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이날 홈팀 LG는 한화에 2-3으로 패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혹시나'했던 가느다란 희망마저 결국 수포로 돌아간 탓에 LG 선수들의 표정은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곧 내년 시즌을 기약하며 월요일인데도 경기장을 찾아준 9천여 관중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처럼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숨차게 달려왔던 LG의 올 시즌은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내용상으로는 그동안 잃어버렸던 자신감과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값진 시간이었다. 

 

'이기는 야구'가 '재밌는 야구'?

 

 김재박 감독

김재박 감독 ⓒ LG 트윈스

올 시즌 새롭게 LG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재박 감독은 '이기는 야구'를 통해 '재밌는 야구'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관중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이겨야 좋아하고, 곧 많이 이겨야만 관중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야구팬들이 "이기는 야구와 재밌는 야구는 다르다"며 김재박 감독의 지론에 의문을 나타냈지만 적어도 올 시즌만큼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지난 시즌 꼴찌의 수모를 겪었던 LG가 올 시즌 초반 상위권에 오르며 '가을잔치'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자 경기장을 외면했던 관중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더구나 경기 막판에 역전승을 거두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근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오던 팀 분위기를 확 바꿔놓았고 이는 곧 LG가 올 시즌 내내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을 품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LG가 '성적향상'이라는 분명한 결과를 내놓자 그동안 수년간 계속되어온 하위권 순위에 지쳐있던 LG 팬들 역시 지난 시즌보다 약 25%가 증가한 '90만 관중 돌파'라는 화끈한 선물로 보답했다. 1998년 이후 지난해까지 90만 관중은커녕 80만 관중을 돌파한 구단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값진 기록이다. 

 

새로운 스타탄생 역시 LG의 관중몰이에 큰 역할을 했다. 올 시즌 비로소 유망주 딱지를 뗀 이대형은 이날 한화와의 경기에서 52번째 도루를 기록하며 팀 내 한 시즌 최다도루 기록을 13년 만에 갈아치웠고, 거액을 들여 자유계약 선수로 영입한 박명환은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며 '에이스 투수'에 목말라하던 LG의 갈증을 풀어줬다.

 

이처럼 LG는 지난 몇 년간 하위권에서 허덕이던 선수들이 끈기와 자신감을 되찾았고 관중몰이에도 성공하며 성적과 인기를 모두 되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LG에 부족했던 것은?

 

그렇다면 올 시즌 LG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약점은 역시 투수진이었다.

 

LG는 박명환과 정재복, 이승호, 봉중근을 비롯해 시즌 중반 합류한 외국인 투수 옥스프링이 준수한 활약을 보이며 지난 시즌보다 짜임새 있는 선발진을 꾸릴 수 있게 되었지만 중간계투와 마무리 투수의 부진이 아쉬웠다.

 

특히 LG의 차세대 마무리 투수로 기대를 받고 있는 우규민은 30세이브를 돌파하며 가능성을 입증했지만 중요한 순간에 경험부족을 드러내며 승리를 놓치는 '2% 부족한' 활약을 보여줬다.

 

타선에서는 올해로 프로데뷔 13년차를 맞이해 기량이 만개한 최동수가 '만년 대타'의 설움을 씻어내고 새로운 4번 자타로 자리 잡았지만 아직 상위권 팀들의 4번 타자와 비교해 무게감이 떨어진다.

 

빠른 발과 높은 출루율을 겸비한 선두타선과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준 하위타선에 비해 중심타선이 제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는 것도 LG 타선이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이처럼 LG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 위해서 보완해야할 약점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이에 못지않은 값진 성과들도 이뤄냈기에 이날 경기장을 찾은 홈팬들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지난 시즌과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되어 돌아와 시즌 막판까지 분전했지만 결국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아쉽게 실패한 LG가 과연 내년에는 '가을잔치'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07.10.02 10:28 ⓒ 2007 OhmyNews
김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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