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

양준혁 ⓒ 삼성 라이온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예선에서 한국야구 대표팀이 일본에 분패, 한장뿐인 본선 직행 티켓을 일본에게 양보했다. 이제 한국은 내년 3월에 열리는 대륙별 플레이오프에서 본선행을 노려야 하는데, 이번 대회에서 맞붙은 대만은 물론, 멕시코 캐나다 영국 스페인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과 풀리그로 일전을 펼치게 된다.

한국이 일본전에서 패한 이후 결과론적 측면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가장 말이 많은 중심타선의 부진과 더불어 플레이오프에서는 어떤 선수가 대표팀에 새로 합류하고 또한 탈락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벌써부터 팬들의 관심거리 중 하나다.

그중 다른 선수들에 비해 유독 지금동안 대표팀에 소외된 선수가 있으니 바로 삼성의 양준혁(39)이다. 양준혁은 1993년 프로입단 이후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교타자이자 신기록 제조기로서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중 한명이다.신인왕과 더불어 그동안 타격1위만 4차례(93,96,98,01) 최초 2000안타 등 각종 신기록은 물론, 앞으로 그가 치는 안타, 홈런 하나하나가 곧 한국야구 역사가 되는 선수다.

그런데 유독 그는 국가대표와는 인연이 없었다. 프로생활 15년동안 거의 슬럼프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고 '괴물타자'의 원조격인 선수지만 국가의 부름을 받지 못한 것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 지금동안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는 말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이범호(한화)나 이진영(SK) 같은 선수들은 양준혁과 비교해 아직 프로경력도 짧은 뿐더러,그가 이룩한 업적에 비해 한참 모자란 선수(선수폄하가 아니다)들임에도 불구하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뽑혀 활약 했었지만 양준혁은 세계대회는 고사하고 아시아 지역예선 대표팀에서 조차도 뽑히지 못한 불운한 선수다.

물론 포지션의 특성상 그리고 단기전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수비력이 떨어지는 그가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한 것이 이해가는 측면도 있다.

그렇지만 지명타자 또는 대타로서 얼마든지 양준혁은 필요한 선수다. 공의 구질과 코스를 가리지 않고 쳐대는 그의 방망이 솜씨와 그리고 뛰어난 선구안은 특히 스몰볼을 내세우며 한국을 괴롭힌 이번 일본전에서는 꼭 필요한 선수였다.

 양손을 들어 승리의 V 를 펼치는 양준혁

양손을 들어 승리의 V 를 펼치는 양준혁 ⓒ 삼성 라이온스



양준혁 선수가 해태시절(99년)자신의 후계자로 언급했던 KIA의 장성호는 일본전에서 대타로 나와 2번 모두 볼넷으로 출루했다. 대표팀 중심타자들이 상대 일본투수들의 칼날같은 제구력과 변화구에 연신 헛방망이질을 보이는 것과 비교해 유인구에 속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하는 장성호를 보면서 양준혁도 충분히 대표팀에서 경쟁력이 있는 선수라고 판단된다.

단기전인 국가대항전에서는 작은 수비실수 하나가 승패를 좌우한다고 하지만, 안타보다 소중한 출루도 그만큼 승패를 좌우하는 공격의 물꼬인것이다.

양준혁은 정교한 타격과 뛰어난 선구안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큰 것 한방을 쳐줄수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만약이란 말이 얼마나 부질없는 단어인지는 알고 있지만, 이번 일본전에서 양준혁 선수가 있었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번 대회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양준혁은 실력에 비해 국가대표로 발탁되지 못한 대표적인 선수이자, 무시되어 왔던 선수다.

9년 연속 3할(1993-2001) 이상과 타격왕 4차례란 기록이 그렇게 가치가 없는 선수평가인지는 모르겠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국대표팀 선수 중, 그동안 양준혁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오랫동안, 그리고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가 있는가.

내년 3월에 열리는 플레이오프 때는 그가 대표팀에 선발되길 빌어본다. 대회에 참가하는 다른 국가 팀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게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저런 특이한 타격폼에서 안타를 치는 선수가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끔.

양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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