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키는 야구'로 우승에 도전하는 선동열 감독.
ⓒ 삼성 라이온즈
삼성 라이온즈 선동열 감독(44)의 야구는 '지키는 야구'다. 주전 타자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공격력이 약화되었던 지난 시즌에도 삼성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 점이라도 앞서고 있다면 절대로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승리를 지켜내는 막강한 불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지난해 권오준-오승환이 동시에 등판한 51경기에서 무려 45승 3무 3패를 기록했다. 각각 홀드 부문과 세이브 부문 타이틀을 차지했던 권오준(32홀드)-오승환(47세이브)의 필승 계투조는 선동열 식 '지키는 야구'를 가능케 만든 일등 공신이었다.

불펜 핵심 권-권 콤비 2군행, 선동열의 여유?

올 시즌 초반 불펜의 핵심인 권오준이 어깨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지키는 야구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4월 한 달 동안 평균자책점 0.84라는 완벽한 투구를 했던 권오원이 그 자리를 훌륭하게 대신했으며 권오원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이번에는 지난 2년 동안 부상과 재활로 마운드에서 사라졌던 권혁이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워주었다.

그러나 삼성은 지난 21일 지키는 야구의 핵심 투수들인 권오준과 권혁을 부상과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2군으로 내려 보냈다. 선동열 감독은 "당분간 권혁과 권오준을 1군으로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4강 다툼이 절정에 이른 시점에서 이들을 1군으로 올리지 않겠다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다. 그럼에도 선동열 감독이 이런 여유 아닌 여유를 보이는 이유는 훌륭한 불펜 투수들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후반기 삼성 불펜진의 핵으로 떠오르며 선동열 감독의 확실한 신뢰를 얻고 있는 윤성환은 30일 현재 25게임에 나서 3승 7홀드 평균자책점 1.33을 기록 중이다. 27이닝 동안 29개의 탈삼진을 기록했을 만큼 뛰어난 구위를 가지고 있는 윤성환은 7월 평균자책점 0.71-8월 평균자책점 1.23을 기록, 권혁이 떠난 빈자리를 확실하게 메워주고 있다.

윤성환 외에도 41게임에 등판을 해 4승 3패 5홀드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하고 있는 안지만(8월 평균자책점 1.98,최근 5경기 평균자책점 0.00)과 31게임에 등판해 1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3.19를 기록하고 있는 조현근까지 삼성에는 권혁과 권오준의 빈자리를 메울 확실한 불펜 투수들이 대기하고 있다. 믿을만한 중간계투 한 명이 아쉬운 다른 팀 입장에서 보면 삼성은 엄청난 호사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선동열 감독이 권오준과 권혁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는 이유는 포스트시즌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권오준과 권혁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복귀한다면 삼성의 필승 계투조는 조현근-안지만-윤성환-권오준-권혁-오승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것은 삼성과 상대하는 팀들은 무조건 선취점을 빼앗기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동열 감독의 여유가 가능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극심한 투-타 엇박자 극복할 수 있을까

▲ 후반기 삼성 '불펜의 핵'으로 떠오른 윤성환.
ⓒ 삼성 라이온즈
올 시즌 삼성은 54승 49패 3무를 기록, 선두 SK에 8.5게임 뒤진 채 3위에 그치고 있다. 4위 한화에 1.5게임, 5위 LG에 2게임차로 쫒기고 있기 때문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장담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는 것이다. 현재 삼성이 기록하고 있는 .524의 승률은 삼성의 통산 승률 .565는 물론이거니와 최근 10년 동안 가장 낮은 승률이기도 하다.

삼성의 지키는 야구는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지만 팀 성적이 하락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지키는 야구의 맹점 때문이다. 지키는 야구는 말 그대로 지킬 점수가 있을 때 효과가 있다.

8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252의 팀타율을 비롯해 .340의 팀출루율(6위), .369의 팀장타율(7위), 405개의 팀타점(7위)이 말해주듯 삼성의 빈약한 공격력이 '지키는 야구'의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8월 한 달 동안 .357의 타율을 기록 중인 박진만을 비롯해 홈런과 타점 선두에 오르며 예전의 장타력을 회복한 심정수와 꾸준한 성적으로 팀 타선을 이끌며 '전설'을 쓰고 있는 노장 양준혁 등 삼성 공격력이 전반기의 극심한 침체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위안이다.

물론 빈약한 공격력을 상쇄시킬 만큼 강력한 불펜 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에게 막강한 공격력까지 바란다는 것은 욕심일 수도 있다. 7점을 내주면 8점을 빼앗아내는 공격 야구에 팬들은 환호를 하지만 1점을 얻으면 끝까지 지켜내는 야구 또한 매력은 있다.

강력한 타선 대신 8개 구단 최강의 뒷심을 선택한 선동열 감독이 과연 '지키는 야구는 강하다'는 것을 증명 할 수 있을 지, 불펜의 힘으로 다시 한 번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삼성의 가을을 주목해 보자.
2007-08-30 11:27 ⓒ 2007 OhmyNews
삼성 지키는 야구 선동열 윤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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