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상승세의 숨은 주역 가드 표명일

동부 상승세의 숨은 주역 가드 표명일 ⓒ 서민석

 

20경기에서 15승, 패배는 고작 다섯 번만 당한 팀이 있다. 승률로 치면 무려 7할5푼에 달한다. 아직 34경기나 남아 있지만, 지금 성적으로만 봐도 선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최근 2연패를 당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상대가 2위권을 형성 중인 KT&G와 KCC라는 것 역시 마음에 걸리는 대목이다.

 

이렇듯 최근 위기에 빠진 팀은 바로 원주 동부다. 비록 아직까지는 '절대 무적 동부'라는 수식어에 부합하는 성적을 기록 중이지만, 언제든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준 연패를 당한 셈이다. 조금만 틈만 보여도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올 상대 팀 입장에선 물론 동부와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게 한 것도 동부에게는 껄끄러운 대목인 셈이다.

 

이번 주말 동부의 2연패가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레이업슛을 시도하는 김주성

레이업슛을 시도하는 김주성 ⓒ 서민석

 

표명일-강대협 두 ‘가드의 비애’

 

사실 그동안 동부가 잘 나간 데에는 오코사(204.1cm)와 김주성(205cm)으로 이어지는 ‘트윈타워’의 공로가 가장 컸다. 골대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 즉 키 큰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한 농구라는 스포츠에서 2m가 넘는 장신 선수를 둘이나 보유한 팀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못지않게 동부의 상승세를 이끈 숨은 주역은 표명일과 강대협 두 가드들이다. 손규완-양경민 두 노장 슈터의 부진에 의한 외곽 공격의 정체는 물론이고, KTF로 신기성이 FA 선수 신분으로 이적한 이후 동부의 고질적인 문제로 불렸던 포인트가드의 부재라는 두 난제를 해결한 선수가 바로 표명일과 강대협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두 선수에 대한 집중 견제가 시작되면서 표명일과 강대협은 신음 중이다. 특히나 표명일의 경우는 지난 8일 KT&G와의 경기 도중 무릎 부상까지 당했다. KT&G 입장에서는 ‘김주성-오코사에게 골밑은 줘도 표명일-강대협에게 외곽을 줄 수는 없다’는 명제를 성실히 따른 결과 상대적으로 수비는 두 선수에게 집중 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두 가드들이 고전한 것 역시 당연한 결과였다.

 

사실 동부 입장에선 지난 주말 2연패를 당하기 직전 당한 3패가 SK-전자랜드-LG였는데 이 팀들의 공통점 역시 확실한 주전 선수들에게 의존하기보다는 기용할 수 있는 선수층이 두텁다는 것. 특히 가드진에 고만고만한 준척급 선수가 많아 누구를 기용하더라도 전력에 큰 누수가 없다는 것 역시 표명일-강대협에 대한 집중 수비가 가능할 수 있게 한 대목이다. 게다가 두 선수가 제 아무리 가드라고는 하지만, 키가 작은 축에 든다는 것 역시 상대의 집중 수비를 불러온 요인이다.

 

골밑은 물론이고, 외곽포의 지원 사격을 앞세워 상대팀의 수비를 무력화 시켰던 동부. 하지만, 이제는 강대협-표명일로 대변되는 가드진에 대한 상대 견제라는 부담감이 생기면서 위기를 맞은 상황이다. 모처럼 주전 가드로 거듭난 두 선수는 고비를 넘길 수 있을까? 두 선수의 남은 시즌 활약에 주목해보자.

 

 동부의 대체 외국인 선수인 딕슨

동부의 대체 외국인 선수인 딕슨 ⓒ 서민석

 

‘평범한 선수’ 딕슨이 만든 구멍

 

과연 “평범한 선수인 것 같다”라는 전창진 감독의 지나친 겸손의 말이 씨가 된 것일까? 더글라스 렌을 대신해 대체 영입된 카를로스 딕슨(193.9cm)의 최근 부진 역시 동부의 행보를 무겁게 하는 대목이다.

 

사실 렌이나 딕슨 모두 다른 선수들에 비해 팀 내 역할이 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렌이 상대적으로 자신을 내세우기보다는 팀을 중시하는 이타적인 플레이 스타일로 수비에서도 묵묵히 궂은일을 잘하는 선수였던 데 반해 딕슨의 경우 상대적으로 공격에 대한 욕심과 자신감이 많은 스타일이다. 결국, 동부 입장에서는 딕슨의 화려함보다는 렌의 묵묵함이 팀의 상승세에는 더욱더 도움이 됐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점을 ‘치악산 호랑이’로 불리는 전창진 감독이 묵과할 리 없다. 특히나 과거 데이비드 잭슨이나 아비 스토리와 같은 외국인 선수들을 잘 구슬려 챔피언에 오른 경력이 있는 전 감독 입장에서는 딕슨의 타고난 기량은 제쳐두더라도 궂은 일이라도 제대로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질지도 모를 일이다.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기 시작한 가드진이 고비를 넘겨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것 못지않게 딕슨이 ‘외국인 선수 1인분’의 몫을 해줘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동부 오코사와 손규완

동부 오코사와 손규완 ⓒ 서민석

 

살인적인 일정과 타 팀의 자신감도 변수

 

이렇듯 경기력적인 측면 이외에 동부 입장에서는 지난 5일 대구 오리온스부터 15일 창원 LG전까지 무려 6경기를 치러야 하는 살인적인 일정을 어떻게 넘기느냐 역시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지난 주말 KT&G-KCC와의 2연전에서도 그랬듯 상대팀 역시 수비력이 돋보인다는 것 역시 동부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대목이었다.

 

특히나 KT&G의 경우 비록 높이에 있어서는 동부에게 밀리지만, 주희정-은희석-황진원 등 스피드와 수비력을 겸비한 가드진들이 동부 가드들을 잘 막는 데 성공했고, KCC 역시 가드진은 걸출하지 않지만, 서장훈-크럼프-로빈슨 등으로 이어지는 높이가 발군인 팀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삼성(11일)-SK(13일)-LG(15일)의 경우도 만만치 않은 전력을 구축한 데다 세 팀 모두 선수층이 두텁기 때문에 체력전으로 나설 경우 얼마든지 동부를 괴롭힐 수 있다는 것 역시 동부 입장에선 버거운 대목이다. 잘못하면 연패의 시기가 길어질 수도 있는 셈이다.

 

학창 시절 공부 잘하는 학생이 다른 학생들의 시샘을 받았던 듯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인 동부 입장에서도 이제 서로에 대한 전력의 베일이 벗겨진 상황에서 얼마나 상대팀들의 견제를 딛고, 선두 자리를 지키느냐가 올 시즌 맞은 고비를 넘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동부가 ‘절대 무적’이라는 응원 구호답게 위기를 딛고, 지존의 자리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2007.12.11 08:09 ⓒ 2007 OhmyNews
원주 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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