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승 12패 방어율 5.00, 롯데 자이언츠 투수 최향남(36)이 거둔 올 시즌 성적이다. 방어율도 좋지 못하지만 거둔 승리보다 두 배 이상이나 많은 패전을 기록했다는 것은 선발 투수로서 낙제점에 가까운 시즌을 보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초 최향남이 국내로 복귀했을 때 가졌던 기대와도 많은 차이가 있는 성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 A팀 버펄로 바이슨스에서 뛰던 최향남은 34경기(선발 11번) 8승 5패 평균자책점 2.37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국내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꼬여버린 실타래

 

 롯데 자이언츠 투수 최향남

롯데 자이언츠 투수 최향남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최향남이 트리플A에서 거둔 성적을 외국인 투수가 거뒀다면 좋은 조건으로 국내 프로야구단과 계약할 수도 있을 만큼 눈에 띄는 성적이었다.


그러나 최향남의 국내 복귀는 미국에서 자유계약으로 풀리며 돌아온 후 맺은 SK와의 계약이 틀어지면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돌아온 후 믿었던 SK와의 계약이 실패하자 졸지에 미아 신세가 돼버린 최향남은 결국 여러 구단들과 접촉을 한 끝에 지난 1월 19일 롯데와 1년 계약에 성공을 했다.


계약금 1억원, 연봉 1억원, 플러스 옵션 3억원 등 최대 5억원, 언뜻 보면 좋은 조건이었지만 플러스 옵션으로 내걸린 승수가 20승이었다. 2000년 들어 프로야구에서 20승 투수가 단 한 명도 배출되지 못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옵션인 셈.


현재 5승에 그치고 있는 최향남은 플러스 옵션 20승이 아니라 '8승 미만 시 -8천만원'의 마이너스 옵션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게다가 마이너스 옵션까지 걸린 마당에 시즌이 시작되고 나서 최향남은 무려 두 달이 지난 6월 12일이 돼서야 첫 승을 신고했을 만큼 지독히도 승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첫 승을 거두기 전까지 최향남은 모두 10경기에 등판을 해 0승 5패 방어율 4.65를 기록하고 있었다. 10경기 가운데는 8이닝 1실점 경기 포함, 7이닝 이상 2실점 이하로 틀어막은 경기도 세 번이나 있었다. 시작부터 꼬여버린 실타래가 좀처럼 풀리지 않았던 것.


최향남의 끝없는 생존 본능


목포 영흥고를 졸업하고 동국대에 야구 특기생으로 입학을 했지만 담당 교사의 서류 미비 실수로 입학이 취소되는 어이없는 일을 겪은 최향남은 그때부터 자신의 인생이 지독하게 꼬이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한다.


우여곡절 끝에 90년 고향팀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을 했지만 가능성만 잔뜩 보인 채 7년이라는 시간을 대부분 2군에서 보내며 1승(6패)을 거두는데 그치자 해태는 최향남을 LG로 트레이드 시켰다.


그러나 LG에서 최향남은 98년 12승을 거두는 등 97년부터 99년까지 3년 동안 28승을 올리는 활약을 하며 당당히 LG의 에이스급 투수로 자리를 잡는 대성공을 거둔다. 해태로서는 땅을 칠 노릇. 그러나 최향남의 전성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부상과 '문제아'라는 이미지가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결국 2003년 LG에서 조건없이 방출 된 최향남은 2004년 다시 기아와 계약을 했지만 기아에서 보낸 2년간 거둔 승수는 고작 4승이었다. 은퇴의 갈림길에 선 것이다. 그런데 2005년 겨울 난데없이 최향남이 미국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날라온 것.


당시 나이가 만으로 34살, 한국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은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최향남은 기어코 메이저리그의 관문이라는 트리플A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며 화려하게 부활, 국내로 당당하게 복귀를 한 것이다. 해태 시절 '불펜의 선동열'이라는 놀림을 받았던 최향남이지만 생존 본능 하나만큼은 선동열 부럽지 않을 만큼 대단했다.


불확실한 미래, 그래도 도전은 계속된다


그러나 올 시즌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최향남은 마이너스 옵션도 문제지만 당장 재계약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내년에 최향남이 어느 유니폼을 입고 있을지, 마운드에 오를 수는 있는 것인지 여부도 알 수가 없다.


다만 한 가지 눈여겨볼 것은 2005년 은퇴를 걱정해야 하는 한물간 노장 투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던 최향남이 2007년 현재도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와 공을 뿌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향남의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그가 내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여전히 마운드에 올라올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곳이 어디가 됐던 지독히 꼬여버린 실타래를 스스로 풀어버릴 때까지 최향남의 도전은 계속 될 것이다. 마운드를 갈망하는 '풍운아' 최향남의 지독한 본능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2007.09.13 19:20 ⓒ 2007 OhmyNews
최향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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