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도루부문 선두를 달리며 4강 진출이 사실상 좌절된 LG 트윈스 팬들에게 '청량제' 역할을 하고 있는 이대형이 50번째 도루에 성공했다.

 

이대형은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도루 하나를 추가했다. 3회말 2사후 좌전안타를 치며 1루에 나간 이대형은 2루를 훔치는데 성공해 올 시즌 가장 먼저 50도루를 기록해 도루왕 등극에 한 발 더 다가섰다.

 

도루 부문에서 이대형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의 이종욱 역시 이날 도루 하나를 추가하며 44도루를 기록했지만 이대형과는 6개차로 뒤쳐져 있다.

 

이대형, 빠른 발로 두 마리 토끼 모두 잡는다 

 

 이대형

이대형 ⓒ LG트윈스

이날 이대형의 올 시즌 50번째 도루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이는 바로 LG 팀 역사상 한 시즌에 두 번째로 많은 도루를 기록한 것이기 때문이다.

 

LG에서 이대형보다 먼저 한 시즌 50도루를 기록한 선수는 다름 아닌 현재 LG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재박 감독이다.

 

지금부터 12년 전인 1985년 김재박 감독은 LG의 전신인 MBC 청룡의 유니폼을 입고 50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이대형은 기록 보유자인 김재박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스승의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흐뭇한 광경을 연출한 것이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이대형은 '타격은 안 되고 발만 빠른' 선수로 평가받았다. 2005년에는 주로 대주자로 출전해 37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이 부문 3위에 올랐지만 안타는 이보다 적은 34개에 그치고 말았다.

 

2006년에도 타격에서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시즌 중반 어깨부상으로 결국 수술을 받기까지 했다. 유지현 이후 오랜만에 좋은 1번 타자를 찾았다고 기대했던 LG 팬들의 실망 역시 컸다.

 

그러나 이대형은 다시 돌아왔다. 올 시즌 김재박 감독과 함께 LG에 합류한 김용달 타격코치의 지도아래 새롭게 타격에 눈을 뜨기 시작한 이대형은 특유의 빠른 발에다가 3할에 가까운 타격(0.294)까지 겸비하며 상대 팀에게 가장 까다로운 타자가 됐다. 타율이 올라가니 당연히 도루 기회도 더욱 늘어났다.

 

프로무대에 들어선 뒤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는 이대형이 생애 첫 도루왕과 함께 노리고 있는 또 하나의 목표는 바로 유지현(은퇴)이 보유하고 있는 LG 역대 한 시즌 최다 도루 기록을 넘어서는 것이다.

 

유지현은 지난 1994년 51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이대형이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단 2개의 도루만 더 성공한다면 LG의 도루 역사를 새롭게 쓰게 되는 것이다.

 

올 시즌 그야말로 '거침없이' 달리고 있는 이대형이 과연 김재박 감독과 유지현의 도루 기록을 모두 넘어서고 LG 팀 역사상 최고의 '대도(大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07.09.19 10:09 ⓒ 2007 OhmyNews
이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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