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장 방문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요즘 농구 인기는 예전만 못하잖아."

'농구 대잔치'로 대변되는 농구의 르네상스 시절. 농구를 사랑했지만, 정작 최근 들어서는 그다지 농구를 관심있게 본 기억이 없다는 한 지인이 올해가 농구 프로화가 된 지 10년이 되었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라며, 던진 한마디다.

물론, 그다지 문화 컨텐츠가 다양하지 못했던 1990년대 초중반만 해도 농구 경기처럼 좁은 장소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열 명이 하는 플레이에 열광한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종교의식'에 가까운 행사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굳이 농구 경기 아니라도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을 컨텐츠는 늘어났고, 스포츠 종목 안에서도 과거만해도 '스포츠'라는 개념을 사용해야 할지 고민스러울 수 밖에 없었던 '게임'이 이제 'e-스포츠'라는 개념으로 엄연히 한 축으로 자리잡았고, 골프나 스키 역시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어느정도 대중화 정착단계에 들어간 상황이다.

그러한 현실에서 과거 우리를 열광시켰던 농구가 나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역시 그 해답은 각 구단의 홈, 즉 경기장 안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선수들의 경기 자체를 보러 오는 팬들도 많겠지만, 그것보다는 경기장에 '보고 즐길 것'이 많아야 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이제 10개 구단의 각 경기장을 찾아보고자 한다.

자! 그럼 농구의 또 한 번의 '르네상스'를 위한 해답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서보자!

 서울 SK의 홈 잠실 학생체육관

서울 SK의 홈 잠실 학생체육관 ⓒ 서민석



스포테인먼트 그리고 잠실이라는 시장

최근 프로 스포츠에서 마케팅과 관련된 키워드는 '스포테인먼트(spotainment)'다.

스포츠(sports)와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합성한 신조어인 스포테인먼트란 단어는 일방적인 마케팅 방식에서 벗어나 팬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고, 때로는 공급자와 수요자가 동등한 위치나 바뀐 상황에서 마케팅을 한다는 개념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렇듯 새로운 스포츠 마케팅의 최근 경향을 반영한 스포테인먼트라는 단어를 주창한 구단이 프로농구계에도 있다. 잠실학생체육관을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서울 SK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월 3일 '통신 라이벌'로 불린 부산 KTF와의 홈 경기가 열린 잠실학생체육관을 찾아가 봤다.

 "환영합니다!'-경기장에 들어서자마자 반갑게 맞이하는 구단 관계자

"환영합니다!'-경기장에 들어서자마자 반갑게 맞이하는 구단 관계자 ⓒ 서민석



 경기장 밖에 설치된 '만남의 광장'

경기장 밖에 설치된 '만남의 광장' ⓒ 서민석



 국물있는 음식을 먹게 마련된 취식대

국물있는 음식을 먹게 마련된 취식대 ⓒ 서민석


새롭고 밝은 분위기로 단장한 학생체육관

청주를 홈으로 쓰던 SK는 2001년 6월 수원을 연고로 삼고 있던 삼성과 함께 연고지를 서울로 이전했다. 하지만, 옮긴 직후 서울 삼성과 함께 잠실실내체육관을 사용한 SK는 2004~2005 시즌을 앞두고, '한 지붕 두 가족' 생활을 청산하고, 잠실학생체육관(수용규모 6,700석)으로 옮겨왔다. 아무래도 서울 삼성과 같은 경기장을 쓰면 마케팅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학생체육관이라는 곳은 과거 '농구 대찬치'로 대변되는 농구의 르네상스로 불린 시절 명승부가 연출되었던 장소였다. 이곳에서 연세대와 고려대 두 대학이 맞수 대결을 펼쳤고, 신흥 실업 강호로 군림한 기아자동차가 '전자 듀오'였던 현대전자와 삼성전자 두 명문팀과 명승부를 겨뤘다.

