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동안 V리그 여자부는 온통 '핑크빛'이었다.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분홍 거미 군단'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두 시즌 연속 통합 우승(정규리그, 챔피언 결정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여자부는 큰 변화를 겪었다. 프로 출범 후 처음으로 시행된 자유계약(FA) 제도로 인해 많은 선수들이 유니폼을 갈아 입었고, 특히 '코트의 사령관'이라 할 수 있는 세터는 5개 구단의 주전 선수가 전원 물갈이됐다. 이렇게 수많은 변수들로 인해 더욱 뜨거워질 여자부의 전망을 해본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부상 선수 복귀, '3연패 이상무'

 황연주의 부상 여부는 이번 시즌 흥국생명의 운명을 결정한다.

황연주의 부상 여부는 이번 시즌 흥국생명의 운명을 결정한다. ⓒ 한국배구연맹


세터 이영주, 센터 진혜지, 레프트 윤수현이 나란히 은퇴를 선언했지만,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에도 변함없이 우승 후보 1순위다.

진혜지와 윤수현은 지난 시즌에도 부상으로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기 때문에 큰 공백을 느낄 수 없고, 이영주 세터의 자리에는 KT&G 아리엘즈에서 뛰던 이효희가 새로 합류했기 때문이다. 

흥국생명 2연패의 원동력이었던 '쌍포' 김연경과 황연주가 지난 시즌 종료 후 나란히 무릎 수술을 받았지만 경기 출장에 지장이 없을 만큼 재활에 성공했고, 연습생 출신의 센터 전민정도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뽑혔을 만큼 기량이 만개했다.

새 외국인 선수 마리 할렘(브라질)은 남미 선수 특유의 탄력을 앞세워 지난 KOVO컵에서 득점 부문 4위(63점)를 차지, 김연경과 함께 '레프트 듀오'를 형성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문제는 역시 부상. 무릎 수술의 부담이 남아 있는 김연경과 황연주의 부상이 재발한다면 흥국생명의 공격력은 눈에 띄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흥국생명은 두 선수가 뛰지 못했던 지난 KOVO컵에서 4경기 동안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특히 이번 시즌 등록 선수 17명 중에 라이트 공격수는 황연주 한 명 밖에 없기 때문에, 황연주의 부상 여부는 흥국생명의 성적과 직결된다(황연주는 지난 시즌에도 무릎 부상을 안고 전 경기에 출장한 바 있다).

예상 베스트 7 : 김연경, 마리(이상 레프트), 황연주(라이트), 이효희(세터), 전민정, 태솔(이상 센터), 구기란(리베로)

[현대건설 그린폭스] 전통의 명가, '젊은 피'로 재무장

 한유미는 어느덧 팀 내 최고참 선수가 됐다.

한유미는 어느덧 팀 내 최고참 선수가 됐다. ⓒ 한국배구연맹


과거 세터 강혜미와 센터 장소연이라는 걸출한 콤비를 보유하고 있던 현대건설은 겨울리그에서 5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프로 출범과 함께 강혜미와 장소연이 유니폼을 벗었지만, 현대건설은 세터 이숙자와 센터 정대영을 중심으로 팀을 재정비, 지난 시즌 준우승을 차지하며 '명가의 자존심'을 지켜 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콤비' 이숙자와 정대영마저 FA로 풀려 GS칼텍스로 떠났다. 기둥 두 명이 또 한 번 팀을 이탈하면서 현대건설은 새로운 팀으로 탈바꿈했다.

이번 시즌 현대건설의 가장 큰 변화는 평균 연령이 대폭 낮아졌다는 점이다. 만 25세의 한유미가 어느덧 팀 내 최고참 선수가 됐고, 세터 한수지, 센터 김수지 등 팀의 새로운 주역들은 모두 20세를 갓 넘긴 어린 선수들이다. 

현대건설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선수는 캐나다 출신의 외국인 선수 티파니 도드. 왼쪽 공격수 티파니는 지난 9월 KOVO컵에 결장해 아직 기량이 검증되진 못했지만, V리그 여자부 선수 중 가장 큰 신장(193cm)을 자랑하고 있어 한유미와 함께 왼쪽에서 위력적인 강타를 때려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남성여고 출신의 신인 센터 양효진도 현대건설의 '히든 카드'로 꼽힌다.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전체 4순위에 머물렀지만, 국내 선수 중에서는 김세영(KT&G)과 함께 가장 큰 신장(190cm)을 가진 유망주다.

완숙한 기량을 뽐내던 이숙자와 정대영이 빠졌지만, 패기 넘치는 '젊은 피'로 재무장한 현대건설이 코트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예상 베스트 7 : 한유미, 티파니(이상 레프트), 이진희(라이트), 한수지(세터), 김수지, 양효진(이상 센터), 문선영(리베로)

[한국도로공사] '득점왕' 레이첼을 비롯, 주전 선수 대거 이탈

 레이첼의 이탈로 한송이의 부담은 더 커지고 말았다.

레이첼의 이탈로 한송이의 부담은 더 커지고 말았다. ⓒ 한국배구연맹


도로공사는 프로 출범 후 지난 세 시즌 동안 모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여자부 5개 구단 중 플레이오프 진출을 한 번도 놓치지 않은 팀은 도로공사가 유일하다.

