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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이 전기에 의해 작동된다?"

생뚱맞기는… 그러나 사실이다. 보더니스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우리의 뇌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감탄하며 수긍하고 만다. 입체적인 서술방식으로 흥미롭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어 나가며 이해하고 감탄하는 과정에도 어김없이 관여하는 것은 바로 이 전기다.

보더니스의 이야기를 조금만 들어 보자.

"전기가 사라진다면…그런데 중단되는 것이 인간의 전기 공급만이 아니라면 어떨까? 전기력이라는 것 자체가 사라져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지구의 모든 바다들이 위로 솟구쳐 올라 증발할 것이다. 물 분자들끼리의 전기적 결합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몸 속 DNA 가닥들도 서로 뭉치지 않을 것이다. 대기를 호흡하는 생명체 중에 용케 살아남은 것이 있다 해도 금세 질식하게 된다. 전기적 인력이 존재하지 않으면 공기 중의 산소 분자가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 분자와 결합하지 못하고 쓸모없이 튕겨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우리 주변의 모든 물체 속에는 거의 언제나 같은 양의 양전하와 음전하가 들어 있다. 그 균형이 잘 잡혀 있으므로 그들이 언제 어디서나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우리가 쉬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뿐이다. -서문 중에서-

그렇다. 전기가 사라지고 전기력이 사라지면 생활의 모든 불편함을 느낄 사이도 없이 우리 몸 자체가 산산조각 나고 말 것이다. 우리 몸은 생물체로서 그 기능을 상실하고 말 것이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우리 몸을 결합시키는 것은 이 전기력 때문이었다. 이렇게 전기는 130억 년 전부터 지구와 별과 원소들 속에서 비밀스럽게 움직이면서 모든 원리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생명체가 되는 순간에 이미 숨어들었던 것이다

<뇌 그리고 그 너머>에서 우리 몸속에 흐르는 전기의 실체와 그 원리에 대하여 아주 흥미롭게 들려주고 있다. 우리가 주변의 사물이나 풍경을 본다든지, 특정한 사람을 보고 이렇다 저렇다의 감정을 느낀다든지, 혹은 사랑에 빠진다든지…. 이런 우리들의 모든 감정들이 이 전기에 의함이라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감탄과 함께 쉽게 이해되고 만다.

"아하! 우리 몸을 작동시키는 것은 전기였구나."
"…한 아가씨가 멋진 남자를 만나 삽시간에 사랑에 빠졌다. 수십 년이 지나 이제 늙고 허리 굽은 그녀는 손자들에 둘러 싸여 앉아 있다. 자식들 중 하나가 남편이 썼던 연애편지의 한 대목을 읽어주고 있다. 처음에 그 단어들은 그녀가 알지 못하는 먼 나라의 일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때, 나트륨 펌프와 신경전달물질들이 전기의 힘을 빌려 왕성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녀가 서서히 고개를 든다. 기억이 찾아 든 것이다"<284페이지>


1790년 알렉산드로 볼타가 전류를 인식하면서 전기의 역사는 시작된다. 엄밀히 말하면 전기의 발견 그 역사일 뿐이다. 130년 전부터 이미 모든 것들 속에서 존재하였던 무한한 그 무엇에 전기라고 명칭하고 구체적으로 우리들의 생활에 필요한 만큼 사용하기 시작한 그 역사의 시작인 것이다.

천둥번개가 사람 앞에 나타났다. 그 번쩍이는 섬광과 어마어마한 소리에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놀라면서 좀더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었다. 어떤 물체와 스치는 순간 찌릿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금 이상하게 생각하다가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그런데 호기심 많은 어떤 한 사람이 궁금하기 이를 데 없어서 자꾸 궁금해 하고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은밀히 체험해보기를 되풀이 하면서 전기를 발견했다. 막연히 흐르다가 그 실체를 사람에게 드러낸 것이다.

전기의 발견에 또 다른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열정으로 전보와 전구, 전화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세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언가가 아쉽다. 아무튼 부족하고 미흡하다.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 그래서 또 관찰하고 실험하고 시도해본다. 비로소 전기가 전달되도록 밀어주는 어떤 힘의 존재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우리 주위의 모든 공간에 눈에 띄지 않게 날아다니는 파동이다. 지금도 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엄청나게 날아다니고 있는 파동, 이 파동 덕분에 텔레비전이 가능하고. 레이더의 실체가 가능하다. 이런 발전을 거듭하여 오늘도 우리는 휴대폰을 필요한 만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모니터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과의 교류가 가능한 것이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들이다.

