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2007 K리그는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K리그의 새내기'들은 과연 올해 K리그를 어떻게 바라봤을까요? 여기 풋풋한 새내기들이 있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K리그의 현장에서 일한 사람들입니다. 신인선수에서 부터 1년차 구단 직원까지…. '새내기가 말하는 2007 K리그'는 4회에 걸쳐 새내기들의 목소리로 올해 K리그를 결산해보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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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1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 부산 아이파크-수원 삼성의 경기. 경기장에는 모처럼 1만여 명이 넘는 관중으로 '가득' 했다. 6만을 넘게 수용하는 경기장의 규모를 생각할 때 '가득' 했다는 표현은 어색했지만 다섯 자리 관중을 기록한 것이 실로 오랜만의 일이었기에 경기를 준비하는 부산 구단 직원들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부산' 했다.

바쁘게 움직이는 부산 직원들 사이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바로 여성 직원이 많다는 것이다. 보통 다른 구단의 경우 여성 직원들은 경리, 회계 업무에 집중할 뿐 주요 업무는 모두 남성이 맡고 있다. 그런데 부산은 홍보업무와 지역공헌팀, 전력분석에 각각 여성인력을 배치했다. 그렇기에 이런 부산의 풍경은 신기할 수밖에 없는 일.

이 중 지역공헌팀 유소년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최보람(26) 매니저는 여성인력의 막내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통역사 김유진(24)씨가 막내였지만 엔디 에글리 전임 감독의 사임에 그 역시 팀을 떠나며 최씨가 막내 역할을 맡게 된 것.

구단을 누구보다 열렬히 사랑한다는 그는 '프로축구팬'에 '서포터' 출신이라는 배경을 갖고 있었다. 홈, 원정 경기를 가리지 않고 응원하다 보니 대학에 못 갈 뻔 하기도 했다. 대학에서도 학업에 큰 지장을 받았다. 그래서 부산에 있는 대학에 다니던 그는 큰 결심을 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축구경기를 보다보니, 수업을 제대로 듣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결심했죠. 학교를 다른 곳으로 옮겨서 편하게 보기로요."

그는 결국 대전의 한 대학으로 옮겨 마음껏 응원을 하러 다니게 됐다. 대전에서는 수도권이든 남부지방이든 쉽게 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부산에서 다니던 학교는 그만두고 시험을 다시 보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이런 열성을 눈여겨본 전재민 부산아이콘즈 사무국장이 구단 직원으로의 입사 제안을 했다. 하지만, 그는 순수성이 의심받을까봐 제안을 거부했고 안병모 단장이 직접 설득하고 나서야 수락을 하게 됐다.

유소년 시스템 하나만큼은 부산이 최고!

입사 전에도 구단 축구교실을 열성적으로 도왔던 그녀는 입사 뒤 유소년육성 파트 매니저라는 중책을 떠안았다. 평소에도 관심을 가졌던 분야라 그녀는 더 없이 기뻤다고 한다. 현재 부산은 2003년 U-12팀을 창단한 이래 2005년 U-15, 그리고 올해 U-18(동래고등학교)팀까지 만들어져 운영 중이다.

그녀는 부산의 유소년 시스템이 최고라고 말했다. 이해가 안 갔다. 프로구단 중 유소년 시스템이라면 포항 스틸러스, 전남 드래곤즈가 선구자로 인식되고 울산 현대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기에 '부산이 어째서?'라는 물음표를 달게 했다.

이러한 의문은 금방 풀렸다. 그는 "부산의 유소년 시스템은 구단이 직접 운영을 한다"고 설명했다. 즉 포항, 전남, 울산 등이 기존의 학원 축구부를 지도하고 학교가 관리하는 형태로 운영한다면 부산은 클럽 내 직접 유소년 팀을 만들어 운영과 관리를 병행한다는 것이다. 해외 선진리그의 유소년 시스템을 부산이 가장 먼저 도입,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소년 업무에 대한 자랑을 하던 그녀의 말은 이해가 갔다.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남해 스포츠파크에서 열렸던 U-12 국가대표 상비군 훈련에 부산 아이파크 유소년팀 소속의 세 선수가 참여한 것으로 성과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내 불만이 터져 나왔다. 부산이 운영하는 유소년 클럽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의 유소년팀은 이회택 축구교실, 고봉우 축구교실처럼 일반 클럽으로 취급받고 있다. 포항이나 전남이 관리하는 유소년팀은 학원 스포츠의 영역으로 취급받아 일 년에 네 차례 전국대회에 참가할 수 있지만 부산은 그렇지 못해 해외 초청대회나 MBC가 만든 꿈나무리그에만 낄 수 있다.

