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좌), 데얀(가운데), 이싸빅(우) 인천 유나이티드의 데얀(가운데)의 돌파를 수원의 김남일(좌)과 이싸빅이 막고있다. 양 팀은 2만 5천의 관중 앞에서 최고의 경기를 보였지만 경기 뒤 끝은 어지러웠다.

▲ 김남일(좌), 데얀(가운데), 이싸빅(우) 인천 유나이티드의 데얀(가운데)의 돌파를 수원의 김남일(좌)과 이싸빅이 막고있다. 양 팀은 2만 5천의 관중 앞에서 최고의 경기를 보였지만 경기 뒤 끝은 어지러웠다. ⓒ 인천유나이티드


장면.1

"감독관님! 아니 전광판에서 저런 걸 보여주면 어떻게 합니까? 지금 싸움붙이자는 겁니까?"

두 명이 퇴장당해 민감해진 경기장 분위기. 이 상황에서 경기장 전광판에는 상대팀 선수가 퇴장당한 선수에 비신사적인 행동을 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FIFA(국제축구연맹)가 민감한 장면에 대해 경기장 내 전광판 상영을 금지한 조치가 K리그에도 동일하게 적용된 상황이 어겨진 것이다.

즉시 수원 삼성의 오근영 사무국장은 경기 감독관에게 다가가 강력하게 항의를 하며 조치를 요구했다. 오 국장은 근처에 있던 인천 유나이티드의 김석현 부단장에게도 항의를 했다. 이 와중에도 비신사적인 장면은 수차례 방영됐다.

장면.2

"저게 무슨 코너킥이야. 나 원 참…"

두 명이 퇴장당해 9-11로 싸우던 인천은 후반 18분 데얀의 페널티킥 성공으로 1-3으로 추격의 고삐를 당기고 있었다. 후반 21분, 데얀은 다시 한 번 골 찬스를 잡았다. 왼쪽 측면으로 드리블해 들어가 수비수 마토를 앞에 두고 슈팅을 했지만 골대와는 반대 방향으로 나갔다.

그런데 주심은 코너킥을 선언했다. 상대편 마토의 발에 맞지도 않았는데 선언된 코너킥에 경기를 보고 있던 인천의 안종복 사장은 기가 막힌다는 듯 감독관과 수원 프런트들을 쳐다보며 자리로 올라갔다. 하지 말아야 할 보상판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임)중용이가 퇴장이야?" 22일 수원과의 경기종료 한 시간 반 정도가 지난 뒤 취재진의 요구에 의해 구단 사무실에서 논란이 된 장면을 보여주고 있는 인천. 박이천 감독(좌)과 안종복 사장(우)이 화면을 가리키며 임중용의 퇴장이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 "왜 (임)중용이가 퇴장이야?" 22일 수원과의 경기종료 한 시간 반 정도가 지난 뒤 취재진의 요구에 의해 구단 사무실에서 논란이 된 장면을 보여주고 있는 인천. 박이천 감독(좌)과 안종복 사장(우)이 화면을 가리키며 임중용의 퇴장이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 이성필


좋았던 분위기는 왜 흐트러졌을까?
 
지난 22일 저녁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수원 삼성 간의 22라운드 경기. 양팀은 각각 6강 플레이오프 진입과 1위 탈환을 놓고 승점 3점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전개했고 경기장에는 추석연휴와 맞물려 2만 5686명의 관중이 찾아 분위기가 한층 달아올랐다.

경기장 분위기는 올 시즌 취재를 위해 인천을 찾은 이래 가장 큰 함성이 울려 퍼졌다. 장내 아나운서도 흥분했는지 응원 유도를 다른 경기보다 수차례 반복했고 관중도 "인~천~" 구호를 서포터의 외침에 맞춰 크게 외쳤다. 원정팀 수원 팬들도 이에 질세라 각종 응원 구호로 맞대응했다.

알려진 대로 경기는 수원의 3-2 승리로 돌아갔지만 선수들의 거친 경기, 심판의 애매모호한 판정, 전광판에 수차례 방영된 비신사적인 행동 등으로 인해 경기는 어수선했다.

