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대표팀 선수들과 박성화 감독  선수들에게 '대표'는 부담이기도 하지만 '영광'이기도 하다. 대표라는 경력이 붙는 순간 연봉부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만큼 신중한 자세로 모든 일을 해야 한다는 책임이 주어진다. 사진 가운데 턱에 손을 올리고 있는 선수가 최근 개인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물의를 일으켰던 기성용이다.

▲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과 박성화 감독 선수들에게 '대표'는 부담이기도 하지만 '영광'이기도 하다. 대표라는 경력이 붙는 순간 연봉부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만큼 신중한 자세로 모든 일을 해야 한다는 책임이 주어진다. 사진 가운데 턱에 손을 올리고 있는 선수가 최근 개인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물의를 일으켰던 기성용이다. ⓒ 이성필



어머니가 신부전증으로 유명을 달리한 순간 아들은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비보를 접한 아들은 병원으로 뛰어갔지만 어머니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아들은 방황했다. 어머니 때문에 농구에 입문해 오로지 우승을 위해 달렸고 친구를 배신해 다른 대학교를 선택해 동료에게 온갖 비난을 받았지만 모든 것이 허탈했다.

명성대 허 감독, "너같이 되려고 하는 수천 명의 선수는 뭐가 되나?"

그를 지도하던 명성대학교 허 감독이 집으로 찾아왔다. 그는 허 감독의 국가대표 선발 제의에 거절하며, "무엇을 위해 뛰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자 허 감독은 그의 뺨을 때리며 다음과 같은 말을 던졌다.

"네가 대표선수로 농구공을 잡는 순간 너는 너 혼자가 아니야. 농구를 아는 모든 사람에게 네가 희망이야. (중략)그럼 너처럼, 너같이 되려고 하는 수천 명의 선수는 뭐가 되나? 밤을 새며 TV 앞에 앉아 있는 수백 명의 사람은 뭐가 되나! 왜 너 하나만 생각해?"

1994년 초를 뜨겁게 달궜던 농구드라마 <마지막 승부>의 마지막회에서 농구천재 이동민(손지창)에게 허 감독(송기윤)이 왜 국가대표가 중요한지 강조하는 장면이었다.

22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2007 하나은행 전국축구선수권대회(FA컵) 포항스틸러스-전남 드래곤즈의 결승전 미디어데이에서 또 다른 허 감독은 명성대 허 감독과 비슷한 말을 했다.

허정무 감독(왼쪽)과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맨 오른쪽) 22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2007 하나은행 전국축구선수권대회(FA컵)에서 두 감독은 하나같이 선수들의 '책임의식'을 강조했다.

▲ 허정무 감독(왼쪽)과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맨 오른쪽) 22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2007 하나은행 전국축구선수권대회(FA컵)에서 두 감독은 하나같이 선수들의 '책임의식'을 강조했다. ⓒ 이성필



전남드래곤즈 허 감독, "대표 선수들의 책임은 막중하다"

전남의 허정무 감독은 대표팀 감독 선임을 묻는 질문에 답을 하면서 한국 축구가 총체적인 위기상황임을 알렸다. 그 중에도 선수들의 자세를 다시 한 번 지적했다.

"우리나라 축구는 약간 위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올해 각종 연령별 대회의 성적이 이를 증명한다.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는 자세나 훈련 등 대표 선수들의 책임이 막중하다. 굉장히 거품이 많이 끼어 있다고 생각한다."

두 감독의 이러한 지적은 최근 일부 선수들이 '대표'라는 타이틀을 의식하지 않고 하는 행동들을 떠올리게 한다.

올해 FIFA(국제축구연맹) U-20(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에서 올림픽대표팀까지 승선한 기성용(20·FC서울)은 지난 17일 우즈베키스탄 원정경기를 0-0으로 마치자 개인 홈페이지에 "그렇게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지"라는 글을 올려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무기력한 경기 모습을 본 팬들의 비난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성인대표팀 이운재(수원 삼성), 우성용(울산 현대), 김상식(성남 일화), 이동국(미들즈브러)은 7월 아시안컵 기간 동안 음주파문을 일으켜 지난 11월 2일 중징계(대표선수 자격정지 1년)를 받고, 눈물 흘리며 사과를 해야 했다.

기성용의 경우 그의 개인 홈페이지가 '사적인 공간'이라고는 하지만 '대표선수'와 '프로선수'의 역할을 부여받은 그의 공간이기 때문에 '공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세세하게 따지지 않아도 언행 하나하나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마지막 승부를 다시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기성용은 바레인과의 경기를 하루 앞뒀던 20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훈련을 마치고 취재진 앞에 서서 팬들을 향해 사과했다. 많은 팬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박수를 보내줬다.

경기장을 찾은 축구팬 윤지영(33)씨는 "어린 선수의 발언을 가지고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같이 되려는 어린 선수들에게는 본보기가 되므로 모범적으로 행동했어야 했다"며 "술을 마셨던 성인 대표팀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대표팀의 가치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대표팀이 부진해도 국민들은 관심을 갖고 그들을 지켜본다. 바레인 전의 시청률이 15.1%(AGB 닐슨미디어 집계)인 점이 그렇다.

마지막 승부가 방영된 지 13년이 흘렀지만 허 감독이 이동민을 향해 말했던 '국가대표선수의 의미'를 선수들이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진 세대에게 애국심까지 강요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프로선수'라는 점과 '대표'라는 지위는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선수들이 13년 된 드라마 <마지막 승부>를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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