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추억 춘천고 야구부는 2일 전격 해체를 결정했다. 이로써 강원도에 있는 고교 야구부는 강릉고, 속초상고, 원주고 만이 남게 됐다.

▲ 이제는 추억 춘천고 야구부는 2일 전격 해체를 결정했다. 이로써 강원도에 있는 고교 야구부는 강릉고, 속초상고, 원주고 만이 남게 됐다. ⓒ 춘천고등학교


해체 위기가 감돌던 춘천고 야구부가 결국 없어졌다. 춘천고는 2일 더 이상 야구부를 제대로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 전격 해체를 결정했다. 이로써 강원도에 있는 고교 야구부는 3개(강릉고, 속초상고, 원주고)로 줄었다.

희망찬 새해부터 날아든 고교야구 해체 소식은 최근 학생야구가 맞이한 위기를 그대로 반영한다. 2005년 12월 한서고를 시작으로 최근 5년간 고교 야구부는 무려 4개나 없어졌다. 특히 이번 비시즌에는 무려 3개교가 무더기로 해체됐다. 2007년 10월 15일 고양 주엽고, 10월 23일 성남서고, 2008년 1월 2일 춘천고가 그 대상이다.

선수 수급 안 되고, 비용은 대부분 학부모 주머니에서...

다 모여도 10명? 주엽고 야구부는 전부터 선수수급 문제가 대두되면서 운영 위기를 맞았다. 결국 주엽고는 지난해 10월 15일 해체됐다.

▲ 다 모여도 10명? 주엽고 야구부는 전부터 선수수급 문제가 대두되면서 운영 위기를 맞았다. 결국 주엽고는 지난해 10월 15일 해체됐다. ⓒ 이호영


스포츠 종합 주간지 <스포츠2.0>은 2007년 11월 26일에 주엽고와 성남서고의 해체 소식을 보도했다. 주엽고는 선수 수급이 문제였고 성남서고는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 주된 이유였다.

사실 한국의 모든 고교 야구부는 선수 수급과 운영비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야구를 하겠다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의지가 갈수록 줄어들어 선수들이 많지 않고, 학교나 동문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다면 비싼 장비와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야구는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이다. 현재 선수 한 명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1년에 글러브, 스파이크, 유니폼, 장갑, 배트 등을 비롯, 장비 값만 300만원 가량 든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돈은 대부분 해당 학부모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이번 춘천고 야구부 해체는 이 두 가지 문제가 모두 작용한 경우다. 춘천고 측은 "올해 야구부의 신입생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을 밝혔고 학부모들은 "재정적 지원 방안도 문제였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선수가 없고 운영비가 부족하면 야구부의 운영은 어렵게 된다.

20명 안 되는 고교 야구부 많아

지난해 8월 모든 고교 야구부가 참가하는 대회로 유명한 제37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는 모두 55개교가 이름을 올렸다. 당시 9명의 야구부원으로 명맥만 잇고 있던 속초상고는 아예 참가조차 하지 못했다. 실제 대한야구협회에 등록된 고교 야구부는 56개였다.

하지만 현재 고교 야구부는 54개에 불과하다. 주엽고와 성남서고, 춘천고가 해체되면서 야구부 숫자는 줄어들었다. 비록 10월 3일 안양 충훈고가 야구부를 만들면서 고교야구의 위기감을 일부 불식시키긴 했지만 현재 운영이 어려운 야구부는 한두 군데가 아니다.

성남서고 임치영의 역투 지난해 봉황대기에서 성남서고의 사이드암 투수 임치영(고려대 진학예정)이 혼신의 투구를 펼치고 있다. 성남서고는 대회가 끝나고 세 달을 채 버티지 못하며 10월 23일 해체됐다.

▲ 성남서고 임치영의 역투 지난해 봉황대기에서 성남서고의 사이드암 투수 임치영(고려대 진학예정)이 혼신의 투구를 펼치고 있다. 성남서고는 대회가 끝나고 세 달을 채 버티지 못하며 10월 23일 해체됐다. ⓒ 윤대근



일단 운영비 문제는 뒤로 하더라도 선수 자체가 부족한 야구부가 굉장히 많다. 고교야구는 투수와 지명타자를 포함해 10명의 선수가 나서고 교체선수를 포함하면 20명 이상은 되어야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있다. 선수단의 모든 선수가 주전급 실력을 갖췄다고 보기도 어렵다.

지난해 봉황대기를 기준으로 20명이 채 안 되는 야구부는 전체의 16%에 해당하는 무려 9개교였다. 경주고(19명), 화순고(18명), 구미전자공고(17명), 부산공고(16명), 충주성심학교(10명), 김해고(9명), 속초상고(9명) 등이 선수가 부족한 대표적인 학교였으며 해체를 맞이한 춘천고(18명)와 주엽고(14명)도 지속적으로 선수 수급 문제에 시달려왔다.

위와 같은 야구부는 당장 신입생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될 경우 존립이 위태롭다. 이미 춘천고와 주엽고의 해체가 현실로 나타났고 신흥 명문으로 각광받던 성남서고(25명)까지 결국 해체를 맞이한 것만 봐도 현재 고교 야구부 운영은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평가다.

일본처럼 '순수 아마추어'로 전환하면 어떨까?

야구 선진국인 일본은 약 4000여개의 고교 야구부가 운영되고 있다. 일본의 고교 야구부는 운동에 모든 것을 건 한국과는 달리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순수 아마추어다.

반면 한국의 학생야구 선수들은 운동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때문에 프로에 진출하지 못하는 선수들은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야구만 바라본 선수들이 야구 외에 두각을 나타낼 분야가 없다는 것이다. 학창시절 학업을 등한시해 나타나는 구조적인 문제다.

행정을 담당하는 대한야구협회도 현재 학생야구가 직면한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 구경백 대한야구협회 홍보이사는 "이제 중·고교 야구선수들에게도 공부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며 "앞으로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선수들이 야구를 하고 있지만 프로야구 선수로 성공할 확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이런 체계를 고수한다면 갈수록 고교 야구부 숫자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제 한국의 학생야구도 순수 아마추어로 서서히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보다 설득력을 얻을 전망이다. 춘천고 야구부의 해체로 대한야구협회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덧붙이는 글 아래의 주소로 야구관련 제보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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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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