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되는 순간 단국대 투수 이상훈이 마운드에서 힘껏 공을 던지고 있다.

▲ 긴장되는 순간 단국대 투수 이상훈이 마운드에서 힘껏 공을 던지고 있다. ⓒ 이호영



2번의 좌절은 없었다.

경성대는 28일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제41회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에서 단국대를 3-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경성대는 불과 한 달 전 있었던 대학야구 추계리그전에서 준우승에 머물렀던 안타까운 기억이 있다.

경성대의 선발투수 임현준(19·1학년·좌투좌타)은 이날 9이닝 동안 단 4개의 안타와 1개의 볼넷을 허용하는 빼어난 투구로 완봉승을 기록했다. 삼진도 무려 7개나 됐다.

임현준의 호투에 막힌 단국대는 아쉽게 우승 문턱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단국대는 올해 대학야구 최고의 거포인 외야수 나지완(22·4학년·우투우타·KIA 타이거즈 2차 1순위 지명)이 매 경기 분전했지만 결승전 패배로 빛이 바랬다.

축, 우승! 전광판이 경기가 끝나자마자 경성대의 우승 사실을 알리고 있다.

▲ 축, 우승! 전광판이 경기가 끝나자마자 경성대의 우승 사실을 알리고 있다. ⓒ 이호영



경기는 초반부터 경성대의 분위기였다. 3회말 경성대의 김원태(19·1학년·좌투좌타)와 전빈수(22·4학년·좌투좌타·SK 와이번스 2차 4순위 지명)는 안타로 찬스를 만들었다. 이어 4번 타자 외야수 박헌도(20·3학년·우투우타)가 적시타로 둘을 불러들였다. 2-0으로 앞서는 귀중한 결승타를 때린 셈.

경성대는 경기 후반인 8회말에도 밀어내기 볼넷으로 1점을 추가하는데 성공, 3-0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아쉽게도 단국대의 반격은 없었다.

"선수들의 공입니다." 윤영환 경성대 감독은 우승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 "선수들의 공입니다." 윤영환 경성대 감독은 우승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 이호영


경기가 끝나고 기자는 제일 먼저 윤영환 경성대 감독을 찾아갔다. 윤 감독은 지난해 11월 대만 타이중에서 열렸던 제16회 대륙간컵 야구대회에서 대표팀 코치로 발탁된 바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이고, 코치들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지도하느라 애를 쓰고 있다"면서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성심껏 지원해 주시는 학교 측에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팀은 전력상 강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선수들 개개인의 의욕이 뛰어나고 팀워크가 좋은 편이다"면서 "특히 선수들의 작전 수행능력이 좋았고, 이번 우승은 매 경기 최선을 다했기에 나온 결과다"라며 평소에 감독의 지휘를 잘 따랐던 선수들과 코치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투타에 걸쳐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선수로는 투수 임현준, 이상환(20·2학년·우투우타), 내야수 김회성(22·3학년·우투우타)을 언급했다.

윤 감독은 "에이스 고창성(23·4학년·우투우타·두산 베어스 2차 2순위 지명)이 컨디션 난조로 많은 이닝을 던지지 못해 힘든 싸움이 예상됐지만 다른 선수들이 잘해줘서 우승까지 왔다"고 덧붙여 우승까지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 있었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대회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임현준은 "어머니를 비롯해 뒷바라지하신 가족들에게 감사하다"면서 "기회를 주신 감독님과 코치님께도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말했다.

"제가 최우수선수입니다." 경성대의 임현준은 대통령기 대학야구 결승전에서 9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로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 "제가 최우수선수입니다." 경성대의 임현준은 대통령기 대학야구 결승전에서 9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로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 이호영



임현준은 팀을 우승으로 이끈 결승전의 완봉승에 대해서도 "컨디션은 별로였지만 (이)지영이 형의 리드대로 던졌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서 "특히 슬라이더가 잘 먹혀들었다"고 선배 이지영(21·4학년·우투우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올해 대학 최고의 포수로 손꼽히는 이지영은 삼성 라이온즈에 신고선수로 입단 예정에 있다.

한편 이번 대회는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리는 마지막 공식대회로 아쉬움을 남겼다. 서울시의 계획대로라면 11월 중 야구장과 축구장을 포함한 동대문운동장은 철거 예정이다.

윤 감독은 다음과 같이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번 대회가 동대문야구장에서 마지막 대회라는 게 착잡하다. 나를 비롯한 지도자들이 열정을 쏟았던 곳이 없어진다는 사실이 몹시 안타깝다. 개보수를 통해 보존을 하는 방법을 취한다면 어떨까…."

이제 동대문야구장에는 공식대회가 아닌 서울시 고등학교 추계리그가 남아있다. 서울시 고등학교 추계리그는 10월 30일 시작으로 11월 13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경성대 선수단은 우승의 감정을 만끽할 법도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조용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 모든 게 오늘 경기에서 자칫 동대문야구장의 '마지막 전설'이 될지도 모르는 자신들을 발견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제41회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 시상 내역
우리가 우승! 경성대 선수들이 대통령기 대학야구에서 우승을 확정한 후 소속 코칭스태프를 헹가래치고 있다.

▲ 우리가 우승! 경성대 선수들이 대통령기 대학야구에서 우승을 확정한 후 소속 코칭스태프를 헹가래치고 있다. ⓒ 이호영


▲ 우승 - 경성대

▲ 준우승 - 단국대

▲ 최우수선수상 - 경성대 투수 임현준

▲ 우수투수상 - 경성대 투수 이상환

▲ 감투상 - 단국대 투수 이상훈

▲ 수훈상 - 경성대 우익수 박헌도

▲ 타격상 - 동의대 중견수 황종수 (13타수 8안타, 타율 .615)

▲ 타점상 - 경성대 3루수 김회성 (8타점)

▲ 도루상 - 원광대 중견수 임도현 (5개)

▲ 홈런상 - 경성대 3루수 김회성 (3개)

▲ 감독상 - 경성대 감독 윤영환

▲ 공로상 - 경성대 체육부장 황옥철

덧붙이는 글 필자 블로그
http://aprealist.tistory.com
경성대 단국대 대통령기 대학야구 동대문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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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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