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두 가지 수비방해가 나왔다. 정확하게 표현 하면 수비방해로 인정된 경우는 한 번이며 다른 한 번은 수비방해 미수(?)라고 할 수 있다.

야구 경기에서 흔하게 나오는 것이 수비방해지만 24일 경기에서 나온 행위들이 눈길을 끄는 것은 좀 특이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은 LG의 박경수와 SK의 정근우다.

박경수의 특이한 수비방해

1회초 무사 2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박경수는 작전에 따라 희생번트를 시도했지만 공이 방망이 윗부분을 맞고 낮게 떠버렸다. 포수 박경완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였으니 완벽한 작전 실패였던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바로 문제의 수비방해가 나온다. 타자 박경수가 방망이로 자신이 친 공을 다시 한 번 건드려 박경완이 잡을 수 없도록 타구 방향을 바꿔 놓은 것이다.

야구 규칙에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는 수비방해 행위였다. 수비방해로 아웃 될 것을 모를 리 없는 박경수가 다시 공을 건드리며 확인자살(?)을 한 이유는 2루주자 이대형의 아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이대형은 이미 3루까지 내달린 상황이라 박경완이 그대로 타구를 잡았다면 자칫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었다. 어차피 아웃을 당할 것이 뻔한 박경수는 수비방해를 함으로써 주자까지 아웃당하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한 것이다.

정근우의 수비방해 미수

▲ SK의 2루와 유격수를 번갈아 맡고있는 정근우
ⓒ SK 와이번스
2-3 한 점차 까지 따라붙은 3회말 SK의 공격, 무사 1.2루 상황에서 타석에 이재원이 들어섰다.

1루 주자 김강민과 2루 주자 정근우를 진루시키기 위한 보내기 번트 작전이 나온 상황에서 초구에 이재원이 번트를 대지 못하자 포수 조인성의 견제구에 2루와 3루 중간에 서있던 정근우가 협살로 아웃을 당했다. 역시 작전실패.

그러나 덕아웃으로 들어오던 정근우와 LG 유격수 권용관 사이에서 시비가 벌어졌다. 협살에 걸린 정근우를 권용관이 태그하는 과정에서 정근우가 팔꿈치로 권용관의 몸을 밀친 것이 발단이었다. 낙구를 유도한 행위지만 만일 권용관이 공을 떨어뜨렸어도 이것은 명백한 수비방해 행위로 아웃이 된다.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6차전에서 내야 땅볼을 친 뉴욕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1루 베이스로 들어온 보스턴 레드삭스의 투수 브론손 아로요의 글러브를 가격해 공을 떨어뜨리게 만든 사건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완벽한 타자였던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이 사건 이후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정근우의 승부욕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이겠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것은 SK가 올 시즌 유독 '페어플레이'에 대한 문제로 곤혹을 치렀기 때문이다. 정근우가 조금 더 사려 깊은 플레이를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이유다.

정근우 부족한 2% 채워 대스타로 성장하길

박경수와 정근우 두 선수는 모두 야구 규칙에 위배되는 행위를 했다. 하지만 박경수는 스스로 아웃이 되더라도 주자를 살리면서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했지만 정근우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만일 정근우가 팔꿈치로 밀친 권용관이 공을 놓쳤다면 정근우는 수비 방해로 아웃이 되고 자칫 런다운을 틈타 2루로 들어온 김강민 마저 다시 1루로 복귀해야 하는 상황까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정근우는 하지 말았어야 할 플레이를 한 것이다.

정근우가 자신에게나 팀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플레이를 고의로 했을 리는 만무하지만 시즌 초에도 2루 베이스로 달려오는 주자를 향해 발을 뻗는 수비 자세로 이미 한차례 도마에 올랐던 것을 생각해서라도 앞으로 팬들의 오해를 살만한 플레이는 스스로 자제를 할 필요가 있다. 프로레슬링도 아닌 프로야구 선수가 '악당'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좋을 건 없다.

이날 경기는 SK가 13-5로 대승을 거두었고 정근우도 안타 두 개를 때려내는 등 승리에 큰 몫을 했다. 그러나 3회말 정근우의 플레이는 분명 아쉬운 부분이었다.

올 시즌 .332의 타율로 규정타석을 채우면 타격왕까지 노릴 수 있을 만큼 일취월장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정근우가 2%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 프로야구의 대스타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2007-08-25 11:51 ⓒ 2007 OhmyNews
LG 트윈스 SK와이번즈 박경수 정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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