그랬던 학생체육관은 세월의 바람을 이겨내지 못하고 많이 낡은 경기장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코트는 물론이고, 전체적인 체육관 시설을 새롭게 단장했다. 비록 오래 전에 설계된 경기장이라 전체를 뜯어 고칠 수는 없지만 좌석을 안락하게 고치면서 팬들이 보다 더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갖추었다.

특히나 다른 경기장보다 더욱더 선수들의 플레이를 가까이 볼 수 있음은 물론이고, 먹을 거리와 캐릭터 상품 세트까지 제공되는 T-스페이스석(30,000원), 싸이월드–스피드 메이트-1682 콜렉트콜-미스터피자-스코피 ZONE(성인 10,000원,어린이 8,000원) 등 SK의 대표 컨텐츠 상품이나 스폰서들의 상품을을 나눠주는 좌석을 마련해 농구도 보고, 원하는 물건도 얻어갈 수 있는 ‘1석 2조 마케팅’을 펼친 것이 인상적이었다.

타 구장이 플로워석-특석-일반석 등으로 다소 단순하게 나눈 좌석 배치를 SK는 T스페이스-S석-R석-나이츠 Zone-브랜드Zone-일반석 등으로 다양하게 나눠 팬들이 골라서 경기를 볼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팬들에게 음료가 제공되는 좌석

팬들에게 음료가 제공되는 좌석 ⓒ 서민석



 하프타임 때 열린 '유소년 농구대회'

하프타임 때 열린 '유소년 농구대회' ⓒ 서민석



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이벤트

시설만 새롭게 단장했다고 해서 팬들을 농구장으로 불러모을 수는 없는 일이다. 팬들이 경기장을 찾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농구라는 스포츠를 보고, 중간중간에 열리는 이벤트를 통해 즐거움과 갑갑한 일상에서 작은 ‘일탈’을 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팬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든 이벤트들이 많다. 일단, 경기장 입구에 들어서면 한 여성이 “SK 나이츠의 홈 구장인 잠실 체육관을 찾아주신 팬 여러분을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마이크를 통해 직접 방송해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4쿼터 시작 직전에는 치어리더들이 팬들을 불러내 함께 YMCA 음악에 맞춰 율동을 선보인다.

여기에 자유투-3점슛-하프라인 슛 성공에 따라 도토리를 제공하고 전반 종료 후 ‘행운의 벨을 울려라’는 제목으로 장내 아나운서가 내는 퀴즈를 전화로 맞추는 이벤트도 있다.

기자가 찾아간 3일 경기에서도 개그맨 양배추 선수의 시구(다른 경기장에서의 시구와는 다르게 패스를 받아 레이업 슛을 시도하는 형식으로 진행)와 일산-분당 팀으로 나뉜 유소년 선수들의 농구대회가 펼쳐져 팬들의 시선을 고정시켰다. 또 이날은 SK의 신입 매니저들이 일사분란한 응원을 펼쳐 역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팬들과 함께하는 '댄스의 시간'

팬들과 함께하는 '댄스의 시간' ⓒ 서민석


 패했지만, 어김없이(?)열린 팬 싸인회

패했지만, 어김없이(?)열린 팬 싸인회 ⓒ 서민석



우리나라 스포츠단의 목적이 ‘수익창출’보다는 ‘모기업 홍보’라는 점을 봤을 때 작전타임 도중 직접 선수들이 유명 광고나 개그 프로를 패러디 해 모기업이나 스폰서 제품들을 홍보하는 장면이나 선수들의 자유투 성공 때나 SK 텔레콤의 새로운 사업영역인 ‘T’를 연상케 하는 음향을 넣는 것 역시 구단 입장에서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시도한 것으로 여겨진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선수들이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시간이 마련된다.

앞으로도 ‘스포테인먼트’를 주창하는 SK가 더욱더 팬들과 함께하는 구단으로 거듭날 수 있길 기원해본다.

덧붙이는 글 다음은 창원 LG의 홈 경기인 창원실내체육관을 기사화하겠습니다.
잠실학생체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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