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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진가가 드러나는 걸까?

SK 와이번스는 26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2007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4-0으로 제압하고 2승(2패)째를 거뒀다. 승부는 완전히 '원점'으로 돌아왔다.

두산은 선발투수로 난공불락의 다니엘 리오스(35)를 내세우며 3차전 패배를 갚으려했다. 이에 SK는 신인 김광현(19)을 내세워 예봉을 피해가는 인상을 줬다.

하지만 3일을 쉬고 나온 리오스는 크게 위력적이지 못했다. 직구가 눈에 띄게 무뎌진 리오스는 5이닝 3실점으로 부진한 투구내용을 펼쳐 강판됐다. 특히 5회초 조동화(26)와 김재현(32)에게 허용한 연속타자홈런이 치명타였다.

이날 리오스의 직구 최고구속은 147km까지 나왔지만 정작 평균구속은 140km초반에 머물렀다. 구위하락이 눈에 띌 만큼 3일 휴식 이후 컨디션 조절은 완전히 실패했다.

반면 김광현은 리오스와 크게 다른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김광현이 구사한 최고구속 151km 강속구는 두산 타선을 농락했다. 두산은 김광현의 직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단 한 점의 득점도 올리지 못했다. 김광현은 7.1이닝 동안 삼진을 9개나 잡아내며 1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어느 누구도 김광현이 한국시리즈와 같은 큰 무대에서 이렇게 완벽한 투구를 펼칠지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김성근 SK 감독조차도 "김광현이 이렇게 잘 던질 줄은 몰랐는데 워낙 잘 던졌다"는 극찬을 할 정도였다.

김광현은 "상대가 리오스여서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고 말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지만 마음을 비웠기 때문에 부담감이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2006년 SK에 1차 지명선수로 입단한 김광현은 올해 강력한 신인왕 후보였다. 하지만 그는 20경기에 나서서 77이닝 동안 80개의 안타를 허용했으며 3승 7패 평균자책점 3.62의 평범한 성적을 올렸다. 시즌 중반에는 2군에 내려가 투구 밸런스를 교정하기도 했다.

그 사이 생각지도 않았던 두산의 신인 임태훈(19)은 확실한 셋업맨으로 자리를 잡았다. 임태훈은 올해 정규시즌 64경기에 등판해 101.1이닝 동안 77개의 안타를 허용했고 20개(2위)의 홀드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도 2.40으로 매우 준수하다. 승수와 패수는 공교롭게도 김광현과 정반대인 7승 3패다. 임태훈은 이런 좋은 성적으로 신인왕 선정이 유력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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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교시절부터 김광현은 다른 선수들보다 한 수 위의 선수로 평가받았다. 동기생인 임태훈보다도 더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선수다.

올해는 비록 임태훈에게 밀려 신인왕의 꿈을 접어야 했지만 앞으로 충분히 크게 성장할 재목임은 틀림없다. 한국시리즈 4차전, 그것도 최고의 투수라는 리오스를 상대로 호투를 펼친 것은 그의 배짱을 잘 말해준다.

김광현은 지난 4월 2007년 프로야구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괴물 류현진(20·한화 이글스)에게 "현진이 형과 붙어본다면 꼭 이기고 싶다.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승부욕을 드러낸 바 있다.

SK는 김광현의 깜짝 호투로 2승 2패를 기록, 남은 경기에서 반전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내년에 한 단계 성장이 기대되는 김광현이라는 선수를 '재발견'했다는 소득도 얻었다. 큰 경기에서의 인상적인 호투는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는 원동력이 되곤 한다.

야구팬들도 '김광현'이라는 이름 석 자를 확실히 기억하게 됐다. SK가 한국시리즈에서 모처럼 스타 한 명을 발굴했다.

덧붙이는 글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가 맞붙는 2007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은 27일 오후 2시 잠실구장에서 열립니다. SBS는 이 경기를 생중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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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SK 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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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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