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4년째를 맞는 'NH농협 2007~2008 V-리그'가 12월 1일 개막한다.

1980~90년대 농구와 함께 '겨울 스포츠의 꽃'으로 군림하며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배구는 지난 2005 시즌부터 프로가 출범돼 수준 높은 경기를 펼치며 과거의 인기를 회복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와 삼성화재 블루팡스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5개월의 대장정을 치르게 될 '백구의 대제전' 남자부 전망을 해본다.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좌우 날개 잃은 '디펜딩 챔피언'

 이선규 등이 버티는 현대캐피탈 센터진은 변함없이 위력적이다.

이선규 등이 버티는 현대캐피탈 센터진은 변함없이 위력적이다. ⓒ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프로배구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며 현대캐피탈의 2연패를 주도했던 숀 루니(미국)가 러시아로 떠났다. 오프시즌 동안 기흉 수술을 받은 '무서운 아이' 박철우도 시즌 초반 출전이 불가능하다. 센터 이선규와 리베로 오정록도 부상에서 완쾌되지 못했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루니의 대안으로 영입했던 외국인 선수 커트 토펠(미국)마저 시즌이 개막하기도 전에 짐을 싸고 말았다. 공격을 주도하던 양 날개를 잃고, 외국인 선수까지 뛸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다.

그렇다고 현대캐피탈이 '만만한 팀'이 된 것은 결코 아니다. 비록 좌우의 공격력은 눈에 띄게 약해졌지만, 이선규, 윤봉우, 하경민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센터진은 변함없이 위력적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와 박철우가 합류할 때까지 선두권과의 승차가 크게 벌어지지만 않는다면 시즌이 거듭될수록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왼쪽의 송인석과 오른쪽의 후인정이 건재한 만큼 상무에서 전역한 주상용과 인하대를 졸업하게 되는 신인 임시형의 활약이 절실하다.

예상 베스트 7 : 송인석, 주상용(이상 레프트), 후인정(라이트), 권영민(세터), 이선규, 하경민(이상 센터), 김정래(리베로)

[삼성화재 블루팡스] '무적 함대'의 위용은 역사 속으로

 장병철의 활약은 삼성화재의 성적과 직결된다.

장병철의 활약은 삼성화재의 성적과 직결된다. ⓒ 삼성화재 블루팡스

'월드 스타' 김세진에 이어 '갈색 폭격기' 신진식과 '미남 센터' 김상우가 유니폼을 벗었다. 석진욱, 장병철, 최태웅도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긴 노장 선수가 됐다.

겨울리그 9연패와 77연승 신화를 창조했던 '무적 함대'의 위용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 셈이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팀이다. 다양한 볼배급을 자랑하는 최태웅 세터와 신들린 수비가 돋보이는 여오현 리베로가 건재한 삼성화재는 이번 시즌에도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워 높이의 열세를 만회하려 한다.

크로아티아 출신의 외국인 선수 안젤코 추크의 기량이 지난 시즌에 뛰었던 '괴물' 레안드로 다 실바에 미치지 못하지만, 오히려 한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을 수 있어 좀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기대할 수 있다.

현대캐피탈과 마찬가지로 지난 시즌에 비해 공격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삼성화재로서는 김세진, 레안드로의 그늘에 가려 '2인자'에 머물렀던 오른쪽 공격수 장병철이 팀의 득점을 주도해야 한다.

한편,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지명했던 대학 배구 최고의 세터 유광우는 국가대표 차출로 동료들과 손발을 맞추지 못해 시즌 초반에는 큰 활약을 기대하기 힘들다.

예상 베스트 7 : 안젤코, 손재홍(이상 레프트), 장병철(라이트), 최태웅(세터), 고희진, 신선호(이상 센터), 여오현(리베로)

[대한항공 점보스] KOVO컵 우승은 시작에 불과하다

 '저승사자' 보비는 이번 시즌에도 대한항공의 오른쪽을 지킨다.

'저승사자' 보비는 이번 시즌에도 대한항공의 오른쪽을 지킨다. ⓒ 대한항공 점보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대한항공은 지난 9월에 열린 KOVO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코트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지난 시즌 득점 2위(674점), 공격 성공률 1위(53.1%)를 차지했던 외국인 선수 보비가 이번 시즌에도 대한항공의 유니폼을 입는다는 점은 무척 고무적이다. 프로 4개 구단 중 외국인 선수와 재계약에 성공한 팀은 대한항공이 유일하다.

이번 시즌에도 보비는 대한항공의 주공격수로 활약할 예정이지만, 대한항공의 가장 큰 자랑은 다름 아닌 '토종 스파이커 4인방'이다.

일본에서 열리고 있는 월드컵 대회에서 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는 신영수와 지난 시즌 신인왕 김학민은 왼쪽과 오른쪽을 오가며 강타를 때릴 수 있는 대형 공격수들이고, 2005~2006 시즌 신인왕 강동진과 'KOVO컵 MVP' 장광균은 공수가 모두 능한 '배구 도사'들이다.

팀 당 35경기의 대장정을 치러야 하는 V-리그에서 기량이 고른 유망한 공격수를 네 명이나 보유하고 있는 대한항공은 체력적으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약점으로 지적됐던 센터와 세터 자리에 각각 한양대 출신의 진상헌과 한선수를 지명해 V-리그 첫 우승을 위한 전력 구축의 마침표를 찍었다.

예상 베스트 7 : 신영수, 장광균(이상 레프트), 보비(라이트), 김영래(세터), 김형우, 이영택(이상 센터), 최부식(리베로)

[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 공포의 삼각 편대가 뜬다

 팔라스카의 기량은 지난 KOVO컵을 통해 검증이 끝났다.

팔라스카의 기량은 지난 KOVO컵을 통해 검증이 끝났다. ⓒ 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

LIG손해보험은 지난 시즌 14승 16패에 머무르며 프로 출범 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 배구 최고의 거포 이경수를 보유하고도 프로 구단 중 최하위로 밀려난 것이다.

자존심을 구긴 LIG는 박기원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앉히고, 스페인 출신의 오른쪽 공격수 기예르모 팔라스카를 영입했다. 팔라스카는 지난 KOVO컵에서 득점 1위(130점)를 차지하며 이경수의 '새로운 짝'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여기에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최대어' 김요한까지 영입, '공포의 삼각 편대'를 완성했다.

2m의 신장을 자랑하는 왼쪽 공격수 김요한은 소속팀 인하대를 지난 2년 간 무려 9번이나 우승시켰던 대학 최고의 거포.

김요한은 뛰어난 기량뿐만 아니라 연예인을 방불케 하는 출중한 외모까지 겸비하고 있어, 이번 시즌 LIG의 홈구장 구미 박정희체육관은 여성팬들의 함성으로 가득찰 것으로 기대된다.

LIG는 이경수, 팔라스카, 김요한으로 이어지는 좌우 공격뿐만 아니라 '원조 거미손' 방신봉과 국가대표 센터 하현용이 지키는 센터진도 막강해 우승 후보로 손색없는 전력을 갖췄다.

지난 시즌 최하위의 수모를 겪은 LIG가 '공포의 삼각 편대'를 앞세워 이번 시즌 코트에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예상 베스트 7 : 이경수, 김요한(이상 레프트), 팔라스카(라이트), 이동엽(세터), 방신봉, 하현용(이상 센터), 곽동혁(리베로)

이밖에 네 시즌째 '아마추어 초청팀'으로 V-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전력과 상무는 투지를 앞세워 프로 구단들에게 도전하지만, 얇은 선수층과 외국인 선수 부재로 인한 전력 차이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이다.

V-리그 프로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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