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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없다면 나는 오늘 <오마이뉴스>에 들어와 서평과 기사를 쓸 수 없다. <오마이뉴스>뿐만 아니라 청와대, <조선일보>, 한국방송에 들어가 글을 남길 수 없다. 더운 여름날 시원한 물 한 컵을 마실 수 없다. 월드컵 축구 경기를 텔레비전을 통하여 볼 수 없다.

'이것은'은 무엇일까? '전기'다. 사람은 가장 가치있는 것을 가장 가치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쉽게 예를 들면 '물', '공기'다. 이것은 사람이 만들 수 없는 것들이다. 사람인 만든 것 중에 우리나라 같은 경우 너무 흔하여 귀한 줄 모르는 것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전기가 아닐까?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전깃불을 처음 만났다. 신기함 그 자체였다. 한없이 쓸 수 있는 전기지만 우리는 전기의 고마움을 모르고 살아간다. 과연 이 전기가 인류에게 처음 다가온 때는 언제쯤일까? '데이비드 보더니스'가 지은 <일렉트릭 유니버스>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일랙트릭 유니버스
 일랙트릭 유니버스
ⓒ 생각의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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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 무능한 사람이 이 책을 읽기에는 부담되었다. 과학과 경제, 철학 책들을 내는 사람들이 요즘 하는 말은 '쉽게' 썼다고 한다. 하지만 비전문가와 학생 시절 공부하기 싫었던 사람들이 읽으면 머리가 아프다. <일렉트릭 유니버스>도 마찬가지다. 전기가 인류에게 다가와까지 연구와 실험을 통하여 발명을 한 이들을 소개하고 있다.

전보를 탄생시킨 조지프 핸리와 새뮤얼 모리스가 있다. 전보의 발명은 혁명을 이룬다. 전보가 생기전 전 세상은 어땠을까?

"두 도시 사이에 소식을 전하던 마부는 무게가 450킬로그램도 넘게 나갈 동물을 바위와, 바퀴자국 깊은 진흙투성이 길과, 때때로 쓰러져 있는 나뭇가지 위로 몰아야만 했다. 몇몇을 제외하고는 19세기 초에 정보가 전해지는 속도는 고대 수메르인들의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본문 40쪽)

하지만 전보가 발명된 후 세상은, 세상을 강타했다. 금융업 내부자 거래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기업이 등장했다. 멀리 떨어진 사무실도 연결할 수 있었고, 철도망도 복잡해졌다. 시간의 통합도 가능해졌다.

등장인물 중 가장 가슴에 와 닿은 사람이 있다. '하인리히 헤르츠'다. 그는 '고독한 과학자'였다. 데이비드 모더니는 헤르츠의 일기와 편지, 연설을 통하여 발명과정을 설명한다. 실험과 연구만한 과학자였다. 1889년 3월 17일 일기 "미친 듯이 계산만 했음." 헤르츠의 ‘논문모음집’에 쓴 윌리엄 톰슨의 서문.

"패러데이가 최초로 힘의 곡선이라는 개념을 들고 나와 물리수학자들을 화나게 한 이래 많은 시간이 흘렀고, 수많은 실험가와 이론가들이 등장하여 19세기 물리학의 형성에 기여했다. 그리로 19세기 끝 무렵에 세상에 발표된 헤르츠의 전기에 대한 논문들은 영원한 금자탐을 남을 것이다." (본문 141쪽)

헤르츠는 열정을 연구했다. 그는 병들어갔고, 폐혈증으로 죽음에 이른다. 고독과 싸우면서 전자기선만을 생각했다. 그는 우리 의식 너머에 있는 실제 사물의 존재를 알고 싶어했다. 우리와 바깥세계 사이에는 감각이라는 협소한 완충지대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협소하지만 이는 철저히 탐구할 때만 가능하다고 했다. 과학자가 간 길이 이런 길 아닐까?

그렇다. 전기를 통한 발명과 발견은 고독과 싸움이다. 인내와 싸움이다. 나와 싸움이다. 이 인고의 과정을 통하여 잉태한 결과물들을 우리는 받아먹고 있지만 그들을 향한 고마움의 표는 전혀 없다.

1942년 앨런 튜링은 생각하는 기계를 고안한다. 바로 컴퓨터이다. 고마움을 표하자! 이제 컴퓨터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산골에 살더라도 컴퓨터가 아니면 삶을 영위할 수 없다. 이는 앨런 튜링의 수고한 결과이다.

<일랙트릭 유니버스>에는 레이더, 컴퓨터, 신경세포의 비밀을 풀기 위한 힘쓴 이들을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과학 세계를 소설로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조지프 핸리, 새뮤얼 모리스, 벨, 마이클 패러데이, 하인리히 헤르츠, 왓슨 와트, 앨런 튜링, 앨런 호지킨, 오토 뢰비 등을 통하여 전기가 발명과 혁신 과정을 통하여 인류에게 어떻게 다가왔고, 그들이 선물했는지 알 수 있다. 그들은 힘들었고, 빈약했지만 '실험'과 '연구'를 통하여 위대한 전기발명을 이루었다.

덧붙이는 글 | <일렉트릭 유니버스> 데이비드 보더니스 저/김명남 역 | 생각의나무 |



일렉트릭 유니버스 - 전기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명남 옮김, 글램북스(2014)


태그:#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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