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는 시즌이 끝나면 또 다른  흥미로운 일이 팬들을 기다린다. 바로 선수들의 거취가 그것. 특히 1999년부터 도입된 자유계약선수(Free Agency, 이하 FA) 제도는 선수들을 돈 방석에 올려놓는 데 크게 기여했다.

FA 제도는 선수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만들어졌다. FA 도입 이전에는 선수들이 입단한 구단에서 은퇴할 때까지 자신의 의지로 팀을 바꿀 수는 없었다. 물론 이적(트레이드)이라는 방법이 있긴 했지만 선수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구단의 의지로 강행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자유계약'에서 보상금과 보상선수가 필요한가?
 
FA 최대어, 김동주 두산 소속이던 김동주는 올해 FA 최대어로 거론된다. 벌써부터 두산과 4년간 62억원의 계약설이 나오고 있다.

▲ FA 최대어, 김동주 두산 소속이던 김동주는 올해 FA 최대어로 거론된다. 벌써부터 두산과 4년간 62억원의 계약설이 나오고 있다. ⓒ 두산 베어스

한국 프로야구의 FA 제도는 선수의 활발한 이동과 권리 확보라는 긍정적인 취지로 출발했지만 현재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일단 자유계약선수 제도에 '자유'라는 부분이 미흡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FA를 영입하기 위해서 원 소속구단이 아닌 다른 구단은 상당한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원 소속구단은 FA와 계약하는 데 아무런 장애물이 없다. 하지만 다른 구단에서 FA 선수를 잡기 위해서는 원 소속구단에 그 해 연봉의 300%를 보상하고 18명의 보호선수를 제외한 1명의 보상선수를 내줘야 한다. 보호선수를 잃지 않으려면 무려 FA 연봉의 450%에 해당하는 보상금이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이번 스토브리그 FA 최대어로 손꼽히는 두산 베어스의 내야수 김동주(31)는 올해 연봉이 4억2000만원이었다. 현행 FA 제도에 의하면 만약 두산을 제외한 나머지 7개 구단이 김동주를 영입하려면 18억9000만원을 두산에 내놓든가, 아니면 12억6000만원과 선수 1명을 보상해야 한다. 여기에 김동주와의 계약금은 완전히 별도로 계산해야 한다.

이렇게 FA를 영입하는데 원 소속구단에 보상금을 내줘야 한다는 것은 자유계약의 취지와는 큰 거리가 있는 부분이다. 다른 구단도 원 소속구단과 동일하게 선수를 영입하는 비용 이외에는 다른 비용이 들지 않도록 해야 말 그대로의 '자유계약'이 성립할 수 있다.

보상금은 FA를 앞둔 선수들의 연봉을 기형적으로 높이는 데도 쓰이고 있다. 다른 구단이 FA를 영입하려면 연봉의 300%나 450%를 보상금으로 줘야 하는 이유로 연봉을 기형적으로 높여 이적 가능성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FA 취득을 앞뒀던 2004년의 심정수는 3억1000만원에서 6억원으로 연봉이 올랐고 2006년 LG 트윈스의 외야수 이병규(33·주니치 드래곤스)는 3억원에서 5억원으로 큰 연봉 향상을 보였던 사례가 있다. 물론 심정수와 이병규는 FA 취득년도에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었지만 고액연봉자일수록 연봉 향상의 폭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FA 자격을 충분히 염두에 둔 인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보상금뿐만 아니라 보상선수에도 문제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18명의 보호선수를 제외하고 다른 선수를 자유롭게 데려갈 수 있다는 것은 만약 FA 자격이 되는 선수가 보호선수보다 기량이 못 미칠 경우 다른 구단에 가는 길이 원천적으로 막힐 소지가 있다. 어디까지나 FA 영입은 전력을 강화하기 위함이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감행하는 것은 아니다.

아홉 시즌이라는 긴 기간도 문제

올림픽 야구대표팀의 류택현 올해 23홀드(1위)를 기록한 류택현은 지난 9일 LG와 3년 6억4000만원(옵션포함)에 계약을 마쳤다. 만 36세의 류택현은 이번에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었다.

▲ 올림픽 야구대표팀의 류택현 올해 23홀드(1위)를 기록한 류택현은 지난 9일 LG와 3년 6억4000만원(옵션포함)에 계약을 마쳤다. 만 36세의 류택현은 이번에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었다. ⓒ LG 트윈스

한국 프로야구에서 FA 취득을 위해서는 아홉 시즌이 필요하다. 타자의 경우는 정규시즌 경기의 3분의2 이상을 출장해야 하고 투수는 규정이닝의 3분의2 이상을 던져야 1시즌이 채워진다. 프로무대를 밟고 나서 1군에 등록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부상 없이 9시즌에 도달하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대학교를 졸업한 선수에게는 FA라는 기간이 멀기만 하다. 대학교를 졸업한 선수가 프로 무대를 밟는 나이는 보통 만 23세. 만약 대졸 선수가 첫 시즌부터 파란을 일으킨다 하더라도 30대에 FA를 취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

한국의 특수성인 군 문제도 선수들에게는 거대한 장벽이다. 실전을 2년간 치르지 못한다는 것은 곧 기량의 급격한 쇠퇴를 의미한다.

물론 일부 출중한 기량의 선수에게는 병역특례 혜택이 주어지지만 앞으로는 이 또한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야구선수들이 병역특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올림픽에서 3위 이상(메달권)의 성적이나 아시안 게임 우승(금메달)이 필요하다. 설상가상으로 2012년 런던 올림픽에는 야구가 공식 종목에서 제외됐다. 야구선수들이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 문은 더더욱 좁아진 셈이다.

