 그리고 "너 풀 다 쓰면 나 쓸 차례다"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어  느새 아이들은 함께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김용택 시인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저거 봐, 금세 얘기하고 친해지잖아."

[섬진강 아이들과 대화] "서울 선생님은 안 유명하고, 우리 선생님은 유명해요."

21일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오마이뉴스> 연중기획 '저자와 한밤을 보내다' 첫번째 순서인 '섬진강 어린 시인들을 만나다' 행사가 열렸다.
 21일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오마이뉴스> 연중기획 '저자와 한밤을 보내다' 첫번째 순서인 '섬진강 어린 시인들을 만나다' 행사가 열렸다.
ⓒ 조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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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여치가 거미줄에서 탈출했다> 출판 기념회와 '섬진강 아이들과의 대화' 시간이 진행되었다. 책의 저자인 섬진강 아이들과 선생님인 김용택 선생님이 앞으로 나왔다. 아이들은 많은 사람들 앞에 서 있는 것이 처음인지 무척이나 어색하다는 눈치들이었다.

'꼬마 작가님'들의 자기소개는 매우 간편했다. "제 이름은 노희진입니다"부터 시작해서 "제 이름은 김용택입니다"까지 13명의 소개가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바로 이어 김용택 시인은 "뜻하지 않게 책을 내게 되고, <오마이뉴스>에서 전국적인 출판기념회를 성대하게 열어줘서 감사하다"며 인사말의 포문을 열었다.

"교사 생활을 하다 보면 호흡이 잘 맞을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덕치 초등학교에서 지난 6년 동안에 3번 정도가 아이들하고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그 중에 올해가 정말 좋아서 내 인생 최고의 행복한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보냈습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교단을 떠난다는 김 시인은 학교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멋지게 장식해 준 덕치초등학교 2학년 친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인사말을 마무리 하고 있었다.

이어 덕치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을 대표하여 정현아(9)양이 마이크를 이어 받았다. "글을 쓰는 것은 자기의 느낌이나 일이 일어난 순서대로 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똘똘하게 말을 시작해 강당에 모인 사람들에게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곧바로 현아는 자신의 시 한편을 낭송하기 시작했다. 제목은 '돌돌 만 나뭇잎'이었다. 낭송하는 동안 서울 아이들은 시골의 자연 풍경이 낯설기만 하다는 눈치였고, 학부모들은 어린 현아의 감각적인 표현에 감탄을 하는 표정들이었다.

내가 밖으로 나가 길을 걷고 있는데
나무에서 뭐가 떨어졌네.
나는 뛰어가서 보았네.
그건 나뭇잎을 돌돌 만 것이네.
나는 심장이 두근두근하며 펼쳐 보았다.
그 안에는 조그마한 노랑 알이 있었네.
나는 책에서 본 곤충이 생각났네.
이름은 모르겠지만
그 곤충은 잎을 돌돌 말아 그 안에 알을 낳아
떨어뜨리거나 바람 때문에 떨어지기 때문이네.
그 때 알이 떨어져 울상이 되었네.
- 정현아, '돌돌 만 나뭇잎'

현아의 시낭송이 끝나고,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의 출판 축하 발언이 이어졌다. 오 대표는 "누구를 모실까 정말 고민이 많았다. 그 순간 여러분들의 깨끗하고 순수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깊은 감동을 받았던 때가 떠올랐다"면서 "오늘 이 순간이 우리가 사는 곳을 좋은 세상, 바른 세상으로 만들어 가기 위한 첫 만남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12명의 어린 작가들에게 깊은 애정과 존경을 표했다.

'꼬마 작가들'에 대한 질문 시간이 시작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앞 다퉈 손을 들기 시작하였다. 아이들다운 꾸밈없는 솔직함이 담긴 답변은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절로 웃음이 나오게 했다. 어른들처럼 길거나 조잡함이 없는 간결한 답변이 참 듣기 좋았다.

"대길이는 까불까불 거리는 친구 같은데 어느 때 가장 글이 쓰고 싶어요?"
"심심할 때요."

"또 시를 보니까 농부가 되고 싶다던데 그 힘든 농사일을 왜 하고 싶어요?"
"농부 아닌데요. 변했어요. 이젠 사업가가 되고 싶어요."

