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커밍제인> 포스터

영화 <비커밍제인> 포스터 ⓒ 미라맥스

대학시절 한창 무라카미 하루키와 외국 소설에 빠져있을 때,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사서 읽은 적이 있다. 처음 읽었을 때 제인 오스틴이 살았던 시대와 사람들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 정말 어렵게만 느껴졌었다. 활자를 읽어 나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었다.

 

두 번째 읽었을 때도 한 여성의 섬세하고 복잡 미묘한 감정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때까지 연애 한 번 해보지 못한 풋내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8년 만에 '오만과 편견'의 제인 오스틴과 만났다. 제인 오스틴이 글로 묘사한 사랑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영화로 그녀는 내게 왔다.  

 

지난 목요일(11일) 제인오스틴의 실제 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 <비커밍 제인, Becoming Jane>을 보았다. 개봉에 맞춰 영화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제인 오스틴의 삶과 사랑에 대해서 오랫동안 알고 싶었던 것이다. 벗님과 함께 보기 위해 표를 일주일 전에 예매하고는 이 날이 오기를 기다렸다.

 

영화는 종로3가역에 위치한 단성사에서 보았다. 단성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영화관에 먼저 도착해서 낯선 무인 발급기로 영화티켓을 받아놓고는, 벗님을 기다리며 1907년부터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는 역사 깊은 영화관을 둘러보았다. 오래된 영화관에서 오랜 기다림 끝에 반가운 이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더욱 설레었다.

 

 단성사

단성사 ⓒ 이장연

영화가 시작되고 난 뒤 상영관에 들어갔다.

 

평일이라 그런지 관람객은 별로 없어 편한 자리를 골라 앉았다.

 

그런데 앞자리에 젊은 외국 여성 2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영화 내내 나보다도 더 제인 오스틴의 삶과 사랑을 즐기고 있었다. '여자 세익스피어'라고 칭송받는 영문학계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제인오스틴이라서 그런지.

 

영화는 나를 한없이 집중하게 만들었다. 지루하고 상투적인 남녀의 그렇고 그런 로맨스와 신파 드라마가 아니었다. 내게는 제인 오스틴의 삶과 사랑이 어떠했는지 알게 해주는 중요한 순간순간이었다. 그녀가 어떻게 해서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그녀가 어떤 이와 사랑을 하게 되는지, 어떤 역경과 고뇌가 있었는지 영화는 보여주었고 내게 말해주었다. 8년 전 자신이 읽었던 '오만과 편견'이 바로 이것과 다름 아니라고 말이다.

 그녀의 삶과 사랑이 소설이 되었다.

그녀의 삶과 사랑이 소설이 되었다. ⓒ 미라맥스

 

가족과 가난, 돈, 행복, 우정, 열정의 복잡한 감정과 관계 속에서 제인 오스틴의 짧지만 긴 사랑의 이야기는 재치와 재미를 곳곳에 숨겨놓고 관객들에게 전한다. 당시 시대 여성과는 너무나 다른, 쾌활하며 자존심이 강한 제인의 성격도 매력을 발산한다.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을 택하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가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을 알아채고 그의 행복을 위해 고뇌하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옛사랑이 떠올랐다. 왜 그녀가 나를 다시 만나려 하지 않는지, 그녀가 시도 때도 없이 떠올라 미친 듯이 그녀를 찾아가려 했던 바보 같던 자신을 되돌아보게 했다. 아직도 사랑을 모르는 바보.

 

 가족과 닮지 않은 제인 오스틴역의 앤 해서웨이

가족과 닮지 않은 제인 오스틴역의 앤 해서웨이 ⓒ 미라맥스


 

그런데 영화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제인 오스틴이 너무 아름답다는 것이다. 집안일을 거들어야 하는 형편의 제인 오스틴은 너무나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다. 햇볕에 그을린 자국 하나 없이.


나이가 들어서도 주름 하나 보이지 않는 모습도 눈에 띈다. 제인 오스틴이 한창 젊었을 때 그 아름다움을 영화가 보여주고 있지만. 이전에 영화 <비커밍제인>처럼 실제인물인 베아트릭스 포터의 삶을 소재로 한 영화 <미스포터>에서 여주인공을 맡은 르네 젤 위거는 정말 베아트릭스 포터가 저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비커밍제인>의 앤 해서웨이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게 흠이 되지 않나 싶다. ^-^::

 

어쨌든 8년 만에 제인 오스틴과 만났다.


그리고 너무나 궁금했던 그녀의 삶과 열정적 사랑, 소설에 대해서 보여주었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읽어 본 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영화를 통해 그녀의 소설속 인물들과 시대적 배경을 조금이나마 상상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조만간 도서관에서 '오만과 편견'을 다시 빌려봐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10.14 08:40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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