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950m.

강원도 태백시 초입에서 죄회전하여 30여 분간 아슬아슬한 국도를 따라 가다 원동입구에서 다시 10분 정도 가파른 콘크리트 경사길을 오르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테니스 코트가 나타난다. 정확한 주소는 강원도 태백시 원동 산950번지. 필자는 테니스를 좋아하고 한전에 근무하는 탓에 이 곳에 몇 차례 가볼 수 있었다.

남다른 겨울풍경

코트 전경 10월 중순부터 눈이 내리면 다음해 5월이 되어야 이 코트를 볼 수 있다.

▲ 코트 전경 10월 중순부터 눈이 내리면 다음해 5월이 되어야 이 코트를 볼 수 있다. ⓒ 전현중


고독해 보이지만 아름답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테니스장의 겨울 풍경

▲ 고독해 보이지만 아름답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테니스장의 겨울 풍경 ⓒ 전현중


개인 소유의 테니스 장은 물론 아니다. 한국전력공사 태백전력소 산하 신태백 변전소 내에 있는 코트다. 40여 명의 직원 중 테니스를 즐기는 10여명의 동호인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최고(最高)의 안식처자 소내에 있는 유일한 운동시설이다. 높은 초고압 전기를 안전하고 빠르게 전국으로 보내는 것이 이곳의 주업무다. 보통 가정에서 쓰는 전기가 220볼트인데 76만5천 볼트라니?

2005년에는 첫눈이 일찍내렸다 아래 쪽으로 진입로가 살짝 보인다. 10분 정도 가파르게 오르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테니스장을 만날 수 있다.

▲ 2005년에는 첫눈이 일찍내렸다 아래 쪽으로 진입로가 살짝 보인다. 10분 정도 가파르게 오르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테니스장을 만날 수 있다. ⓒ 오광탁


이 곳에서는 테니스를 즐길 시간도 그리 넉넉하지 않다. 10월 중순부터 눈과 함께 초속 10-20m/s의 바람이 자주 불기 때문이다. 11월부터 본격적으로 내리는 눈의 양은 도저히 치울 엄두가 나지 않는 폭설 수준이다. 한번 내리기 시작하면 30cm-1m의 적설량은 보통이다. 또 내린 눈이 낮에 조금 녹고 밤에는 얼음이 되기 때문에 다음해 4-5월까지는 말 그대로 동토의 땅이 된다. 그동안 테니스 마니아들은 라켓  대신 스키나 스노우 보드를 들고 스키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테니스장에서 바라본 철탑 이곳에서는 철탑도 鐵 +塔이 아닌 자연의 일부가 된다. 철탑이 구름에 가리는 경우가 일년 중 절반을 넘는다.

▲ 테니스장에서 바라본 철탑 이곳에서는 철탑도 鐵 +塔이 아닌 자연의 일부가 된다. 철탑이 구름에 가리는 경우가 일년 중 절반을 넘는다. ⓒ 전현중


빛과 같이 빠른 속도로 이동해 문명의 이기(利器)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밤을 밝히며 어둠의 시간을 걷어내는 전기(電氣), 세상에 전기를 공급하는 일이 이곳에서 하는 일이지만, 어느 곳보다 어둠이 빨리 찾아온다. 950m에 위치해 주위에 민가도 없고 첩첩산중이기 때문에 어둠은 더욱 깊다.

그런 어둠과 적막함을 친구로 최고의 테니스 장에서 최고의 플레이를 꿈꾸는 사람들! 이들이 진정한 테니스 마니아가 아닐까?

테니스 변전소 전기 어둠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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