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창원 LG와 부산 KTF. 2:1의 싸움이었던 상황이 올 시즌은 4:1로 더 싸움이 확대됐다. 그 싸움은 다름 아닌 4강 플레이오프(이하 PO)의 직행 티켓이 주어지는 2위 싸움이다.

 

4강 PO 직행 티켓 중 한 장은 이미 4.5경기차로 달아난 선두 원주 동부(30승 12패)의 몫으로 거의 돌아간 상태다. 최근 3연패의 부진에 빠졌지만, 다른 팀들 역시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팀 당 적게는 12경기에서 많게는 14경기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뒤집히기는 쉽지 않다.

 

2위 싸움의 당사자인 삼성-KT&G-KCC-LG

 

그러나 한 경기차 안에서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공동 2위 서울 삼성-안양 KT&G(25승 16패)와 한 경기 차로 쫓고 있는 공동 4위 전주 KCC-창원 LG(24승7 패)의 2위 싸움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특히나 최근 들어 삼성과 LG가 상승세를 그리고 있는데 반해 KT&G와 KCC는 하향세를 걷고 있는 터라 더욱더 2위의 향방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 팀 입장에선 전술적으로는 물론이고, 체력적으로도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는 의외의 선수. 혹은 지금까지는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으로 상대팀의 견제에서 다소 자유로울 수 있는 선수들의 활약이 필수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소속팀의 2위 획득에 열쇠를 쥐고 있는 숨은 플레이어는 누구일까?

 

 팀 동료와 하이 파이브를 나누는 이정석(맨 왼쪽)

팀 동료와 하이 파이브를 나누는 이정석(맨 왼쪽) ⓒ KBL

젊은 가드의 패기가 필요한 삼성 이정석

 

서장훈의 이적으로 ‘잘해야 6강’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뛰어난 가드진과 특급 외국인 듀오를 중심으로 한 공격 농구를 앞세워 상승세를 달리고 있는 서울 삼성.

 

빈약한 수비라는 약점이 있음에도, 공동 2위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역시 가드진의 활약이었다. 베테랑 가드인 이상민과 강혁은 팀이 어려운 시기에 서로 번갈아가면서 활약하면서 잘 이끌어 왔다. 그러나 체력적으로 두 노장가드가 어려움을 느낄 5R 중반을 넘어선 지금, 이제는 젊은 가드의 패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프로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한 젊은(1982년생) 포인트가드인 이정석의 활약이 필요할 때다. 정통 포인트가드로 경기 조율과 패싱 능력이 뛰어난 데다 3점슛 능력은 물론이고, 힘을 앞세운 수비력도 돋보이는 이정석이 이제는 노장 가드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정석 입장에서는 올 시즌 39경기에서 평균 5.28점 3어시스트로 공격에서는 다소 부진에 빠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최근 다섯 경기에서는 고작 3점 3.2어시스트로 득점은 더욱더 부진하다. 지난 시즌 전 경기에 나와 평균 8.24점 3.93어시스트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더욱더 공격적인 모습이 필요한 셈이다. 물론, 젊은 패기를 앞세워 수비에서도 힘을 보태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양희종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커밍스

양희종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커밍스 ⓒ 서민석

골밑의 약점을 상쇄시켜야 할 안양 T.J 커밍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빠른 트렌지션과 선수들의 고른 활약을 앞세워 공고히 2위를 지켰지만, 4R 4승5패로 처음 5할 이하의 승률을 기록한 데다 최근 8위 KTF-9위 모비스-10위 오리온스 등 사실상 하위권 팀들에게 연달아 패하면서 충격에 빠진 안양 KT&G.

 

그나마 KT&G와 마찬가지로 최근 하향세를 걷고 있지만, ‘높이’라는 확실한 강점이 있는 KCC는 물론이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삼성-LG 역시 부담스러운 상대다. 특히나 많이 뛰는 농구를 추구하는 KT&G의 중심인 주희정-황진원-은희석 등의 가드진이 최근 체력적인 부담 때문에 활약이 예전만 같지 못하고, 득점 기계로 불린 마퀸 챈들러 역시 최근 눈에 띄게 득점력이 떨어진 상태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해 줄 선수는 역시 센터를 맡고 있든 T.J 커밍스다. 200.7cm-101kg로 센터 치고 키는 무난하지만, 웨이트가 다소 밀리는데다 28살(1981년생)로 젊은 터라 아직까지는 경험이 부족한 커밍스는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올 시즌 41경기에서 평균 19.07점 6.15리바운드를 기록중인 커밍스는 최근 들어서 공격에 있어서는 상승세를 내달리고 있다. 특히나 지난 2월 10일 KTF와의 경기에서는 무려 33점 6리바운 2블록슛을 기록. 팀 내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센터의 본업은 역시 공격보다는 수비, 리바운드는 물론이고 상대 빅 맨과의 골밑 기 싸움에서 밀리면 팀 전체의 사기에도 크게 미친다는 것을 감안하면, 커밍스가 센터로 보여주는 기량은 아직까지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특히나 최근 들어 챈들러에 대한 상대의 집중 견제로 기회가 많아진 커밍스의 분전은 KT&G의 2위 수성에 반드시 필요한 전제 조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패스하는 임재현

