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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경로 : 후아라스(Hauarz) → 카탁(Catac) → 치키안(Chichian)→ 코노코초(Conochocho) → 레쿠이(Recuay) → 후아라스(Huaraz)

후아라스의 전경. 후아라스는 페루 북쪽의 도시로 해발고도 3090m이며 수도 리마에서는 400km 떨어져 있다. 1970년에 지진으로 도시가 많이 파괴 되어 시장을 제외하고는 별로 볼거리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주변의 환경이 등산하기에 적합하고 웅장하여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후아라스의 전경. 후아라스는 페루 북쪽의 도시로 해발고도 3090m이며 수도 리마에서는 400km 떨어져 있다. 1970년에 지진으로 도시가 많이 파괴 되어 시장을 제외하고는 별로 볼거리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주변의 환경이 등산하기에 적합하고 웅장하여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 김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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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라스에서 치치안으로 가는 경로
 후아라스에서 치치안으로 가는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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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도전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여행이란 항상 행복하고 즐겁고 기쁠 수만은 없다. 어느 시기에, 어디를, 어떻게, 어떤 환경에서 여행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많은 사람들에게 충고를 해 줬으면서도 나 스스로는 그걸 말로만 했던 것은 아니었나 싶다. 6개월만에 다시 돌아온 남미의 땅, 재도전이다. 달려보자!

6개월 동안이나 자전거를 안 탔고, 고산이라 적응 하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에릭은 말한다. 짐을 조금 덜 달고 한 6일간 주변을 달리자는 의견이다.

숙소에 트레일러와 짐을 좀 두고 일단 6박7일간 필요한 짐만 챙겼다. 후아라스를 벗어나니, 계곡 등 시골의 정겨운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자유와 평화를 만끽할 수 있어 행복하다.

첫날 점심 때는 강에서 바로 잡은 송어(Truca)를 먹었다. 그랬더니, 힘이 더 난다. 게다가 그늘에서 춥다고 조금 불평을 하니 리마에서 관광 온 페루인이 덥석 모자를 선물한다. 필요 없다고 해도 본인의 성의니 받아 달란다. 문득 참 따뜻한 민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르헨티나에서 첫날 점심을 초대 받았던 때가 떠올랐다.

점점 높은 곳을 달리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페달을 돌려도 자전거가 앞으로 전진하는 느낌이 없다. 게다가 바람은 왜 그리 센지…. 그리고 맞바람이다.

6박7일의 여정을 5일만에 끝내고, 다시 후아라스로

몸풀기 운동은 언제나 쉬면서 해 주면 좋다. 국민체조로 몸풀기를 하고 그 이후에 다리 근육 운동을 하면 좋다.
 몸풀기 운동은 언제나 쉬면서 해 주면 좋다. 국민체조로 몸풀기를 하고 그 이후에 다리 근육 운동을 하면 좋다.
ⓒ 김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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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과 다른 예쁜 숙소. 숙소의 사람들이 자전거 관광객이 왔다고 반가워 하며 끊임 없이 질문을 했다.
 예상과 다른 예쁜 숙소. 숙소의 사람들이 자전거 관광객이 왔다고 반가워 하며 끊임 없이 질문을 했다.
ⓒ 김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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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내 모습을 보면, 환상적이고 영화의 한 장면같다. 하지만 내 몸은 아프다. 바람에  맞서 전진하느라 힘을 주어서 어깨도 아프고 얼굴은 따가운 해 땜에 벌겋게 달아 올랐다.