상무 야구단이나 경찰청 야구단에서 대체 복무도 대안 중 하나다. 하지만 경찰청 야구단은 전·의경 감축 계획에 의해 2012년 이후 운영을 장담할 수 없다. 결국 FA를 취득하기 위해 걸리는 9년이라는 긴 기간은 한국의 실정과는 크게 동떨어졌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졌다.

보상 폐지하고 FA 취득 기간 줄여야

 

2007년 FA 선수들 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3일 FA 자격선수 명단을 공개했다. 이 중 조인성, 이호준, 김동주, 류택현, 이재주, 조웅천 만이 FA를 신청했다.

▲ 2007년 FA 선수들 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3일 FA 자격선수 명단을 공개했다. 이 중 조인성, 이호준, 김동주, 류택현, 이재주, 조웅천 만이 FA를 신청했다. ⓒ 이호영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3일 FA 자격을 갖춘 20명의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7일 FA를 신청한 선수는 김동주를 비롯해 단 6명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자신의 권리행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현행 FA 제도의 문제점이 여기서 그대로 드러난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는 1976년부터 FA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FA 제도는 FA 영입에 따른 보상을 이듬해 드래프트 지명권(보상픽)으로 대신할 뿐 아니라 FA 취득 기간도 6시즌에 불과해 선수들의 적극적인 이동을 장려한다. 또한 각 구단은 보다 활발한 전력 보강이 가능하다.

한국도 미국과 비슷한 FA 제도를 시행하지 말란 법은 없다. 어차피 한국 프로야구의 FA 제도는 메이저리그에서 따왔기 때문에 역효과가 발생할 경우 미국의 사례를 보고 보완을 하면 된다.

만약 FA 선수를 영입하는데 원 소속구단에 제공해야 하는 보상금과 보상선수가 없다면 구단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할 것이다.

원 소속구단은 자신들의 고유한 권리인 우선 협상 기간을 잘 활용하면 된다. 이 경우 선수들은 보다 자유로운 이적이 가능해지고 구단 또한 적절한 전력 보강을 할 수 있다. 보상금과 보상선수는 이듬해 신인 지명권으로 대체하면 된다.

물론 위와 같은 FA 제도 개선이 부자 구단으로 선수들이 편중되는 경향까지 온전히 막아낼 수는 없겠지만 프로 스포츠라면 돈 전쟁이 크게 나쁠 것도 없다. 프로 스포츠에서 '돈'이라는 요소는 또다른 하나의 재미있는 볼거리다.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팀인 SK 와이번스의 선수단 연봉 총액(신인과 외국인 선수 제외)은 8개 구단 중 5위에 해당하는 40억200만원이었다. 이는 선수단 연봉 총액 1위팀 삼성(62억275만원)과는 큰 차이를 보여준다. 선수단에 2억 달러를 들이부은 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스도 2000년 우승 이후 최근 7년 동안 월드시리즈 우승과는 전혀 인연이 없다. 이렇게 야구에서 '돈으로 우승을 살 수 없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앞으로는 더욱 비현실적으로 남을 9시즌의 FA 취득기간도 다소 줄여야 한다. 메이저리그처럼 6시즌까지는 어렵겠지만 7~8시즌 정도로 축소를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과거와는 달리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는 길은 크게 좁아졌고 대체 복무까지도 쉽지 않은 상태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프로의 벽이 높아지면서 아마추어 선수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에 진출하는 빈도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올해 프로야구 2차 지명 선수 55명 가운데 24명(43.6%)은 대학 졸업 예정자다. 대졸 선수는 고졸 선수보다 무려 4년이나 늦게 프로에 입문하게 된다. 동일한 길을 걷는다면 대졸 선수가 FA 취득이 4년 늦을 수밖에 없다. 30대에 들어선 선수가 추후 전성기를 구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너도 나도 억, 억?

 

앉아쏴, 조인성 포수 조인성은 원 소속구단인 LG를 대상으로 4년 44억원 규모의 계약을 바라고 있다.

▲ 앉아쏴, 조인성 포수 조인성은 원 소속구단인 LG를 대상으로 4년 44억원 규모의 계약을 바라고 있다. ⓒ LG 트윈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올해 FA 최대어로 손꼽히는 3명의 선수는 조인성, 이호준, 김동주는 나란히 44억원, 42억원, 60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요구하는 금액은 사실 선수단 1년 연봉 규모와 맞먹을 정도의 '돈 잔치'로 봐도 무관할 정도. 올해 억대연봉 선수들이 무려 82명에 달하는 프로야구지만 최소연봉인 2000만원에 선수생활 연장도 힘든 선수들이 더욱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선수들의 이런 요구가 아주 터무니없고 나쁜 것은 아니다. 선수들의 한탕주의를 비난하기 전에 FA 취득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한 이적이 얼마나 자유롭지 않은 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선수들은 단지 일정한 틀 속에서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했을 뿐이다. 아마도 개개인이 위와 같은 입장에 처해 있다면 불법이나 탈법이 아닌 이상 비슷한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FA 제도가 보상금과 보상선수 없이 그리고 FA 취득 기간이 줄어든다면 선수들이 엄청난 고액을 함부로 요구하기도 힘들어질 것이다. 아울러 이번에 FA 자격을 갖추고도 신청하지 못한 14명이 선수들도 자신의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했을지도 모른다.

자유계약선수 제도가 하루빨리 개선되어 말 그대로 '자유계약'이 되길 바란다. FA 제도 개선은 많은 야구선수들에게는 권리를, 야구팬들에게는 볼거리를, 일부 구단에게는 전력보강의 기회를 제공하는 만큼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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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7 16:21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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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자유계약선수제도 프로야구 스토브리그 김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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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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