"왜 갑자기 바뀌었어요?"
"농부는 열심히 일해도 돈 조금 버는데요, 사업가는 돈을 많이 벌잖아요."

장난꾸러기 같은 대길이가 글을 잘 쓰는 것이 신기했던지 참 많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마이크를 잡은 대길이의 솔직담백한 표현이 청중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오마이뉴스> 연중기획 '저자와 한밤을 보내다' 첫번째 순서인 '섬진강 어린 시인들을 만나다' 행사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지도교사인 김용택 시인과 어린 시인들이 함께 케이크 커팅을 하는 모습.
 <오마이뉴스> 연중기획 '저자와 한밤을 보내다' 첫번째 순서인 '섬진강 어린 시인들을 만나다' 행사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지도교사인 김용택 시인과 어린 시인들이 함께 케이크 커팅을 하는 모습.
ⓒ 조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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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아의 <콩>이란 시를 보면 콩을 까면 '콩콩콩' 소리가 난다던데 왜 이런 소리가 나요?"
"그냥 재미있게 쓸려고 그랬어요."

"서울 학교 선생님하고, 지금 다니는 시골의 김용택 선생님하고 다른 점이 뭐예요?"
"서울 선생님은 안 유명하고요, 우리 선생님은 유명해요."

서울에서 전학 온 현아는 재치 있는 답변으로 서울 선생님과 덕치 초등학교 김 선생님을 비교했다. "시골에는 살아 있는 생물도 많고요, 특히 곤충의 생김새 같은 것을 볼 때는 정말 신나요"라고 말하는 현아는 한 치의 거리낌도 없이, 예전에 살았던 서울보다 지금 사는 덕치마을이 훨씬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김용택 시인은 "어른들의 포장된 난잡한 언어보다 아이들의 진실된 말이 훨씬 멋있지 않느냐"며 첫 출판기념회를 성공리에 마친 '어린 작가님'들을 추켜세웠다.

"저는 항상 어린이들로부터 감동을 받습니다. 감동이 없는 삶과, 울림이 없는 교육은 발전이 없죠. 오늘 우리 어린이들이 앞에 나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답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감동입니다. 이 아이들 때문에 정말 행복합니다."  

[정월대보름 달맞이놀이] "엄마, 나 불 먹었어!"

<오마이스쿨> 교정에서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오마이스쿨> 교정에서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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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저물고, 강화도 오마이스쿨에는 어둠이 찾아왔다. 오늘(21일)은 정월대보름 날이었지만 날씨가 흐렸는지 보름달은 희미하게 보일 뿐이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모든 사람들이 오마이스쿨 운동장에 모였다. 소원을 쓴 종이에 불을 붙이고, 달을 향해 엎드려 절을 하려던 순간, 달이 구름 뒤로 숨어버렸다. 아이들은 실망하며 칭얼거렸다.

"아저씨, 달이 도망가 버렸어요!"

운동장 중간에 커다란 장작불을 피우자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도시 아이들은 도시 아이들대로, 시골 아이들은 시골 아이들대로 모두들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징, 꽹과리, 장구 등을 앞세워 모닥불 주위를 빙빙 돌며 대동놀이를 했다.

어색했던 첫 만남의 순간은 어디가고, 모든 아이들이 하나로 섞여서 손을 붙잡고 있었다. 깊어가는 밤, 울리는 징소리, 그리고 달빛보다 환한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사진기를 뒤로 재껴둔 채 아이들과 함께 즐기고 싶은 마음은 심한 욕심이었을까. 고사리 손을 내밀며 옆에 다가오는 민수의 손을 잠시나마 잡아 보았다.     

모닥불이 꺼져 가고, 불씨 가득한 잿더미가 쌓여갔다. 끝난 것이 아니었다. 오늘은 정월대보름이 아닌가. 깡통에 불씨를 가득 채우고, 쥐불놀이를 시작했다. 이 조그마한 아이들이 죄다 불이 든 깡통을 들고 돌린다면 위험하진 않을까? 요즘 숭례문도 타고, 화재 사건이 참 민감할 때가 아닌가. 그러나 우린 안전했다. 소방차 한 대가 조그마한 학교 안에 들어와서 늠름하게 아이들을 지켜주고 있었다.