반면 에릭은 신났다. 자연 속에 있는 본인을 발견하곤, 행복해 하며 환호성을 지른다. 나도 자연 속에 있는 것이 좋지만 몸이 따라 주지 않아서 에릭만큼은 만끽하지 못한다. 힘들게 도착한 치키안이라는 곳은 시골이지만 다행히 숙소는 깨끗했고 아주 예쁜 정원이 있었다. 가끔 정말로 기대하지 않는 숙소들이 시골이나 관광지에 있어 놀라고 고맙다. 피곤한 몸을 쉬게 할 수 있고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유감이자 한편 다행인 것은 초장기 6박7일의 여정을 5일만에 마감하고 다시 후아라스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지도를 보고 정했던 경로를 현지인들에게 문의하니 하루 0m에서 1500m의 고산, 그것도 아스팔트도 아니 비포장을 올라야만 했고 중간에 마을도, 그 무엇도 없단다. 텐트랑 다른 장비를 준비하긴 했지만 나의 능력과 한계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투어다. 두 손 두 발 다 들고 포기 하자고, 아니 나의 능력으로 자연에 도전할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바람이 심하게 불 경우 헬멧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산에선 신체적으로 무리가 오거나, 바람에 의해 고막이 터질 위험이 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휴지로 귀를 막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조금 보호가 된다. 여행이란, 운동이란 한계를 넘어서면 고통인 것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초장기에 이미 진을 너무 많이 빼서 더 이상 뺄 힘이 없다.

"저 키 큰 남자는 도대체 누군가?"

고산에 강한 바람. 귀가 아파서 힘들었다.
 고산에 강한 바람. 귀가 아파서 힘들었다.
ⓒ 김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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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고산도 많은데 비포장까지 있고 1주일간의 극기훈련을 5일간으로 단축하자.
 다가올 고산도 많은데 비포장까지 있고 1주일간의 극기훈련을 5일간으로 단축하자.
ⓒ 김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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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해가 쨍쨍해 한국의 여름처럼 덥지만, 해가 지면 겨울처럼 기온이 뚝 떨어진다. 그래서 머리가 젖어 있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감기 걸리기에 안성맞춤이다. '시골이라 미장원에 드라이기가 있을까?' 싶었건만 다행이 드라이기가 있다.

완전히 고물인데다가 고산이라 바람이 세지 않아 근 30분 넘게 머리를 말렸다. 나중에는 의자에 앉아 있는 내가 미안한 생각이 든다. 대충 머리 속만 말려 주면 되는데 머리가 길다는 둥, 보드랍다는 둥 각종 듣기 좋은 말을 하면서 정성을 다해서 말려 준다.

옆에 손님으로 온 아줌마는 온 동네의 상황을 이야기한다. 누구네 집 아이가 뭘 어떻게 했고 누구 집에 언제 할머니가 오시고, 어느 집 아저씨랑 아줌마랑 싸웠다는 등. 미장원은 세계 어느 곳이나 정보 교환 장소인 모양이다. 유럽이나 한국이나 남미나 형태는 다르지만 성격은 비슷하다. 아줌마들의 수다실과 정보교환장소다.

더 재미있었던 것은 미장원 문을 나서려고 하는데 나에게 살짝 묻는다. "저 키 큰 남자는  도대체 누군가?"라고 묻는 것. 갑자기 짓궂은 생각이 들어 "글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으니, 내 보디가드이냐고 묻는다. 웬 보디가드? 아마 우리가 부부라고는 상상을 하지 못한 모양이다. 난 그 아줌마와 동네 사람들에게 밤새도록 수다재료를 준 셈이다. 분명 아줌마들의 상상력이 동원되어 온갖 이야기를 다 했을 것일 테니….

시골 미장원의 모습, 감기 걸리지 않으려면 원숭이가 되어도 참아야죠!
 시골 미장원의 모습, 감기 걸리지 않으려면 원숭이가 되어도 참아야죠!
ⓒ 김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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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이 페루의 시골과 도시의 엄청난 차이다. 빈부의 차도 심하지만 문명의 차이도 엄청나다. 말이 시골의 미장원이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미장원의 모습은 아니다. 과자도 팔고 야채도 팔고 그리고 조그마한 장소에 의자가 2개 정도 있고 거울이 있을 뿐이다. 머리를 감는 곳도 없다.

현대적인 감각은 없지만 미장원의 역할은 다 한다. 머리도 자르고 파마도 하고 수다도 있다. 난 머리를 말릴 수 있다는 것으로만도 행복했고 그 속에서 페루 시골 아줌마들의 생활을 잠깐 엿볼 수 있어 정겨웠다.