"프로축구연맹에서 프로구단 소속의 클럽팀끼리 경기가 가능한 리그라도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일반 학교 대항 대회에는 참가할 수 없으니까요. 당연히 아이들이 진학하기 어려워요. 정말 뛰어난 아이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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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황선홍 감독 별명처럼 부산도 날아오르길...

유소년팀을 만들며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 부산이지만 당장 성적은 신통치 않다. 올해도 에글리 감독의 사임 뒤 박성화 감독이 부임했지만 보름만에 올림픽대표팀으로 자의 반 타의 반 '도망' 갔다. 또 다시 김판곤 수석코치가 2006년 이안 포터필드 감독의 사임 이후 세 번째 감독대행으로 후반기를 이어왔고 13위라는, 사실상 '꼴찌'로 시즌을 마감했다.

하지만, 시즌 마감 뒤 황선홍 감독의 선임은 엄청난 화제를 일으켰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영입이었다. 7개월의 시간 동안 세 명의 감독과 한 명의 감독 대행을 맞이했던 최씨에게도 혼란스러울 법했다. 그는 이렇게 비유했다.

"구단 사무실에 사람들이 들어와서 인사를 하면 손 한 번 흔들고 끝이잖아요. 근데 에글리 감독은 손도 흔들고 같이 수다도 떨고 재미있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박성화 감독님이 부임 후 사무실에 들어오자 구단 직원들이 하나같이 벌떡 일어나더군요. 어른이어서 그랬나 봐요. 황선홍 감독님은 아직 안 겪어봐서 잘 모르겠지만 친근할 것 같아요."

서포터일 때는 부진한 성적을 기록 중인 구단을 향해 마음껏 욕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구단 직원의 위치에서는 내색하기가 어려울 터. 서포터들로부터 '공공의 적'이 됐다. 감독이 공석 중일 때는 새 감독이 누구냐고 질문 공세를 받았지만 본인도 모르기에 입을 꾹 다물었다고 한다.

'벙어리'가 된 현재, 열광적인 응원을 하던 시절이 그리울 것 같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에 참을 수 있다고 말하던 그는 2002년 월드컵 대표로 선발될 뻔하다 낙마했던 수비수 심재원과의 일화를 말하며 과거를 회상하기도 했다.

"제가 입사한다고 하니 우리 팀 심재원 선수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데요. 몇 년 전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울산과 경기에서 경기 전 선수들이 연습하는 시간이었어요. 근데 그라운드에서 갑자기 날아온 공이 관중석에 있던 제 눈을 강타했어요. 멍한 상태에서 김태민 선수가 얼음을 들고 오기에 누가 그랬느냐고 화를 내니까 심재원 선수가 그랬다는 거예요. 입사한 후 심재원 선수에게 그때 슈팅 후 어디 갔었느냐고 물으니 저한테 한 마디 들을까 봐 바로 뒤돌아 도망갔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부산은 올 시즌 종료 후 황 감독의 부임 전까지 활발한 선수 트레이드로 내년에 대한 대비를 다른 팀보다 빨리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서른아홉 살로 열네 구단 중 가장 젊은 황선홍 감독과 팀 컬러가 맞아가고 있다.

황 감독에 대한 기대감은 클 수밖에 없을 터, 최보람 매니저의 내년 '바람'은 이렇다.

"감독님의 별명이 황새잖아요. 우리도 훨훨 날았으면 좋겠어요. 도깨비 팀이 아니라 황 감독이 맡으니 팀이 이렇게 다르구나 하는 그런 팀으로 변모했으면 좋겠어요. 황 감독에 대한 기대효과가 클 것이고 부산에서도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기에 관중도 몰려 왔으면 좋겠고요. 더불어 우리 유소년 선수들이 더욱 멋지게 성장해 부산을 날아오르게 하는 자원이 되기를 기대해요."

최보람 매니저 부산 아이파크 유소년 시스템 황선홍 감독 박성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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