패스하는 임재현 ⓒ 서민석

가드진의 부재를 해결해야 할 KCC의 임재현

 

상대적으로 다른 팀들에 비해 KCC에서 분발해야 할 선수는 확실히 눈에 띈다. 바로 올 시즌 FA 선수 신분으로 서울 SK에서 전주 KCC로 이적한 포인트가드 임재현이다. 높이에 있어서는 선두 동부 못지않은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능력을 배가시키고 조율해줄 가드진의 약세가 올 시즌 KCC의 가장 큰 약점이기 때문이다.

 

물론, 임재현 입장에서는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나 서장훈의 FA 영입 과정에서 자신을 대신해 이상민이 삼성으로 이적했다는 부담감은 임재현에게는 심리적으로 무거운 짐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32살로 적지 않은 나이지만, 서장훈이나 추승균에 비하면 후배라는 것도 승부처에서 자신의 소신을 펼치기 힘든 대목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부담은 올 시즌 40경기에서 평균 5.85점 3.48 어시스트 3점슛 1개에 그치고 있다는 것만 봐도 올 시즌 그의 부진의 깊이를 알 수 있다. 지난 2005~2006시즌에도 평균 8점 6어시스트로 부진했지만, 그때보다도 더 부진한 성적이다. 평균 10점에 5어시스트 정도는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그이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 클 지도 모른다.

 

물론 지난 2월 일 대구 오리온스와의 경기에서는 3점슛 4개 포함 16점 2어시스트로 모처럼 ‘공격형 가드’다운 모습을 선보였다. 결국 어시스트에 치중하기보다는 더욱더 공격에서 과감한 플레이가 필요한 셈이다. 특히나 서장훈과 추승균이 노장이라 체력적으로 부담을 가질 시기인 터라 그의 활약은 더욱더 중요한 셈이다.

 

 패스할 곳을 찾는 현주엽

패스할 곳을 찾는 현주엽 ⓒ 서민석

외국인 선수 못지않은 메리트가 있는 LG 현주엽

 

올 시즌을 앞두고 특별한 전력 보강이 없어 6강 PO 진출도 힘들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창원 LG. 하지만, '신산'으로 불릴 만큼 변화무상한 전술이 돋보이는 신선우 감독의 전술과 그 전술을 잘 소화할 수 있도록 구성된 선수들은 팀을 2위 경쟁에 한 축으로 올려놓았다.

 

역시 LG의 가장 큰 특징은 빠른 트렌지션과 스피드. 그리고 끊임없고 변화부상한 수비전술이다. 특히나 이현민-박지현으로 이어지는 가드들이나 오다티 블랭슨-캘빈 워너로 이어지는 외국인 선수가 다양한 플레이가 가능한 선수들이기 때문에 상대 입장에선 수비가 쉽지 않다.

 

하지만, LG에게는 아쉬운 대목이 있다. 바로 노장 스타인 슈터 조상현과 포인트 포워드 현주엽의 부진이다. 특히나 상대의 수비나 컨디션에 따라 기복이 심할 수밖에 없는 슈터인 조상현보다는 지나칠 정도로 자신보다는 다른 선수의 공격을 돕는 역할에 그치고 있는 현주엽의 플레이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물론, 가드들의 어시스트 능력이 다소 떨어지다 보니 현주엽 입장에서는 지금의 플레이 스타일이 살아남기 위한 방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195cm-103kg라는 당당한 체구를 앞세워 한 때 ‘외국인 선수급’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현주엽의 명성을 생각하면, 지금의 플레이는 아쉽다.

 

2월 11일 현재 40경기에 나와 평균 8.1점 4.05어시스트 3.8리바운드를 기록 중인 현주엽은 지난 2006~2007 시즌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 수 득점에 실패(평균 9.26점)하면서 하향세를 걷기 시작했다. 물론, 프로 데뷔 이후 첫 시즌이었던. 1998~1999 시즌 평균 23.94점 6.35리바운드 4.65어시스트 3점슛 2.09개를 기록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세월의 무게는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높이에서 약세를 보였던 LG 입장에서는 분명히 현주엽이 앞으로 보다 더 공격적인 플레이가 절실할 것이다.

2008.02.12 15:26 ⓒ 2008 OhmyNews
2위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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