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참석한 기자회견 박정현(왼쪽 아래)씨는 기자회견까지 참석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처음으로 참석한 기자회견 박정현(왼쪽 아래)씨는 기자회견까지 참석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이호영

"선수들도 나섰는데 야구팬들도 뭉치면 분명히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www.kpbpa.net, 이하 선수협)는 15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서주빌딩 1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000만 야구팬 및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상우 총재와 7개 구단 사장단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은 프로야구 선수 손민한(롯데 자이언츠)과 이숭용(현대 유니콘스) 같은 유명인도 있었지만 낯선 얼굴들도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네이버 카페 '유니콘스에게 희망의 뿔을(cafe.naver.com/again00unicorns)' 운영자 박정현(28·대학생)씨다.

집이 경남 울산이어서 롯데를 응원한다는 박씨는 아주 평범한 야구팬이다. 그런데 이번 기자회견을 위해 마땅히 연고도 없는 마당에 서울까지 올라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고. 그는 이번 일에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롯데팬이지만 현대 야구단 문제를 놓고 심각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프로야구에 참여한다는 KT가 60억원 만을 쓴다니 날로 먹는 것 같아 불만이 많았어요. 하지만 만약 현대가 없어지게 되면 경기 수도 줄고 악영향이 커질 것 같더라고요. 그러면서 우리 팀이 해체되면 어떻게 하나 한번 생각해봤죠. 그래서 축구도 시민구단 있으니 야구도 한번 해보자고…."

이때부터 박씨는 평범한 야구팬이기를 거부했다. 박씨는 모두가 생각만 하고 있을 때 앞장서서 나서는 소위 '실천하는 야구팬'이었다. 그는 KT 인수 무산이 결정된 바로 다음 날인 12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유니콘스에게 희망의 뿔을'이라는 카페를 개설하고 8개 구단을 응원하는 누리꾼들의 힘을 모으기로 마음 먹었다.

"솔직히 비웃음거리가 될 줄 알았어요. 처음에는 '하나 마나겠지'하고 생각했거든요. 또 내가 현대팬도 아닌데 괜히 나서면 되나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의외로 호응이 좋았어요. 10명, 20명 모이더니 100명으로 차츰 더 모이더라고요."

네이버도 지원 사격?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박정현씨가 개설한 카페 배너(붉은색 네모 표시)를 뉴스 페이지 오른쪽에 배치, 야구팬들의 눈길을 모았다.

▲ 네이버도 지원 사격?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박정현씨가 개설한 카페 배너(붉은색 네모 표시)를 뉴스 페이지 오른쪽에 배치, 야구팬들의 눈길을 모았다. ⓒ 인터넷 화면 캡쳐

실제로 그랬다. 박씨가 개설한 카페는 단 3일 만에 2000명의 회원을 돌파하며 야구팬들의 높은 관심을 그대로 반영했다. 특히 네이버 야구 뉴스 페이지 전면과 오른쪽에 배너가 깔리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16일이 되면서 회원 수는 무려 3000명을 향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팬들이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는 분명하다. 박씨는 "팬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선수들에게 팬들도 같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이번 일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7개 구단 선수들이 동료를 위해 10억원을 낸다는 것과 현대 선수단이 연봉 위임을 하겠다는 것은 정말 큰 결심이라 생각합니다. 선수들도 이렇게 스스로 희생을 하는 마당이라면 팬들은 그들을 보호해줘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당연하다는 듯 반문했다.

야구팬들의 높은 관심 박정현씨가 개설한 카페는 3일 만에 2000명을 넘어섰고 지금도 회원 수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 야구팬들의 높은 관심 박정현씨가 개설한 카페는 3일 만에 2000명을 넘어섰고 지금도 회원 수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 인터넷 화면 캡쳐

지금도 '유니콘스에게 희망의 뿔을'에서는 현대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논의되고 있다. 박씨는 그 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단 많은 분들의 모금을 통해 신문광고 등 우리가 선수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다양하게 모색할 생각입니다. 또 어떤 분들에게서는 연예인 리그의 도움을 받자는 말도 나왔었는데 참고해 봐야겠죠. 지금 저희들이 크게 구단을 어떻게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8개 구단 유지의 필요성을 모두가 공감했으면 하는 생각이죠."

하지만 이면에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카페에 호응이 많아질 수록 운영은 어려워지고 이 점은 대학생 졸업반 신분인 박씨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박씨는 "저도 마지막 학기니까 준비는 잘 해야죠. 사실 기자회견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어요. 다만 일이 커진 이상 최대한 책임은 져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적절히 조절해서 잘 할 겁니다"고 말했다. 그는 카페의 규모가 갑자기 커짐에 따라 운영 방침도 정했다고 한다.

 

"앞으로가 문제죠." 박정현씨는 현대 야구단 살리기 카페(유니콘스에게 희망의 뿔을)를 개설하면서도 많은 고민이 뒤따랐다고 털어놨다. 또한 앞으로가 문제라는 말도 덧붙였다.

▲ "앞으로가 문제죠." 박정현씨는 현대 야구단 살리기 카페(유니콘스에게 희망의 뿔을)를 개설하면서도 많은 고민이 뒤따랐다고 털어놨다. 또한 앞으로가 문제라는 말도 덧붙였다. ⓒ 이호영

"원래 이 문제가 해결되는 데로 없애려고 했는데 워낙 좋은 계기로 야구팬 분들이 동참하고 계셔서 계속 유지할 생각입니다. 다만 지속적인 활동은 고민이 되는데 책임자를 지역별, 구단별로 분업화해서 운영하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한편 기자회견 후 팬들 사이에 있었던 간담회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오갔다.

박씨를 비롯해 각종 야구 커뮤니티에 활동하는 사람들이 참여한 이 간담회에서는 '서명운동 진행과 8개 구단 팬들 화합의 장 및 호소문 발표'라는 현실적인 행동까지 나왔다. 박씨는 16일 새벽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 17일과 18일 행사계획을 상세히 올려 야구팬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팬의 입장에서 이번 일이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무슨 일이 있어도 프로야구가 8개 구단으로 유지되었으면 합니다.

사실 8개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 선수협, 야구팬 모두가 한배를 탄 것 아닐까요? 이번 일은 프로야구를 구성하는 주체들이 모두 조금씩 잘못해서 벌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구단 관계자분들께 '프로야구에 관련된 모두가 융화되고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고 싶습니다. 꼭 좋은 쪽으로 해결이 됐으면 합니다."


이제 야구팬들의 관심을 넘어 사회적 이슈가 된 그의 바람이 현실로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그를 비롯, 현대 야구단의 존속을 지지하는 많은 야구팬들이 있어 희망의 끊을 놓기에는 아직 이르다.

덧붙이는 글 | 현대 야구단에 대한 궁금증, 제보 받습니다.
http://aprealist.tistory.com
toberealist@nate.com

2008.01.16 15:48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현대 야구단에 대한 궁금증, 제보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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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유니콘스 박정현 프로야구 야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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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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