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소동극에서 농밀하게 이어가다 부성애로 식상한 결말을 내놓는다

영화는 소동극에서 농밀하게 이어가다 부성애로 식상한 결말을 내놓는다 ⓒ 필름큐 엔터테인먼트, 노비스 엔터테인먼트

가을이 되어 그런 것일까. 부성애가 진한 영화 <마을금고연쇄습격사건>이 어느 틈엔가 관객들을 습격했다.

하지만 영화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슬프고 잔잔한 부성애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영화만은 아니다.

우선적으로 영화의 기본 토대는 소동극을 표방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영화는 부성애와 소동극에서 빚어지는 웃음을 적절하게 버무려 놓아야 했고, 그것의 성공 여부에 따라서 영화 자체의 웃음과 감동이 관객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어쩌면 이 두 가지를 한데 섞어 놓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만은 않기에 <마을금고연쇄습격사건>은 용기가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과연 이 두 가지를 어떻게 버무려 냈을까?

이 두 가지를 섞어 보여주기 위해 베테랑 연기자들을 감독은 선택했다. 바로 백윤식과 이문식이다. 백윤식은 경찰 구반장으로 분해 웃음을 전담하고, 이문식은 은행 털이범 배기로로 분해 부성애를 전담했다.

그렇게 영화는 두 배우가 짊어질 스토리를 비교적 개연성 있게 구성하고 배치시켜 중반부까지는 극의 흐름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관객들을 흡입한다.

마을금고 풍산지점. 딸 아이의 수술비를 위해 은행강도로 들어온 배기로와 샷건 두 자루 챙겨들고 상황을 역전시키려는 또 다른 일당이 은행 안에서 대치한다.

한편 은행 밖에서는 구반장이 이사장과 은밀한 거래내역을 들키지 않기 위해 상계동 도라이바(김상호)를 배달원으로 투입시킨다. 영화는 우선적으로 두 명의 배우에게 본인들의 임무를 쥐어주고 여러 상황들을 배치시켜 소동극이 일대 파란을 일으키게 만든다.

그래서 이 소동극이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에 모든 관객들에 초점이 맞춰지는 사이 웃음을 전담한 백윤식이 자신의 비리를 무마하고자 벌이는 행동에서 다시금 관객들은 웃음에 젖어든다.

구반장은 최고 책임자를 구슬리며 언론플레이를 하며,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주며 자신의 비리를 천천히 덮어버린다. 이러한 능글맞은 구반장의 행동에서 관객들은 웃을 수 있고, 마치 영화는 소동극이 전부인 듯 느껴질 것이다.

그런데 그 안에 또 다른 인물 배기로가 구반장의 회유책에 휘말려 딸아이의 수술비를 위해 범행을 저지른 모습이 후반에서 다시 부각되면서 영화는 소동극이 다시금 신파로 결말을 맺는 뻔한 스토리를 보여줘 아쉬움을 남긴다.

즉 안과 밖의 좌충우돌이 벌어지면 관객들이 신나게 소동극에 동참하고 즐길 수 있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부성애를 전면에 내세워 굳이 코미디를 감동적인 결말로 끝을 맺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힌 것이다.

그렇다 보니 신나게 웃던 관객들은 감정의 이완이 쉽지 않고, 더불어 기존 한국영화의 고질병인 결말의 취약함이 다시금 드러나 농밀하게 이어가던 영화는 흐지부지돼버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예상 밖의 결말을 맺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부성애를 초점으로 끝이 나 웃음과 감동의 두 가지 이야기를 조화시키기 못한 꼴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여러모로 아쉬운 영화가 아닐 수 없다. 후반부에 이르러 급격하게 무너지지만 않았다면 재미난 영화 한 편이 나왔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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