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8) 본선 진출에 실패해 큰 충격에 빠진 '축구종가' 잉글랜드가 결국 칼을 빼들었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한국시각으로 22일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유로 2008 예선전 마지막 경기에서 패해 잉글랜드의 본선 진출 실패가 확정되자 긴급히 이사회를 소집하고 '스티브 맥클라렌 감독(46)의 해임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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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지난해 2006 독일월드컵이 끝난 뒤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의 뒤를 이어 사령탑에 오른 맥클라렌 감독은 역대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 중 최단기간 재임(1년 6개월)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기게 됐다.

맥클라렌 감독은 경질이 발표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작년에 잉글랜드 대표팀의 감독으로 지명되었던 날은 내 축구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날이었지만 오늘은 가장 슬픈 날이 됐다"면서 안타까운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잉글랜드의 감독으로 있던 시간들은 너무 영광이었고 행복했지만 결국 국가와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면서 "하지만 이번 실패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것"이라며 소감을 정리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의 제프 톰슨 회장도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겠지만 그 누구보다도 맥클라렌 감독 스스로가 가장 실망스러울 것"이라며 "그동안 대표팀을 이끌어준 맥클라렌 감독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자존심 다친 '축구종가', 다시 외국인 감독으로?

영국 언론들의 관심사는 곧바로 누가 새 감독이 되느냐로 옮겨졌다. 가장 큰 관심은 에릭손 감독에 이어 또 다시 외국인 감독 체제로 돌아가느냐는 것이다.

그동안 '축구종가'로서 자존심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콧대가 높았던 잉글랜드는 지난 2000년 자국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영입하면서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스웨덴 출신의 에릭손 감독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에릭손 감독은 잉글랜드를 이끌고 2002 한일월드컵과 2006 독일월드컵에서 모두 8강에 올랐지만 극성스러운 잉글랜드 축구팬들과 언론을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에릭손 감독과의 계약기간이 모두 끝나자 다시 자국 출신 감독을 기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고 잉글랜드는 맥클라렌 감독을 내세웠지만 결국 남은 것은 유로 2008 본선 진출 실패라는 참담한 성적표뿐이었다.

맥클라렌 감독이 실패로 끝나자 이번에는 다시 외국인 감독을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영국 언론이 거론하고 있는 유력한 후보들 역시 포르투갈 출신의 호세 무링요 감독과 이탈리아 출신의 파비오 카펠로 감독 등 모두 외국인 감독들이다.

잉글랜드축구협회의 브라이언 바위크 전무 역시 "새로운 감독을 찾는 데 국적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외국인 감독 선임의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과연 어떤 감독이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이라는 직책이 주는 압박감을 감수하겠느냐는 것이다. 국가대표 경기의 선수차출에 비협조적인 클럽들과의 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영국 BBC의 축구 칼럼니스트 조나단 리가드는 "잉글랜드 감독은 언론과 팬들의 엄청난 압박을 견뎌야 하는 자리"라고 평했다. 이번에 경질된 맥클라렌 감독 역시 재임기간 동안 조금만 부진해도 언론과 팬들의 무자비한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화려한 스타선수들과 축구협회의 전폭적인 지원, 그리고 '축구종가'의 대표팀 사령탑이라는 자부심은 큰 야망을 품고 있는 감독들에게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기도 하다.

유로 2008 본선 진출 실패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잉글랜드가 과연 다시 외국인 감독 체제로 돌아가 '실리'를 택할 것인지, 아니면 자국 출신 감독을 선임해 '명분'을 지킬지 주목된다.

잉글랜드 스티브 맥클라렌 유로?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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