한마디로 이 책은 전기에 관한 교양서다. 그러나 전기에 대한 상식적인 이야기들만이 아니다. 전보나 전구, 전화발명과 관계되는 이야기들도 흥미롭지만, 또 감동스러운 것은 과학자들의 이야기다.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내 스스로 발견의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과학의 어려움. 어떤 학자들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실은 이 과학자들이었다. 먼 거리에서 특수한 천재성으로 복잡한 머리를 받들고 가는 그런 개념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책 속에서 법칙으로만 있던 과학자들을 다시 만났다. 모스부호로 유명한 모스를 조금은 불쾌한 마음으로 만날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익히 알고 있던 에디슨도 어린 시절에 자주 접했던 이야기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 가난하여 물리학자가 되었던 조지프 존 톰슨(1906, 노벨 물리학상)이나 마이클 페러데이를 감동스럽게 만날 수 있다.

전화를 발명한 벨(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이야기는 감동스럽다. 벨이 전화를 발명해내기까지는 어떤 소리도 듣지 못하는 어머니가 있었고 사랑스러운 제자 메이블이 있었다. 이들의 장애를 뛰어 넘은 사랑의 힘으로 발명된 것이 이 전화이다. 벨과 메이블의 장애를 넘어 선 사랑의 힘으로 오늘날의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 있어도 얼마든지 그 속삭임이 가능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뒷부분에 <뒷이야기>를 덧붙이고 있는데, 솔직히 기분 좋은 보너스다. 참고했으면 좋을 이야기가 아니라 더 깊이 읽었으면 하는 내용들이다. 그 뒷이야기를 통하여 약간은 어려웠던 이야기를 보충하여 이해할 수 있다.

과학이란 나에게 있어 말하자면 편식이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모든 것에 과학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으로 관여하고 있음에도 막연히 멀리하게 되는 그런 것이었다. 그리하여 과학에 관한 이야기들은 학설과 복잡한 기호들의 조합과 공식으로만 있을 뿐이었다.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필요한 그 어떤 것들이었지 내가 지금 살아가는 생활과는 그다지 밀접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나마 알고 있던 과학자 몇 사람은 이름과 함께 남아 있을 뿐인 먼 세계의 사람일 뿐, 위대한 과학자의 사람들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하여 전기의 세계를 실감하였다. 영원히 먼 세계, 어려운 법칙의 세계에 머물고 말 사람들과 무언가가 트인 느낌이다. 단순히 에너지원으로만 인식하던 전기에 대하여 나에게서 떨어질 수 없는 그런 느낌을 가졌다. 보더니스가 흥미롭게 들려주는 전기의 세계를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막연히 분리되어 있던 것들이 내 삶 가까이에 있다는 그런 느낌이다.

보이는 만큼, 아는 만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은 누군가의 설명만으로 이해하고 말기에는 너무 아까운 그런 책이다. 읽으면서 직접 얻어야 할 것들을 많이 담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리뷰를 쓰면서 소개하는 그 책을 좋게 평가 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같이 읽어보길 권하는 마음으로 쓰고자 할 것이다. 물론 나도 그렇다. 이건 복이 많다면 많은 거지. 읽는 책마다 감동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런데, 이 책은 단순한 감동을 넘어선 감동이다. 순수하게 나를 부추기는 그런 감동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기를 바라보는 것이다.

새삼스럽게 내 몸이 떠오른다 .나의 몸에 은밀히 숨어 들어있는 전기가 나의 신경세포에 관여하여 이렇게 속삭인다.

"좀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어. 그들도 나처럼 어려운 물리의 편식을 깨뜨렸으면 좋겠어. 우리는 오늘도 우리를 대신하여 수없이 고심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되풀이 한 과학자들 덕에 이렇게 편리한 삶을 살고 있잖아. 자 보라구. 그들의 고뇌가 우리들에게 안겨준 어마어마한 풍족을."

덧붙이는 글 |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발표된지 100년 되는 올해를 유엔은 <세계물리의 해>로 정하였습니다.세계 물리의 해를 기념하여 나온 책 중 그 한권입니다.

이 글은 도서정보 사이트 '리더스가이드(http://www.readersguide.co.kr)'에도 실렸습니다.


일렉트릭 유니버스 - 전기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명남 옮김, 글램북스(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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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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