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의 슛 장면

미숙의 슛 장면 ⓒ mk픽쳐스

"우리"가 무너진 시대다. 대학교 캠퍼스에서도 동아리가 잘 되지 않고, 동문회다 향우회도 예전만 같지 않다. 사실, 이런 징후가 나타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우리들이 "우리"라는 의식을 가지고 뭉쳐본 것이 언제가 마지막일까? 지난 월드컵이 마지막이 아닌가 생각한다.

 

선배들의 의식에는 아직도 개인보다는 단체라는 의식이 남아있지만, 후배들은 그런 고리때적 정서를 기피한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사실, 그렇게 된 데에는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다. 이해가 걸리고 나서야, "우리"와 단체를 찾게 되는 풍토며, "우리"라는 말이 숨기고 있는 위계와 서열도 문제다. 

 

이젠 "내"가 잘나서 "내"가 살아 남아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서도 마지 못해서라도 우리를 생각해야 하는 장이 있다. 그건 무얼까? 선거? 물론 틀린 답이다.

 

정답은 스포츠다. 특히, 구기에서는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매우 중요하다. 단체와 팀으로서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고, 아무리 우수한 개인도 한계가 있는 것이 구기의 속성이다. 다양한 종목과 다양한 게임에서 뛰어난 스타 플레이어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받쳐주는 동료가 없다면 아마 그 성적은 좋지 않을 것이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올림픽 핸드볼 대표의 실화를 드라마타이즈한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제목부터가 쿨해 보이지 않는 "우리"라는 말로 시작한다.

 

사실, 요즘은 나부터도 "우리"라는 개념에 약간의 거부감을 가진다. "우리"를 너무 되뇌는 것은 쿨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런 경향을 강화하는 것이 TV가 되는 수도 있다. 실제로 TV드라마를 보면, 대립의 선이 집단주의자 대 개인주의자로 그려지는 경우를 많이 볼 수가 있다. 많은 사극에서 민족주의를 빙자한 쇼비니즘이 판을 치고, 비현실적인 대가족제 가정이 자주 등장하는 마당이다. "우리"라는 단어도 덩달아 물을 먹고 있는 형국이다.

 

마치 시대의 추세를 역행하려는 조류가 TV드라마에서 재연되는 것 같다.

 

그런데,<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우리"는 여타의 "우리"와는 다른  종류의 "우리"라고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우리"는 평화와 공존을 추구하는 우리라고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핸드볼도 승부가 존재하는 스포츠인 탓에 경쟁이 심하다. 그런 상황에서 여자라는 점과 핸드볼을 한다는 점 외에는 사뭇 다르기만 한 그녀들은 올림픽 핸드볼 우승을 위해서 서로의 약점과 상처를 감싸 안으면서 하나가 되어 간다.

 

현실의 태릉선수촌이 상징하는 엘리트체육과는 달라 보이는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이 드라마는 나와 개인을 넘어서 우리를 생각하게 하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여 준다.

 

영화의 스포일러는 많이 알려져 있는 바와 같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여자 핸드볼 대표들은 우승을 하지 못한다. 결승전에서 피를 말리는 연장을 하고, 승부던지기에 까지 가지만 아쉬운 2등이 된다.  

 

아쉽지만, 그런 결말이 관객들에게 더 울림이 큰 것 같다. 관객들에게는 승리의 드라마를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그것보다 더 아름다운 드라마를 전달한다. 아직 그 이야기를 모른다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한 번 보시길….

2008.01.25 21:17 ⓒ 2008 OhmyNews
핸드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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