소방차 앞에서 쥐불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
 소방차 앞에서 쥐불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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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호 대표와 아이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대동놀이를 하고 있다.
 오연호 대표와 아이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대동놀이를 하고 있다.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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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계속해서 불씨를 '리필'하며 끊임없이 쥐불놀이를 했다. 김용택 시인이 말했듯이 이들의 표정은 정말 '진지'했다. 뛰어 노는 게 일인 나이. 매일 계속되는 학원수업에 지친 서울아이들도 오늘만큼은 정말 '진지하게' 행복했다. 쥐불놀이는커녕 팽이치기도 한번 안 해봤다는 아이들에게 지금의 어른들은 잠깐이라도 이런 행복을 준 적이 과연 몇 번이나 될까.

그냥 깡통을 손으로 돌릴 뿐인데 그게 저렇게 재미있을까. 아이들 틈에 섞여서 한번 돌려봤다. 그냥 돌릴 뿐인데 이게 은근히 중독성 있다. 계속해서 돌리게 된다. 돌리고 또 돌리니 깡통 속의 불씨가 활활 타오른다. 하늘을 보니 구름에 반쯤 가려진 을씨년스러운 주황빛의 보름달이 희미하게 보였다. 어렸을 적 밭에서 동네 아이들과 함께 불장난을 하던 때가 생각났다.

아이들에게  쥐불놀이 할 불씨를 퍼주고 있는 조경국 기자
 아이들에게 쥐불놀이 할 불씨를 퍼주고 있는 조경국 기자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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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들어가지 않고 계속해서 깡통을 돌리고 있자 바빠진 건 옆에서 계속 불씨를 채워주던 <오마이뉴스> 조경국 기자였다. 계속해서 삽으로 불씨를 퍼주고 있는 조경국 기자가 안쓰러웠는지 민영이가 한마디를 던졌다.

"아저씨. 여기 오니 뜨거워요. 불이 무섭지 않으세요?"
"당연히 무섭지. 불이 안 무서운 것이 세상에 어디 있겠니?"
"있어요, 한마디로 '물'!"

불씨를 채우고 다시 한번 깡통을 돌리던 민영이의 입에 뭔가가 들어왔나 보다. 작은 불씨가 하나 날아와서 입 속에 살그머니 들어간 것이다. 옆에 있던 엄마에게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엄마, 나 불 먹었어!"

[그림책 만들기] "여러 가지 쓰지 말고 한 가지만 자세히..."

어린이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는 김용택 시인.
 어린이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는 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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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돌아 앉아 있는 놈은 어떤 놈이야. 똑바로 안 앉아!"

도시와 시골 아이들이 함께 한 짧았던 하룻밤이 지나고, 호랑이 선생님의 호통과 함께 22일 오전에 그림책 만들기 수업이 시작되었다. 김용택 시인은 자상하고 부드럽지 않을까 했던 생각은 첫 마디를 듣는 순간부터 무너지고 있었다. 어제 "수업 시간에 딴 짓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덕치초등학교로 전학가고 싶어요"라고 말했던 서울 아이 민영이의 표정은 순간 굳어버렸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김 시인의 잔소리도 연달아 이어졌다.

"첫날밤에 덕치초등학교 2학년 여자애들 때문에 난리도 아니었어. 다섯 번을 넘게 올라가서 주의를 줬는데도 또 떠들고 말이야. 2층 들락날락 거리느라 한 숨도 못 잤어. 근데 어제도 똑같아요. 재미있게 노는 것은 좋지만 남한테 방해는 안해야지 말이야. 2학년 바른생활 책에서 배운 거 아니야? 배웠으면 써 먹어야지!"

아이들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지난 설날에 TV속에서 수려한 자연광경과 함께 나왔던 자상한 김용택 선생님이 지금 우리 앞에 있는 분이 맞는 것일까.

"오늘 저녁에는 여기서 잠을 안자서 다행이야. 난 (밤) 9시에 자는 사람인데 11시도 넘어서 잤어. 너희들 때문에 열받아가지고! 민성이 너는 재환이랑 같이 계속 연필만 깎고 있을 거야! 이 뚱땡이들!"

혼내는 말투가 재미있는지 아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굳었던 얼굴을 풀고 웃기 시작한다. 아이들을 휘어잡는 선생님의 모습이 정말 능숙했다. 이 산만한 초등학교 아이들의 시선을 단 번에 칠판 쪽으로 집중시켰다. 오늘 아침. 오마이스쿨에서도 40년 넘게 교사생활을 했던 '베테랑 선생님'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 오마이스쿨에 와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뭐였어?"

