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야구는 근래에 들어 토종 대형타자 기근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롯데의 이대호, 한화의 김태균 등등 각 팀을 대표하는 젊은 4번 타자 들이 나름의 활약을 하고 있긴 하지만, '거포' 로서의 이미지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2006년, 26개의 홈런으로 홈런왕을 기록한 이대호는 95년 김상호(25개) 이후 가장 적은 홈런숫자로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고, 규정타석을 채운 타격 30위 이내에 국내 선수 중, 20개 이상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이대호와 이범호(20개) 단 두 명뿐이었다.

 

올 시즌이라고 해도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회춘포’를 여전히 자랑하는 양준혁과 과거 이승엽의 강력한 라이벌이자 올 시즌 꿈에 그리던 홈런왕(31개)을 차지한 심정수를 제외한 신흥거포라 불리는 젊은 선수들 중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토종타자는 단 3명뿐이었다.(이대호 29개-김태균 21개-이범호 21개)

 


미국과 일본의 경기숫자를 감안해, 126게임을 치루는 국내 현실상 ‘홈런 25개 이상’이 진정한 거포라 평가를 내릴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볼 때, 대형 신인투수들의 득세와 맞물려 젊은 대형타자들의 수급이 막혀 있다는 것이 8개 구단 공통된 고민사항인 것이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당시 한국의 답답한 타선을 보면서(이승엽과 이종범만이 제몫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향후 국제 대회에서 한국야구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젊은 대형타자 발급이 시급하다는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한목소리가 괜한 말이 아니다.

 

그럼 왜 투수 쪽에서는 류현진, 한기주 같은 대형투수들은 나오는데, 대형타자는 나오지 않는 것일까?

 

 지도자 시절 이호준,장성호,홍세완을 키워낸 김성한 전KIA 감독

지도자 시절 이호준,장성호,홍세완을 키워낸 김성한 전KIA 감독 ⓒ 사진-김성한 팬카페

첫째는 아마 야구를 지도하는 감독 코치들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팀 성적 지상주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마체육의 특성상,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스몰볼'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꼭 '스몰볼'이라고 해서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신체적인 조건이 좋고 파워가 뛰어난 전도유망한 대형타자 감의 선수들도 우선 투수를 시켜보고, 타격은 뒷전인 게 가장 큰 문제다.

 

투구와 타격 양쪽 모두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는 선수라도, 프로 입단을 했을 때 대부분이 투수로 프로생활을 시작한다는 점 역시 마찬가지다.

 

또한 선수들의 타격 특성을 살려 자질이 우수한 선수들에게는 마음껏 실력발휘를 하게끔 하는 게 그 선수의 미래와 향후 프로야구 발전을 위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진루타를 주문하고, 번트를 주문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야구는 팀 플레이지만, 테이블 세터진이 아닌 파워가 뛰어나고 체격조건이 좋은 선수들은 학생야구 때는 스윙만큼은 제대로 돌려야 하는 게 옳지 않겠는가?

 

두번째는 당장 실전 투입이 가능한 투수들에 비해 타자들에 대한 각 프로구단의 잘못된 선입견이다. 투타에서 각각 똑같은 대형선수가 입단 했을시, 타자에 비해 투수의 계약금은 거의 2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투수에게 많은 금액을 준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아마 때부터 투타에 모두 재능이 뛰어 나더라도, 프로입단 시에는 당연히 투수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롯데의 이대호 마저도, 01년 입단 후 어깨부상으로 타자로 전향을 했다. 이게 뭘 뜻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2006년 기준으로 메이저리거들의 선수 평균 연봉 톱10 중에 투수는 단 2명뿐이다.(마이크 무시나 190억 선발투수, 앤디 페티트 164억 선발투수) 이건 뭘 의미하냐면, 보다 공격적인 야구를 펼쳐야 팬들이 경기장을 더 많이 찾아오며 또한 비지니스란 측면에서 볼 때 타자들의 연봉은 가치를 인정 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몰볼'이 대명사가 되어버린 한국프로야구의 현재 시스템 상 타격 보다는 마운드를 먼저 생각하는 각 팀들의 통상적인 팀 운영 특성상, 대형타자들이 성장하기 까지는 투수들에 비해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세번째는 전문화된 타격코치의 부재이다. 타자는 투수와는 달리 성장을 하기까지 많은 인내와 노력을 요구한다.

