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년 전 작품이다.

일본 개봉 20주년을 맞은 <왕립우주군-오네아미스의 날개>가 국내에서 HD 고화질로 18일 정식 개봉했다.

이 작품을 처음 접한 건 당시 야마가 히로유키 감독이 내한했던 제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였는데, 그때는 이 작품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다. 개인적으론 10여년만에 다시보게 되었는데 그때는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감동이 배가 되어 밀려왔다.

왕립우주군 걸작 애니메이션 <왕립우주군>이 개봉 20주년을 맞아 개봉했다

▲ 왕립우주군 걸작 애니메이션 <왕립우주군>이 개봉 20주년을 맞아 개봉했다 ⓒ GAINAX



시대를 앞서간 걸작 <왕립우주군>

지금은 걸작이라 불리지만 개봉 당시에는 흥행 참패와 더불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작품들이 있다. 바로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나 테리 길리엄의 '브라질(국내 출시명 '여인의 음모'), 왕가위의 '아비정전'(개봉 당시 서울의 개봉관에서는 환불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이유는 바로 '재미가 없어서'였다) 등의 많은 작품과 더불어 <왕립우주군> 역시 시대를 앞서간 '저주받은 걸작'이라고 칭하기에 손색이 없는 이 작품이다.

20년 전인 1987년 우주에 대한 인류의 무모한 도전처럼 <왕립우주군>이라는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위해 가이낙스(GAINAX)가 탄생한다.(그 이후 수많은 오타쿠와 마니아를 양산해낸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비롯한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건버스터-톱을 노려라!> <그남자 그여자의 사정> 등을 만들어낸 바로 그곳이다)

현재 가이낙스 사장을 맡고 있는 야마가 히로유키가 원안, 각본, 감독을 맡고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히로인 안노 히데아키가 '스페셜 이펙트 아티스트'라는 직함으로 작화를,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사다모토 요시유키가 캐릭터 디자인을, 음악에는 <마지막 황제> <하이힐>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의 사카모토 류이치가 맡아 환상의 드림팀을 갖추었다.

건담 등의 완구회사로 유명한 반다이(BANDAI)의 영상사업진출 제1호 작품이기도 한 <왕립우주군>은 날고 싶어하는 한 청년의 이야기이자 우주를 꿈꾸는 인간의 이야기이다.

제작준비 5년, 제작기간 3년의 시간과 정성을 쏟아 뛰어난 완성도를 선보이고 있는 작품이다. 완벽한 연출과 너무나도 공을 들인 섬세한 묘사와 리얼리티, 뛰어난 시나리오. 영화의 메시지에 큰 힘을 실어주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까지 시대를 앞서간, 또는 뛰어 넘는 뛰어난 퀄리티를 선보이고 있다.

개봉 당시 흥행에는 참패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재평가되고 많은 팬을 거느린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너무나도 사실적인 로켓발사 장면

빼놓을수 없는 것이 클라이맥스인 압도적인 로켓 발사장면인데 이 장면은 메카 디자인에 뛰어난 재능을 선보였던 안노 히데아키가 콘티와 작화까지 거의 혼자서 원맨쇼에 가까운 정성과 노력으로 너무도 사실적인 명장면을 완성해 냈다. 지금이야 컴퓨터 그래픽으로 작업이 가능하겠지만 손으로 하나하나 빚어내어 그것과는 또다른 느낌의 깊은 감동을 전해준다.

사실적인 로켓발사 장면 너무도 사실적인 로켓발사 장면만으로도 <왕립우주군>은 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 사실적인 로켓발사 장면 너무도 사실적인 로켓발사 장면만으로도 <왕립우주군>은 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 이모션픽쳐스


이 장면을 위해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로케이션 헌팅과 자문을 구해 완성해 냈으며,
이 때 쓰인 셀은 1칸에 9매, 3초 동안에 250매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안노 히데아키의 팬들로부터 '안노폭발'이라 불리우며 <왕립우주군>의 완성도를 한단계 끌어올리며 지금까지 많은 팬들에게 사랑받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이 명장면은 후에 론 하워드 감독의 <아폴로 13> 제작진이 로켓 발사 장면의 제작 당시 참조할 정도로 높은 완성도와 리얼리즘의 극치를 보여준다. <왕립우주군-오네아미스의 날개>는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다.

우주에 대한 인간의 끝없는 도전과 모험

"행운인지, 아니면 불행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압도적 다수의 인간들이 그렇듯이 나 또한
나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서 자랐다.
그리고 나 자신도 믿기 힘든 행운이지만
아주 평범한 중산층의 가정에서 태어날 수도 있었다.
그래서 귀족의 불행도 하류층의 고통도 모른다.
아니, 그다지 알고 싶단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어렸을 때는 해군 파일럿이 되고 싶었다.
제트기를 타기 위해선 해군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빠르고 높이 하늘을 나는 것이
무엇보다도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기 두 달 전 해군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성적표를 보고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난… 우주군에 들어갔던 것이다."

- 극중 시로츠쿠의 독백

우주에 대한 도전 정신 현재 진행형으로 우주에 대한 도전과 모험은 계속되고 있다

▲ 우주에 대한 도전 정신 현재 진행형으로 우주에 대한 도전과 모험은 계속되고 있다 ⓒ 이모션픽쳐스


미지를 개척하기 위한 인간의 욕망은 오래전부터 시작되어 왔다. 고대문명시절부터 무기와 도구를 이용해 영토를 확장하고, 콜롬버스 등의 탐험가들 역시 새로운 대륙, 새로운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 나갔다.

하지만, 인류 문명의 이기로 인해 지상을 더럽혀 왔고, 하늘을 오염시키며, 바다를 고갈해 나갔다. 인간만이 모든 문명의 가장 우월한 존재인양 생태계를 파괴해 나가고도 있다.

<왕립우주군>은 신과 인간, 전쟁과 평화, 과학과 문명, 국가와 개인에 대한 질문을 이미 20여년 전에 우리에게 진지한 물음을 던져 놓았었다.

'문명의 발전이 인류에게 진정한 행복이 될 것인가?'라는 물음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메아리처럼 느껴진다.

또한, 새로운 세계를 찾아 우주로 향한 인간의 존재의 의미와 실존의 물음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꿈과 욕망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한다.

시기적으로는 첫 우주인이라는 점에서 <왕립우주군>의 시로츠쿠에게서 대한민국의 첫 우주인 고산씨의 모습이 자연스레 오버랩되기도 한다.

인류의 끝없는 호기심과 도전 정신은 우주로 뻗어나갈 것이다.

왕립우주군 안노 히데아키 류이치 사카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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