갑작스러운 질문에 아이들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주위에 많은 자연과 건물들이 있는데 자세히 본 것이 없다는 아이들을 나무라며 선생님은 칠판에 시 하나를 적어주었다. 양지현(10) 양이 1학년 때 쓴 짤막한 동시였다.

벚꽃이 참 예쁩니다.
벚꽃을 보면 이모생각이 납니다.
- 양지현의 시, 제목은 없음.

벚꽃피던 지난 봄날. 교내 백일장에서 '장원급제'를 한 시라며 지현이의 시를 아이들에게 소개했다. 바로 앞에 앉아 있던 지현이는 쑥스러운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지현이는 자세히 본거야. 자세히 보면 이 세상에는 안 예쁜 것이 하나도 없어. 지현이네 이모가 얼마나 예쁜지는 모르겠지만, 벚꽃을 자세히 봤기 때문에 예쁜 이모 생각을 했고, 이걸 글로 쓴 거야."

'저자와 한밤을 보내다' 행사에서 섬진강 어린 시인 정현아 어린이가 그림책을 만들고 있다.
 '저자와 한밤을 보내다' 행사에서 섬진강 어린 시인 정현아 어린이가 그림책을 만들고 있다.
ⓒ 조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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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한밤을 보내다' 행사에서 그림책 만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김민영 어린이(좌)와 양승진 어린이(우)
 '저자와 한밤을 보내다' 행사에서 그림책 만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김민영 어린이(좌)와 양승진 어린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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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생님의 글쓰기 수업 핵심은 "자세히 봐라"였다. "공부든, 무엇이든 잘 하는 사람은 자신이 하는 것을 자세히 보는 사람"이라며 글을 잘 쓰는 것도 자세히 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세히 봐야 무엇인지 알고, 무엇인지 알아야 생각이 나오는 법"이라며 자세히 본 것을 통해 나온 생각을 쓰는 것이 글이라고 말했다.   

선생님의 강한 억양과 재미있는 말투 때문인지 아이들의 집중도는 고3 수험생 교실과 같았다. '자세히'란 말을 수도 없이 들은 우리 아이들은 머리가 어지러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김 선생님의 마지막 한마디도 역시 '자세히'란 단어가 빠지지 않았다.

"여러 가지 것을 쓰지 말고 한 가지 것을 자세히 쓰란 말이야. 오늘은 한 가지를 자세히 보고 글을 쓰면 돼요."

강의가 끝나고 곧바로 '그림책 만들기'를 했다. 아이들이 가진 갖가지 상상력을 조그마한 종이 안에 풀어놓았다. 앞서 있었던 김용택 시인의 글쓰기 강의를 우리 아이들은 잘 이해했을까. 아직 그 정도 경지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아이들은 정말 재미있게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었다.

앞에 나와서 작품을 소개하며 곤충학자가 되고 싶다고 외쳤던 민성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장수풍뎅이의 사계절을 표현했다. 그리고 효진이와 아영이는 토마토를 보며 신데델라에 나오는 호박열차를 떠올렸는지 토마토로 된 열차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아이들의 넘치는 생각들을 표현하기에 앞에 놓인 종이는 너무 작아 보였다.

그림을 다 그리고, 아이들은 이곳에서의 마지막 점심을 먹으러 갔다. 그 순간, 오마이스쿨 교정에는 섬진강 아이들이 직접 지은 경쾌한 동요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제는 귀에 익숙한 흥겨운 동요소리와 함께 행복했던 1박 2일이 마무리되고 있었던 것이다.  

'꽃은 참 예쁘다. 분꽃도 예쁘다. 이 꽃 저 꽃, 저 꽃 이 꽃,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시골 아이, 도시 아이, 예쁘지 않은 아이 없었다.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열린 '저자와 한밤을 보내다' 행사에 참여한 어린이들.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열린 '저자와 한밤을 보내다' 행사에 참여한 어린이들.
ⓒ 조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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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송주민 기자는 <오마이뉴스> 7기 대학생 인턴기자 입니다.



태그:#섬진강, #김용택,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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