특히 전반 26분 인천 임중용의 퇴장을 놓고 벌어진 일에 대해 양 구단의 태도는 엇갈렸다. 인천은 경기 종료 한 시간 반이 지난 뒤 취재진의 요구에 따라 비디오를 보여주며 임중용의 퇴장은 에두의 비신사적인 행위에서 시작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반면 수원은 임중용이 먼저 비신사적인 행위를 해 이에 대한 대응으로 에두의 행동이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천의 안종복 사장은 비디오 분석이 끝난 뒤 취재진에 "추석연휴가 끝난 뒤 연맹에 항의할 것이다. 그동안 심판 판정에 대해서 문제제기 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더불어 안 사장은 문제 장면의 전광판 반복에 대해 "경기에 집중하느라 알아채지 못했다. 나중에 확인하고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제 장면은 경기 종료 후 심판진에 대한 관중의 불만 표출 상황에서도 계속 나왔다.

과연 경기장 내 거칠어지는 경기와 구단의 돌출 상황을 막을 사람은 없었을까? 물론 경기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기에 어떤 식으로 전개되든 막기가 힘들다. 이날 침 뱉는 장면도 그 중 하나다. 평소 몸에 밴 습관이 아니고서는 나오기 힘든 장면이었기에 외부에서 막을 방법이 거의 없다. 오로지 관중은 선수의 경기 자세를 믿고 관전해야 한다.

리그 막판, '경기감독관' 역할 무엇보다 중요해

그러나 심판 판정이나 전광판 문제장면 반복 상영 등은 막을 방법이 어느 정도는 있다. 바로 경기 전체를 관장하는 경기 감독관과 심판을 감독하는 심판 감독관에 의해서다.

프로축구연맹의 상위 기관인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005년 3월 16일 제정한 '국내 대회 승인 및 운영규정'의 제4장 대회 준비와 운영 19조를 통해 이들의 역할을 명시하고 있다.

즉 경기 감독관은 경기를 관찰하고 감독관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필요시 하프타임을 활용하여 양팀의 임원, 경기 진행요원에게 특정 사안에 대해 조언을 할 수 있으나 경기에 대한 직접적인 감독 및 지시권을 갖지는 않는다고 정의했다.

심판 감독관도 심판의 활동을 관찰, 감독한 뒤 보고서를 작성 및 제출하고 필요시 하프 타임을 활용하여 심판에게 판정 행위와 관련없는 특정 사안에 대해 조언을 할 수 있으나 경기에 대한 직접적인 감독 및 지시권을 갖지는 않는다고 정의했다.

이 규정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K리그는 현재 경기 감독관이 심판 감독관의 역할을 겸임하고 있다. 지난 2001년 초 심판 감독관을 부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실패로 돌아갔다.

이들의 판단은 경기 상황을 바꿀 수 있다. 지난 2005년 6월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졌던 전북-수원의 경기에서는 수원 안기헌 단장이 경기 도중 그라운드에 난입해 판정에 항의하다 지켜보던 경기 감독관이 그라운드로 내려와서 설득을 하고 나서야 나왔다. 감독관의 판단이 늦었다면 경기의 맥이 완전히 끊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인천-수원 간의 경기에서 경기 감독관이 헤드셋을 착용하고 있는 심판들에게 대기심을 통해 "판정을 정확히 해야 하지 않을까요?", 혹은 구단 관계자에 "규정에 위반된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라는 정도의 '조언'을 해줬다면 경기 종료 뒤 물병, 날계란 세례는 나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아쉽게도 경기 감독관은 양 구단 관계자의 항의를 듣고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그라운드의 대기 심판석으로 내려갔다. 그 와중에도 침 뱉는 장면은 계속 나오고 있었다. 심판 판정은 "정신 차려 심판!"이라는 소리가 나오게 할 정도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선수들의 경기력도 파도를 치면서 집중력을 잃었다. 

축구팬들로부터 심판과 구단이 받고 있는 비판을 떠안기 싫어서였을까 아니면 역할의 명시대로 '직접적인 감독'이 어려워 '관찰'과 '보고서 작성'만 했을까? 과열되는 경기에서 경기 감독관의 역할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현재 K리그는 막판 6강 플레이오프 경쟁이 치열해 한 경기 한 경기가 모두 결승전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감독관의 역할은 너무나 중요해졌다. 이들의 역할이 어디까지 이뤄져야 할지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언제까지 심판과 선수가 단골로 욕을 먹을 수는 없는 일이다. 과연 이날 경기를 감독관은 어떻게 보고서에 기록했을까?      

판정논란 인천 유나이티드 수원 삼성 임중용 신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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