 

2001년 김태균의 등장 이후 고졸 대형타자감이라 기대를 했던 선수들 중에 20개 이상의 홈런을 한 시즌에 기록한 선수가 없다.

 

감독 목숨이 파리 목숨보다 못한 국내 프로야구 현실상 당장의 성적을 기대 할 수 있는 투수를 선호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또 이걸 모두 감독 탓으로 돌릴 수가 없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각 팀의 타격코치들이 선수들을 지도하는 방식 부족에 문제점이 있다는 뜻이다.

 

선수마다 각자 가지고 있는 신체적 특징, 버릇, 조건, 각각의 장단점이 모두 다른데, 자신들의 선수생활 시절의 노하우만 전수 하려고만 하는게, 가장 큰 문제점인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과거 백인천 전 삼성감독은 이승엽이란 대형타자를 키워냈지만, 롯데에 가서는 특출 난 타자를 발굴하지 못한 것이다.


즉 이승엽은 백인천 전감독이 선수시절 타격을 했던 노하우에 맞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그밖에 다른 타자들은 그 선수가 가지고 있는 나름대로의 장단점을 구분하지 못 한 채, 일률적인 자신의 방식만 고집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올 시즌 한화의 김인식 감독은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우리나라는 전문 타격코치가 없어. 모두들 자신들이 했던 방법으로만 선수들을 지도하니 이게 문제야'라고까지 언급을 했다. 이건 야구인들, 특히 타격코치들은 심각하게 한번 고민을 해봐야 될 부분이다.

 

네번째는 바로 야구인들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 마인드이다.

 

국내에는 아직 ‘타격이론’ 이라던가 ‘타격메커니즘’에 관한 전문 서적이 거의 없다.(있긴 있지만, 타격 전문 서적으로는 미흡하다. 자신의 야구칼럼 형식이 대부분이다) 또한 투수 쪽에는 상당한 발전이 이루어졌지만(지금은 은퇴한 박철순 투수가 왜 위대한 투수인가에 대한 필자의 견해는, 부상에서 화려하게 재기를 했던 부분도 인정 받을만한 가치가 있지만, 무엇보다 미국마이너 선수시절 습득한 구질, 즉 당시 국내야구에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스쿠루볼 이라던가, 팜볼 등을 국내에 들여와 보급화에 앞장선 인물이기 때문이다)아직까지 타격부분은 국내야구가 발전했던 추세에 비해 더딘 것이 사실이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지각 있는 많은 야구인들이 한번쯤은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고민으로만 끝났을지언정, 아직까지 국내에는 야구팬들이나, 또는 현역 선수들이 읽고 참조 할 만 한 타격이론에 관한 전문서적 하나 없다. 많은 야구인들이 가장 크게 반성해야 될 부분이다.

 

그들이 선수시절 배우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지혜를 모아 시도하려고 마음만 먹었다면, 진작부터 충분히 가능했던 사항인데도 말이다.

 


과거 메이저리그를 뜨겁게 달구던 타격 논쟁, 즉 테드 윌리암스의 '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rotational hitting system)'이냐, 찰리 로의 '웨이프 시프트 스시템(weight shift system)'이냐 에 대한 뜨거운 타격이론 논쟁 등을 보면서 국내의 많은 타격코치와 야구인들은 느끼는 게 없었는지 의문이 든다.

 

"타격왕은 중형차를 타지만, 홈런왕은 세단을 탄다"라는 우스개소리가 있다. 그만큼 홈런왕에 대한 팬들의 인식과 대우는 다르다는 말이다.

 

한국프로야구 발전과 아울러 앞으로 있을 국제대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젊은 대형타자 수급이 시급하다. 많은 야구인들이 지혜를 모을 시기이다.

 

다음 2편에서는 8개 구단 젊은 대형타자감은 어떠한 선수들이 있는지 살펴 보고, 그 선수들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2007.10.30 21:07 ⓒ 2007 OhmyNews
타격코치 김성한 김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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