그러나 이번 시즌 도로공사는 그 어느 때보다 고전이 예상된다. FA 자격을 얻은 주전 세터 김사니가 KT&G로 이적했고, 레프트 임유진, 센터 김미진, 라이트 이윤희 등 주전 선수 세 명이 한꺼번에 은퇴를 하고 말았다.

여기에 시즌을 눈앞에 두고 레이첼 밴 미터(미국)마저 부상으로 퇴출,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이다. 레이첼은 지난 2006~2007 V리그와 KOVO컵에서 연속 득점왕을 차지했던 도로공사의 주공격수다.

이렇게 주전 선수가 대거 이탈했음에도, 전력 보강은 김사니의 보상 선수로 데려 온 왼쪽 공격수 임효숙과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입단한 신인 라이트 하준임 정도 밖에 없다. 

결국 도로공사는 레이첼과 견줄 수 있는 새로운 외국인 선수가 올 때까지 국가대표 리베로 김해란을 중심으로 한 끈끈한 수비를 바탕으로 약한 공격력을 만회할 수밖에 없다.

예상 베스트 7 : 한송이, 임효숙(이상 레프트), 한준임(라이트), 최윤옥(세터), 김지현, 곽미란(이상 센터), 김해란(리베로)

[GS칼텍스] 90년대 영광이여, 다시 한 번

 '특급 신인' 배유나는 GS칼텍스를 단숨에 우승 후보로 만들었다.

'특급 신인' 배유나는 GS칼텍스를 단숨에 우승 후보로 만들었다. ⓒ 한국배구연맹


올해부터 새롭게 도입된 FA제도와 지난 달 19일에 열렸던 신인 드래프트는 GS칼텍스를 위한 것이었다. GS칼텍스는 FA 자격을 얻은 이숙자와 정대영을 데려 와 약점으로 지적됐던 세터와 센터를 동시에 보강했고,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어 배유나를 잡는데 성공했다.

프로 출범 후 세 시즌 동안 한 번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던 '만년 하위' GS칼텍스가 순식간에 호화 멤버를 자랑하는 우승 후보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여자 이경수' 김민지와 지난 KOVO컵에서 서브왕에 올랐던 외국인 선수 하께우 다 실바(브라질), 한일전산여고 2학년 시절부터 성인 국가대표팀의 주전 선수로 활약했던 배유나로 이어지는 공격 라인은 '김연경-황연주 콤비'의 흥국생명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다.   

GS칼텍스의 걱정은 역시 팀워크. 새로 합류한 이숙자, 정대영, 배유나 모두 국가대표 자출로 인해 기존 선수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고, 설상가상으로 정대영은 지난 19일 맹장 수술까지 받으면서 시즌 초반 출전이 불가능하다.

모든 단체 구기 종목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배구 경기는 아무리 뛰어난 선수들을 모아 놔도 조직력이 흐트러지면 결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없다. 따라서 GS칼텍스가 겨울리그 9연패를 차지했던 90년대의 영광을 재현하려면, 하루 빨리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을 만들 필요가 있다.

예상 베스트 7 : 김민지, 하께우(이상 레프트), 배유나(라이트), 이숙자(세터), 김소정, 정대영(이상 센터), 남지연(리베로)

[KT&G 아리엘즈] 공격형 세터 김사니 영입, 상위권 위협할 '복병'

 브라질 출신의 페르난다는 KT&G의 주공격수로 활약할 예정이다.

브라질 출신의 페르난다는 KT&G의 주공격수로 활약할 예정이다. ⓒ 한국배구연맹


프로 원년 우승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지난 시즌에는 최하위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KT&G는 내심 미소를 지었다. 이번 시즌에 '신인 최대어' 배유나를 잡을 확률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꼴찌에게 주어지는 1순위 지명 확률 50%는 야속하게 KT&G를 비켜 갔고, 배유나는 35%의 확률을 가지고 있던 GS칼텍스에 입단했다.

만약 배유나가 KT&G의 유니폼을 입었다면, KT&G는 일약 '돌풍의 팀'으로 떠오를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모두 부질없는 가정이 됐다.

비록 최대 숙원이었던 '배유나 영입'은 실패로 끝났지만, KT&G도 오프시즌 동안 고려증권의 스타 플레이어 출신 박삼용 감독을 부임시키면서 알찬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먼저 180cm의 신장을 자랑하는 공격형 세터 김사니를 영입해 얌전하고 소극적이던 팀 컬러에 변화를 줬고, 외국인 선수 페르난다 베티 알비스(브라질)도 지난 KOVO컵에서 득점 부문 3위에 오르며 믿음직스런 기량을 과시했다. 

KT&G는 국가대표 김세영과 지정희가 버티는 센터진이 국내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홍미선, 임명옥(이상 레프트), 박경낭, 한은지(이상 라이트) 등 좌우 공격수들만 제 몫을 해준다면 무시할 수 없는 '복병'이다.

예상 베스트 7 : 홍미선, 페르난다(이상 레프트), 박경낭(라이트), 김사니(세터), 김세영, 지정희(이상 센터), 이현정(리베로)

V-리그 프로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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