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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여고생들 비교?(A포털), 권력을 위한 성로비 의심?(B일보), 모 미술인이 한번 만나봤는데 경국지색은 아니더라는 품평회?(C일보 칼럼), 요정만 있고 다른 선수는 사라진 스포츠 소식?(D뉴스), 시부모님 모시는 착한 며느리와 시누이의 대결? 남자 하나 두고 갈라지는 여자들?(F드라마)….

최근 어느날 미디어 풍경이다. 이런 이야기 지겹다. 그렇다고 성형수술 광고가 지면의 1/2를 뒤덮는 여성 잡지를 보자는 것도 아니다.

'남자 맘에 드는' 여자 이야기 말고, 여자가 진정 원하는 '현실적인' 여성의 이야기를 보고 싶다. 브래드 피트의 어머니가 손녀에게 사주었다는 핑크색 원피스를 짝짝 찢었다는 안젤리나 졸리 말고도, 내 주변에서 당찬 여자들을 보고 싶다. 입 꼭 다물고 웃지도 않으며 진지하게 심판을 내리는 미녀 진행자 말고도 주제 선정부터 초대자까지 거침없는 입담을 듣고 싶다.

13일 한양대 강연회 메이 리.
 13일 한양대 강연회 메이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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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 여성에 의한, 아시아 여성을 위한 토크쇼가 온다

미국 CNN, ABC, CNBC의 메인앵커, 특파원으로 활약했던 한국계 미국인 메이 리가 '아시아 여성'을 위한 토크쇼를 표방하고 나섰다. 올해 5월부터 25세 이상의 아시아 여성을 초청해 사회, 패션, 생활, 남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 <메이 리 쇼(The May Lee Show)>를 연출하고 진행했다.

홍콩 스타TV의 영어채널 '스타월드'를 통해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 15개 국가에서 방송되고 있는 메이 리 쇼는 한국에서도 <올리브 채널>을 통해 10월 4일부터 방송될 예정이다.

첫 에피소드는 '현대 아시아 여성', 바비 친(요리사), 타타영(타이 가수) 등에 이어 유방암을 딛고 일어선 여성의 이야기가 나온다. 2회는 '아시아 싱글 여성', 3회는 '패션'(패션 산업에서 큰 역할을 하는 주역들을 초빙한다), 5회는 '남자에 대한 모든 것'이다.

"제가 시작하는 메이 리 쇼는 아시아 최초의 여성 토크쇼입니다. 아시아에서 아시안 여성을 위한 토크쇼로는 처음입니다. 여성들이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게 매우 없습니다. 때문에 여성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메이 리는 토크쇼 런칭차 지난 13일 한양대학교에서 한국 대학생들과 만나기도 했다. 이날 강연회에서 메이 리는 '여성과 미디어'라는 주제로 자신의 앵커, 특파원 시절 경험과 토크쇼, 미국에서 아시아 여성으로서 겪었던 경험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미국 메인 방송의 메인 앵커 자리를 떠나 독자적인 행보를 시작한 건 2년 전. '진짜 하길 원한다면 100퍼센트 집중해서 하겠다'는 결심으로 2005년 8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방송제작사 '로터스 미디어 하우스'를 설립했다. 랩탑 하나를 들고 시작해야 했다. 가족들까지도 큰 위험을 감수해야 했지만 열정이 있었기에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돈이었다. 사업가가 아니라 언론인이었기 때문에 쇼를 열 돈을 모으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사람'이 있는 언론, 패션에서 정치까지

13일 한양대 강연회의 메이 리
 13일 한양대 강연회의 메이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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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떠나 '토크쇼'를 연다는 것도 큰 결심이었다. 한국에서도 아나운서의 연예화가 염려된다지만, 미국에서도 저널리스트의 '토크쇼화'는 일종의 영역 파괴다. '언론인 경험'을 물어보는 학생들에게 메이 리는 자신의 언론관을 밝히기도 했다.

"미디어는 정보를 공유하고, 사실을 공유해야 합니다. 최근의 미디어가 부정적으로 변화한 것을 사실입니다. 과장 속에 사실이 반만 들어가거나, 책임이 없고, 가십 위주로 흐르기도 하지요. 언론인은 좋은 이야기를 전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것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좋은 이야기, 좋은 정보, 그와 더불어 사람들은 흥미를 원합니다.

저는 이 두 가지가 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뉴스를 그만두고 토크쇼를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아, 이제 심각한 걸 관두셨군요'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틀렸습니다. 싱글 여성과 함께 패션, 메이크업을 이야기하면서 정치와 환경까지 다양한 주제를 말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의 "한 우물을 파라"라는 가르침을 신조로 삼아왔던 메이 리에게, 언론은 하나의 신념이다. 공정한 보도와 사실을 보는 의견이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언론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메이 리는 공개적으로 공화당을 비판하기도 하며, 9/11 테러를 보도할 당시에는 카메라 앞에서 처음 울기도 하였다. 당시 뉴욕에 살던 메이 리 뿐만이 아니라, 미국의 모든 주요 앵커들이 울었던 때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로는 모니카 르윈스키를 꼽았다. 쉬운 인터뷰는 아니었으나, 르윈스키는 메이 리를 만났으며, 믿었다. 사흘을 함께 하며 르윈스키를 '사람'으로 다시 볼 수 있었다.

왼쪽에서 네 번째 메이 리. 메이리쇼의 홈페이지에 방문하면, 메이 리가 직접 써서 올리는 에피소드 녹화 일기가 있다. http://themayleeshow.promos.yahoo.com
▲ 메이 리 쇼 1회의 출연진들 왼쪽에서 네 번째 메이 리. 메이리쇼의 홈페이지에 방문하면, 메이 리가 직접 써서 올리는 에피소드 녹화 일기가 있다. http://themayleeshow.promo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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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언론인, 편견에 맞서라

메이 리는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자랐다. 백인 중심 지역이었지만,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꼈다. 역동적이고 힘있는 국가라고 생각한다. 여성인권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관계나 가족 모든 것이 아주 빠르게 변한다. 남성 역시 여성에 대해 좀더 많이 이해해야 한다.

실제로 메이 리 쇼의 시청자 중 많은 수가 남성이며, 이들은 메이 리에게 메일을 보내 '좋은 토크쇼를 통해 여성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런 변화는 혁명적인 과정이다. 많은 아시아계 여성들이 지레 겁을 먹고 미디어에 진출하지 않는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편견에 부딪쳤던 경험을 묻자 메이 리는 이렇게 답한다.

"저에게 흔히 사생활과 직업 사이 어떻게 균형을 잡느냐고 묻습니다. 남자에게는 절대로 이런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이런 태도가 변화되어야 합니다. 저는 여러 주제들을 다루지요. 과연 '그 여자'가 이 주제를 다룰 수 있을까 의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해내는 것을 보고 태도는 조금씩 바뀌어갑니다."

두 번 프로포즈 받았지만 거절했다는 메이 리는, 후배 여성 언론인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저는 개인적으로 포기한 것은 없습니다. 매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일을 하면서 너무 남성화되지는 말고 원하는 삶을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널리스트가 되거나 리포터가 되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특히 TV의 경우 화려하기 때문에 많은 젊은 여성이 동경합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아주 힘든 일입니다. 언제나 질주하며 질문을 계속하세요."

http://themayleeshow.promos.yahoo.com
▲ 메이 리 쇼 홈페이지 http://themayleeshow.promo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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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메이리, #메이리쇼, #미디어, #토크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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