근육통, 신경통에 좋은 황토 온천

후아라스에서 12km 떨어진 Monterrey 황토 온천. 피로가 싹 풀린다
 후아라스에서 12km 떨어진 Monterrey 황토 온천. 피로가 싹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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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5일간의 극기 훈련을 하고 나니 몸에서 피곤하다고 난리다. 마침 후아라스 근처에 몬테리 온천이 있는데 내 고향 강릉 금진 온천과 같이 신경통과 피부병에 아주 좋단다.

주변에 오이칼립투스 나무가 많이 자라고 지역적으로 아름다운 자리에 위치한 온천은 3개의 커다란 수영장과 가족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15개의 조그마한 개인욕조가 따로 있다.

수영장과 같이 커다란 공동 욕조의 물은 우리에게는 조금 미지근했다. 물의 온도만 측정하려고 손을 담그니 온천 욕을 하고 있는 페루인들이 좋다면서 빨리 수영복을 갈아 입고 들어오라고 난리다. 물이 그리 따뜻하지 않다고 하니 개인욕조에 가면 물이 따뜻하다고 알려 준다.

개인욕조로 가니 방처럼 따로 되어 있고 문도 있었다. 남에게 방해 받지 않고 집에서 목욕을 하는 것 같아서 편안하고 좋았다. 비용도 아주 싸다. 온천의 입장료는 3.5 S(1000원) 정도다. 일반 욕조는 하루 종일 사용해도 되고 개인욕조를 이용할 경우는 3S(900원) 정도를 더 내면 된다. 사용 시간은 30분이다.

개인욕조에서 물을 틀면 황토 빛 온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온다. 한 15분간 욕조에 물을 받고 앉아 있으니 그동안의 피로가 싹 풀린다. 신경통, 근육통에 좋다는 말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페루인들 사이에서도 온천은 대중화 되어 있다고 한다. 페루 곳곳에서 온천을 이용하러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한국의 화려한 온천과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물의 수질과 효능은 아주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Pachamanca 라는 후아라스 지역의 별미. 닭, 양, 돼지 고기와 옥수수, 고구마등을 함께 땅속에다 넣고 특이한 양념 Huacatay를 넣고 요리함. 치즈와 옥수수, 커다란 콩 또는 옥수수를 찧어서 싼 Humita 라는 것을 곁들여 준다.
 Pachamanca 라는 후아라스 지역의 별미. 닭, 양, 돼지 고기와 옥수수, 고구마등을 함께 땅속에다 넣고 특이한 양념 Huacatay를 넣고 요리함. 치즈와 옥수수, 커다란 콩 또는 옥수수를 찧어서 싼 Humita 라는 것을 곁들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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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을 하고 나오면 주변에 지역의 별미를 제공하는 식당이 많다. 숯불 갈비, 옥수수 찐 것, 감자 구운 것, 생선 등 다양한 음식을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가장 맛있는 것이  'Pachamanca'다. 후아라스 지역의 별미인데 온천 들어가기 전에 주문해 두면 좋다. 어떤 때는 음식이 다 팔리기 때문이다. 음! 몸의 피로도 풀고 별미도 먹고 나니 정말로 행복하다. 이런 것이 여행이다.

호수 Qeurochoca의 전경. 가슴이 다 트인다.
 호수 Qeurochoca의 전경. 가슴이 다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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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편부터는 후아라스에서 극기 훈련을 마친 뒤 정상적으로 모든 짐을 부착하고 떠나는 페루 자전거 여행기가 시작됩니다.

덧붙이는 글 | 김문숙 기자는 남편인 에릭 베어하임과 지난 2005년 부터 아르헨티나와 칠레, 볼리비아, 페루를 여행한 후 2007년, 6개월의 휴식을 취한 뒤 현재 자전거를 타고 페루 북쪽과 에콰도르를 여행 중이다.



태그:#남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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